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호] 집배원의 못다 전한 편지

[초점]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7-10-17 14:39
조회
2991
게시글 썸네일
집배원 노동인권 현실을 위해 함께 연대해주세요

 류기문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
부산지역 준비위원장


전국집배노동조합이 설립되기까지

집배원, 택배원을 두고 극한직업이라고 많이 표현합니다. 연평균 2,888시간 일을 하고 하루 평균 1,000통의 편지 및 택배를 배달하는 저희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봐주시는 시민 분들도 많습니다. 집배원 당사자들은 이 현실을 바꾸고자 2016년 4월 13일에 노동조합 설립총회를 진행했습니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집배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알려지고 집배원들도 현장의 오래된 적폐들을 스스로 청산하고자 들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집배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드러나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창원우체국의 외침: 집배원은 기계가 아니다
2004년부터 우체국에서 성실히 일했던 집배원 A씨. 비정규직 집배원을 거쳐 정규직이 된 그는 고된 일이지만 자부심과 가족을 부양한다는 책임감으로 성실하게 우체국을 다녔습니다. 그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은 2013년. 병원에서 만성사구체염 3기 즉, 신장병을 진단받게 됩니다. 신도시에 쏟아지는 택배를 늦은 시간 까지 배달하면서도 꿋꿋이 버텨왔지만 업무스트레스와 장시간중노동에 몸이 버티질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프다고 쉴 여유는 없었습니다. 기를 쓰고 몸 관리를 하며 악착같이 일과 투병생활을 병행합니다. 3년간의 정말 살인적인 자기관리로 버티고 있던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명령이 떨어집니다. “강제구역전보”가 내려진 것입니다. 그것도 몸관리를 도저히 할 수 없는 더 멀고 어려운 구역으로 말입니다. A씨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몸이 아픈 직원이라면 적어도 구역이 변경되기 전에 당사자와 합의를 하는 과정이 상식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의사소견서와 진단서를 첨부하여 제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체국은 강제구역전보를 철회하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가기 싫어서 그러는거 아니냐" , "우체국에 아픈사람이 너뿐이냐" , "그렇게 몸이 안 좋으면 다른 직업 찾아봐야 하는거 아니냐"등의 막말이 집배원 A씨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습니다. 13년 동안 성실하게 일했던 대가가 스스로 우체국에 질려서 그만두게 되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처럼 우체국에서는 집배원을 사람이 아니라 일하는 기계로 대우하는 일은 비일비재했습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집배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역시민사회단체의 헌신적인 연대로 우리는 3일 만에 우체국 측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냅니다. 정말 당연한 것인데도 싸워야지만 바뀌어야 하는 현실은 그동안 얼마나 집배원들이 참고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 이었습니다.

서광주 우체국의 외침: 더 이상 집배원이 억울하게 죽도록 가만히 있지 않겠다.
서광주우체국의 경력 17년차의 베테랑 집배원 B씨. 그도 업무 중 교통사고를 피할 순 없었습니다. 노동자운동연구소 결과에 따르자면 집배원의 절반은 교통사고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8월 10일 중앙선을 침범해 온 차량과 부딪쳐 왼쪽 허벅지를 심하게 다칩니다. 우체국은 바로 공무상재해(공상)를 해줘야 함에도 일반병가로 쉬게 합니다. 서광주우체국은 곧 무사고 1,000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2주 병가로는 도저히 낫지 않아 1주를 추가로 쉽니다. 그래도 낫지 않아 연가 2틀을 사용하고 출근해야 하는 날 아침 그는 싸늘한 시신으로 번개탄을 피운 자국, 유서와 함께 발견됩니다. “두렵다.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하네. 가족들 미안해.”라는 30글자의 문자는 한 사람의 인생을 다 담기에는 너무 짧지만 집배원들의 열악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집배원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집배원을 살려내라!”,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마치 30년전 노동자 투쟁 때처럼 매일매일 촛불집회가 열리고 유가족분들도 함께 나와서 같은 요구를 외쳤습니다. 철옹성같던 우정사업본부는 장례투쟁 17일 만에 우정사업본부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에 대하여 전격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합의안을 성실히 이행하는지 방심하지 말고 지켜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 큰 변화를 위하여: 집배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우체국에도 무수히 많은 적폐세력들이 있지만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쓰다버리는 소모품으로 여기는 관리자들의 생각을 꼭 뜯어 고쳐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체국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노동자들을 과로로 몰아넣는 법과 제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하여 관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앞으로 우체국에서 일어나는 많은 노동자들의 외침에 귀 기울여 주세요. 늘 빠르고 안전한 우편물 배달로 국민들게 행복도 함께 전달해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창원우체국 집배원 노동자로 5년의 비정규직으로 일한 기간을
포함하여 14년째 배달하고 있습니다.

집배원들은 비가오나 눈이오나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어도 언제나 똑같이 배달 업무에 소홀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등기사고, 오토바이 사고, 감정노동을 다 겪으며 일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집배원으로 정말 힘이 드는 것은 신분의 차이로 오는 관리자들의 갑질과 배달하는 기계취급 당하는 것 입니다.
대한민국 모든 집배원들이 인력부족으로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저도 4년 전 병이 생겼습니다. 배달업무와 치료를 같이하면 근무하는 중, 관리자들의 일방적인 구역변경 그리고 어용노조의 조합원탄압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저는 노동자로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연대의 투쟁입니다. 집배노동자들의 단합으로 연대의 힘으로 투쟁하여 쟁취했습니다.
처음에 혼자라 겁도 났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많은 사람들의 같은 목소리에 힘이 났습니다.
노동자로서 권리를 찾고 발전하고 후손에게 더 나은 노동환경을 주는 것은 투쟁하여 쟁취하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 하면서 하루하루 사는 것이 아닌, 계속 변화를 요구하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 힘은 노동자들이 같은 목소리로 연대하여 쟁취하는 것 입니다. (창원우체국 정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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