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요청한 전화 목소리는 화가 나서 매우 흥분되어 있었다.
"여기 거제백병원 환자인데요, 자문의협의회가 열린다고 해서 20분전부터 기다렸는데, 회사 쪽 증인은 들어가고, 내는 들어가지도 못했습니더. 부를 줄 알고 한참 기다렸는데 소식도 없고, 문 앞 여직원한테 언제쯤 들어갈 수 있는지 물었더니 부를끼라꼬 기다리라 했는데, 고마 끝났다면서 사람들이 나왔습니더. 담당자한테 나를 왜 안불렀느냐 했더니, 세상에……, 당신 언제 왔느냐며 집에 가서 결정통지서나 기다리랍디다. 내는 이 결과 인정 못한다 했는데도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우찌해야 합니꺼?" 요양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자문의협의회가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 지사장실에서 2시에 있다는 연락을 받고 박씨는 서둘러 20분 일찍 도착했다. 지사장실 문 앞에서 이제나저제나 부르기만을 기다리던 박씨는 회사측 목격자가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다음 차례는 자신이라는 생각을 하며 머리가 어지럽고 아팠지만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도 자신을 부르지 않자 초조해진 박씨는 지사장실 앞 여직원에게 언제쯤 들어갈 수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기다리면 부를 거라 말했다. 그래서 계속 기다려 3시가 가까운 시간이 되었는데 잠시 후 박씨는 황당한 일을 당하고 말았다.
자문의협의회가 끝났다며 자문의사들과 담당자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담당자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보았으나 어처구니없게도 '언제 왔느냐, 보지 못했다. 일단 회의가 끝났으니 집에 가서 결정통지서를 기다리라.'고 말했다. 박씨는 계속 항의를 하였지만 결국 병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자초지종을 듣고 곧 바로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 담당자에게 확인과 항의전화를 했다. 담당자의 첫 대답은 '절차대로 처리했고, 자문의협의회에 당사자가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자문의협의회에 참석하라고 연락을 했는데 보이지 않았다면 참석의사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 담당자의 임무인데 이를 하지않았으니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다그쳐 물었더니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담당자에게 박씨가 온 사실을 전달하지 않은 지사장실 앞 여직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고 지사장을 바꿔라. 당신들 잘못된 업무처리로 인해 자문의협의회에 참여하지 못하였고 피해를 보게되었는데 책임을 따져야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담당자는 별 이야기를 못하고 결국 다음날 아침 사무실로 연락을 했다. 승인이 되었다고. 그리고 승인 결정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져 있다. "자문의협의회시 회사관계자 및 회사측 목격자만 참석하고, 재해자와 재해자측 목격자는 참석하지 못해 협의내용은 객관성이 없는 것으로 사료되어................" 산재노동자의 자그마한 승리였다. 주치의와 자문의 소견이 다를 경우 제3 의료기관에 특진을 보내거나 자문의협의회에 회부를 하도록 근로복지공단 업무처리 규정에 나와있다. 그러나 주치의와 의견이 달랐던 자문의가 포함되고 공단측 의견을 대변하는 자문의들로 구성된 자문의협의회가 객관성을 갖는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더구나 자문의협의회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공단 자문의가 확실한 근거도 없는 무책임한 자문을 했을 경우 이로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산재노동자가 받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여러번 항의를 한 바 있고 현재 근로복지공단은 매우 제한적으로 산재노동자들을 참여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자문의협의회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요양을 불승인시키기 위한 근거를 만들기 위한 체계에 지나지 않는 탁상행정의 본보기인 것이다. 박씨와 같은 항의와 투쟁이 반복될 때만이 이런 생색내기식 업무처리는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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