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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활동을 하고 있는 산업의학 전문의 소개로 폐암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미망인이 상담실을 찾았다.
"남편이 81년도에 회사 검진에서 진폐증이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험한 곳에서 일했는지 모릅니다. 10년 정도는 가우징작업(제품형상에 이물질을 산소로 불어내는 작업)을 했는데, 가우징 할 때, 흑연봉이 마모되면 흑연가루, 쇳가루가 얼마나 많이 날렸는데요. 일 마치고 나오면 탄광촌 광부 같대요,
81년에 진폐증으로 진단받고, 노동부에서 직종변경을 하라고 명령이 왔지만, 좋은 곳은 자리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수리선부로 가서 용접을 했습니다. 진폐증도 회사 일하면서 생겼고, 폐가 나쁜 사람이 쇳가루 날리는 곳에서 계속 일하니 폐암에 걸릴 수 밖에 더 있겠습니까?
남편이 살아있을 때, 진폐증이 악화되어서 폐암에 걸렸으니, 산재로 요양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그 사이 남편은 사망했고, 제가 유족보상청구를 다시 했습니다.
요양신청을 할 때는 몰랐는데, K병원에서 치료받을 때, 어떤 의사선생님 말씀이 석면을 사용해도 폐암에 걸릴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 전에는 몰랐지요. 조선소에서 석면 참 많이 썼거든요. 남편이 가우징 작업할 때 그 옆에서 배관작업자들이 석면으로 배관을 싸서 블록안이 온통 석면가루가 날려서 온몸이 따끔거렸다고 했거든요. 수리선 부서에서 용접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옛날 배는 선실 벽면이 다 석면으로 되어 있어서 수리하다 보면, 뜯어내면서 석면이 다 날리거든요.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진폐증으로 악화된 폐암이 광부가 아니면 산재보상이 안 된다고만 하데요. 참 억울합니다.
숨도 못 쉴 만큼 쇳가루 연기가 날리고, 그 쇳가루 연기가 입으로 다 들어가는 데, 진폐 걸린 사람이 20년 넘게 일하고 암에 걸린다는 건 상식 아닙니까? 거기다가 서류 처음 넣을 때는 몰랐지만, 석면으로도 폐암에 걸린다고 하던데 ……. 우리야 교육받은 적 없으니 몰라서 그렇다지만, 그 공단 사람들 한 두 사람 산재처리 한 것도 아닌데, 조선소에 일하는 사람 석면 쓰는 것 모르나요? 저한테 석면 썼는지를 물어만 봤어도 대답 했을텐데. 일하다가 걸린 병을 왜 산재로 안 된다는 건지……. "
실제로 용접작업을 할 때 발생하는 금속 흄 중에 크롬, 니켈, 카드뮴은 암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조선소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처럼 사용된 석면에 의한 원발성 폐암은 당연히 산재로 인정된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이러한 작업환경에 대하여 조사 한번 제대로 안하고서, 산재보상보험법에서는 진폐증에 의한 합병증으로 생긴 원발성 폐암은 분진작업 중 광업일때만 인정한다는 잣대만 들이대고 불승인했다.
그래서, 용접 흄 중 발암물질에 대한 자료, 현장안전점검을 하면서 노조가 찍었던 석면사진, 3년 전만 해도 선체벽면 배관보온 파이프 후렌지바킹 용접불똥받이로 석면을 일상적으로 사용했다는 동료진술서, 작업환경을 제대로 조사하고 결정하라는 노조의 공문들을 심사청구에 함께 제출하였다. 현재 근로복지공단 본부는 역학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고, 이에 노동조합은 역학조사시 현장조사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산재보상보험법 때문에,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서 안 되는 잣대만 들이대며 불승인하는 담당자의 업무처리 때문에, 산재노동자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실제 주물작업자, 용접 작업자의 폐암은 행정소송이나 역학조사를 통해 인정된 사례가 여러번 있다.
이렇듯 직업병으로 인정받는 사례가 수년간 행정소송에서 쌓이고 있어도, 근로복지공단은 그것들을 직업병 인정 범위에 전혀 반영시키지 않고 있다.
2000년 국정감사에서도 2년동안 직업병이 42가지가 발견되었지만, 업무상질병 인정 범위에 추가된 것은 고작 2개뿐이라고 지적되었듯이 산재보상보험법은 전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근로복지공단 담당자들도 작업환경을 전혀 확인, 조사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용하고 있는 물질과 작업환경이 어떤 병을 일으킬 수 있는지 회사가 노동자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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