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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7월 1일부터 산재 당연 적용사업장이 1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되어서 이제 모든 노동자들이 산재보상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대대적인 광고가 나갔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지금까지 산재와 직업병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했지만 다음의 세 가지 사례를 보면 산재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 할수 있을 것이다.
GMB에서 세 사람이 전기보수공사를 하던 중, 서로 신호가 맞지 않아 감전되어 한사람이 죽고, 두 사람이 다친 사고가 있었다. 사망한 사람은 하청회사 사장이었고, 다친 노동자는 각각 원청, 하청 노동자였다. 원청 노동자는 곧바로 산재처리가 되었다. 하청의 노동자는 이병원 저병원을 전전하다 서울까지 올라가게 되었고 그 노동자의 매형이 산재적용에 대해 여기저기 알아보시다 결국 상담실까지 찾아오셨다. 똑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했는데도 하청노동자는 산재적용 사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담실에서는 곧바로 근로복지공단에 전화를 하여 확인해보았다. 건설업으로 분류되는데, 2000만원 미만 공사여서 적용제외 사업장이라는 것이었다. 전기보수 작업이 왜 건설업이냐고 했더니, 근로복지공단이 자체적으로 하고 있는 업종 분류가 그렇게 되어 있다고 했다. 모든 전기공사는 건설업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또 그 하청회사는 GMB의 전기설비를 5년째 도맡아 하고 있는데, 그 큰 회사의 공사금액이 2000만원도 안될 리가 없다고 했더니, 매달마다 계약이 새로 이루어지고, 매달 계약금액이 2000만원 이하라서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노동조합을 통해서 회사에 계약서를 달라고 요구도 해보았지만, 받아내지는 못했다.
큰 원청 회사내에 무빙워커를 설치하다 다쳐 산재적용을 못 받은 하청노동자 사례도 있었다.
고씨는 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일일취업센터의 소개로 ㅅ산업 일용직으로 일하던 첫날, 무빙워커를 철거하고 다시 설치하기 위해 시험대 운반 작업중 앵글(쇠막대)이 머리로 떨어져 뇌진탕으로 쓰러졌다. 사고가 난 후 ㅅ산업 회사관계자는 병원에 찾아와 산재로 처리해주겠다고 했다. 한달 가량 뒤에야 회사날인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했는데, 이번에는 「무빙워커 이동설치는 소속 사업장의 고유업종과 다르고 설치공사는 건설공사로 산재보험법상 별도로 성립신고를 하여야 하니 공사금액이 4천만원(7월 1일 이전) 이하의 산재보험 당연적용 제외사업으로 확인되어 요양신청서를 처리할 수 없음」이라는 답변이었다.
근로복지공단에 알아본 결과 고유업종이 '기타금속제품제조 및 금속가공업'으로 신고되어 있어 제조업으로 되어있었던 것이다. 공사비 확인을 위해 계약서를 회사로부터 받을 수는 없었고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견적서뿐이었다.
회사는 이제 치료비까지 나몰라라 했다.
원청 산재담당자도 ㅅ산업이 양중 전문업체로 알고 공사를 주었고, 사고발생 후에도 ㅅ산업에서 산재처리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원청도 책임없다고 회피하였다.
하청 회사는 일상적인 업무로 설치공사를 하면서 고유업종을 허위신고하고 실제 하고 있는 업종의 산재에 대해서는 어떠한 보완책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산재보상보험법 적용이 안되더라도 고씨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근로기준법 위반과 업종허위신고로 노동부에 고소를 하려했다. 그러나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근로기준법에 의한 보상도 간단하지가 않았다. 고씨가 노동부 방문을 했을 때, 근로감독관은 그 자리에서 사장에게 전화를 하더니, 고씨에게 자기가 전화를 했으니까 사장이 앞으로 잘 처리할 거라며, 고발장을 넣지 말고 진정서로 넣으라는 것 아닌가. 고씨는 또 돌아와 고민하다가 사장과 연락이 되지 않자 결국 고발장을 넣었다.
근로기준법에 의해 당연히 사업주가 보상해야할 부분에 대해 노동부가 지급하라고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합의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천씨의 경우 사람들의 입에서 10억 공사라고 오르내리는 온천공사장의 8m 높이에서 추락하여 요양신청과 노동부에 요양급여 진정을 하였는데, 적용제외 사업장이어서 산재로 안되니 도장을 가지고 노동부로 오라는 명령서를 받고 갔다. 건설업자가 아닌 개인이 시공하는 공사여서 공사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면적이 100평 미만이어서 적용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남편이 노동부에 갔을 때, 이미 사장이 그 자리에 와 있었고, 근로감독관은 사장과 합
의하고, 요양급여 진정건을 취하하라며 취하서를 주었다는 것이다.
위의 경우처럼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산재보험 적용제외 사업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공사 중 총 공사금액이 2천만원 미만인 공사, 가사서비스업, 농업·임업·어업·수렵업 중 5인 미만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 적용제외 사업장으로 되어있다. 우리가 건설업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참으로 많은 사업이 건설업종으로 분류되어 있고, 뿐만 아니라 업종신고조차 허위로 하고, '건설공사 2000만원 미만' 공사금액을 원청과 하청이 편법으로 계약하여 어떻게든 산재보험 당연 적용 사업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법으로 안 된다는 말에 산재노동자들은 쉽게 포기하게 되며, 산재적용 받을 수 있는 사업장임을 확인하고 증명하기 위해서도 무엇이 필요한지, 어디 가서 구해야하는지를 알아보고, 필요한 서류 한 장 한 장 구하기도 노동자에게는 어려움뿐이다.
노동부에게 확인해달라고 고소 고발하여도 되려 사업주와 연락하여 사업주 편의를 봐주고 산재노동자보고 기다리라, 참으라는 말뿐인 기막힌 현실이다.
산재보험을 적게 내기 위하여 업종을 허위 신고하는 것에 대해서도 실제 이루어지는 사업을 확인하여 실 사업으로 산재적용이 되도록 해야하고, 현재 고용보험이 그러하듯 노동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법의 적용제외 사업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져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재 산재보험법 적용제외 사업장의 경우라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근로기준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노동부에 고소고발 조치를 하면, 근로기준법에 의해 치료비와 휴업급여 60%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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