[134호]저성장 체제로의 진입과 동남권 제조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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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labor
작성일
2025-10-27 14:49
조회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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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진 DN솔루션즈지회 조합원



 

얼마 전 경제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산추련에서 마련한 회원 교육에 참석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한 회원 대상 교육이었지만 그 주제와 내용은 공단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결코 가벼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선진국(先進國 Developed/Advanced Country)은 경제가 고도로 발달하여 다양한 산업과 복잡한 경제체제를 갖춘 국가 또는 지속적으로 경제개발을 하여 최종적인 경제발전의 단계에 접어든 국가를 의미한다.” 네이버에서는 선진국의 뜻을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단순히 GDP나 1인당 GDP가 높다고 선진국이 아니라 삶의 질 지수 등 여러 가지 기준으로 평가를 한다며 그 특징적인 설명을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이날 강의의 종합적인 분석은 우리도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한지 이미 수년이 되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00년대 이전 한국의 평균 성장률은 7% 내외였고 2000년대 이후 5% 내외였다가 2010년 이후에는 2% 중반이었다가 2020년 이후 2% 초반으로 하락하였다고 한다. 각종 경제지표를 참고하면 선진국의 성장률이 평균 2~2.5%를 오가고 있다고 하고, 일부 선진국의 경우 1%대 또는 그 이하인 국가도 있다는 것을 보면 2% 초반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네이버에서 지적하듯이 단순히 경제성장률이나 GDP 등만으로 선진국이라 일컫는 것은 섣부를 수도 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GDP는 세계12위라고 한다.)
그러한 중에도 한국은 가계소비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나 정부지출과 총투자는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중 R&D 투자는 계속적으로 증가(32)하고 있는데 일본(20)과 미국(8)에 비하면 상당히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이번 교육은 우리나라 동남권(부울경)의 제조업을 중심으로 그 경제전망과 고용비중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동남권’이란 부산과 울산과 그 이웃 도시로 이루어진 도시권이라는 설명과 함께 우리나라 제조업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이 동남권의 제조업을 분석하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교육은 ‘경남 제조업의 장기침체와 위기’, ‘전통 제조업이 직면한 도전과 기회’라는 주제로 교육과 분석을 해 주었는데, 이 분석과 연구는 해당 사업장(한화 오션,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엔진등)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 참석한 대부분의 회원들이 해당 사업장의 현장 노동자였기에 연구위원이 파악하고 연구한 내용과 약간의 상이한 점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선진국으로 진입한 한국의 경제상황에서 동남권의 제조업은 저성장으로 접어들었고 그로인한 여파는 지역경제 뿐만 아니라 전체 경제에도 심각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조선업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에 의한 생산체계가 심각하고, 그것이 고용문제와 지역 경제문제로 귀결되고 있다고 한다. “고용된 외국인 노동자들은 국내 소비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50여개국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E9 또는 E7 비자로 국내 제조업으로 들어오지만 이들은 극히 일부의 소득을 생활비로 지출하고 모두 자신의 고향으로 송금하기 때문에 국내소비 진작에는 기여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노동자들은 귀향 후의 독립과 자수성가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대 국가로 관리하는 E9 비자에 비해 E7비자는 민간 브로커들이 주도하는데, 한국에 취업하기 위한 비용이 우리 돈으로 약 1,500여 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비용을 감당하고 하루라도 빨리 돈을 모아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힘들고 더러워도 뼈빠지게 견디고 버티는 것일 것이다.

이날 강의는 그러한 현실 속에 불평등과 고용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위 말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기준을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적용하자는 것이고, 이를 위해 이들도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규직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이 나서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한국 노동계급은 2000년대 들어 급증해진 비정규직 문제를 직시하고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생존권을 걸고 지금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비정규직 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 고용문제 또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정부에서는 출생률 감소와 노동인력 감소를 이유로 고등학교의 외국인 입학까지 허용할 계획이라고 하고, 이미 시범적으로 실행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이제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까지 생존을 위한 치열한 현장에 함께 공존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날 참석한 조선소 회원 동지들은 비정규직과 외국인 노동자로 인해 사측은 정규직 고용을 하지 않고 왜곡된 고용구조를 계속 이어가고 있고, 이제 현장의 정규직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 현실화 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하소연이다. 이는 거제에 있는 조선사업장 뿐만 아니라 울산의 조선소 등도 마찬가지지만 비정규직과 외국인 노동자로 인한 고용문제는 이미 전국 노동현장의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기업들은 점차 현장직 노동자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또는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하고 연구개발직 엔지니어 중심의 지식 노동자를 채용하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전국 평균을 기준으로 지역혁신 성장역량 유형을 평가해 본 자료에 의하면, 서울, 경기, 대전, 인천 등에서 고혁신 기반 고미래산업 기반의 유형으로 나타나는 반면 동남권은 저혁신 기반 저미래산업 기반 유형이라는 진단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의 근저에는 투자부재라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신규투자가 정체함으로서 잠재적 발전역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청년층이 꾸준히 역외로 유출되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결과인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뜻깊은 연구자료와 설명이 있었고, 국제 경제 정세와 국내 경제 정세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학습을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또한 이날 교육에서는 제조업이 국내 중산층 그룹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제조업의 성장과 제조업 노동자의 임금 구조가 튼튼해야 그 사회의 정치 경제 모두가 안정될 수 있다고 역설하였다. 결국 이 모든 것을 위해 노동조합과 노동자가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인상과 비정규직과의 임금격차 해소, 그리고 제조업 노동자의 중산층으로서의 역할 등을 위해 노동자들의 역할을 수차 강조한 것이다.

87년 대투쟁 이후 치열하게 투쟁해 온 한국의 노동계급, 그리고 그 투쟁 세대의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노동계급을 형성하고 있는 소위 MZ 노동자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사내 하청을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 요즘 집회현장이나 투쟁현장에서 만나는 노동자들을 보면 세대교체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세대교체와 함께 강의에서 제기하는 노동계급적 고민과 과제 또한 새로운 세대 노동계급에게 승계되었으면 하는 희망이 생기기도 한다. 아울러 지금의 이 왜곡된 사회 구조가 한국 자본가들의 천민적 자본주의를 기반으로한 초과 이익 추구로 인한 것이라는 본질을 우리 모두가 파악하고 깨달아야 한다.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된 교육이 질의 응답시간까지 쉬는 시간도 없이 3시간동안 이어졌지만 회원들은 흐터러짐 없는 집중력으로 끝까지 함께했다. 이는 교육주제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었고 현실적인 고민과 과제를 적나라하게 설명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교육이 회원들에게 던져준 화두는 87년 투쟁세대에게는 노동계급의 책무를, 새로운 노동자 세대에게는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과 본질을 파악하는 과제를 던져준 것이리라. 생산의 주체이며 세상의 주인인 노동자 계급이 현장에서부터 주체적 의식으로 세상 모두를 위한 보편적 행복을 추구하고 만들어 가기를 기원해 본다.
이 지면을 빌어 세시간여 동안 열정적으로 강의를 해 주신 남종석연구위원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이런 뜻깊은 교육 시간을 마련해 준 산추련에도 깊은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앞으로 또 있을 회원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해야 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날 던져진 과제와 책임을 현장에서 어떻게 접목하고 실천할 것인지 깊이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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