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호]실업급여만 받게 해달라고 했는데 그것도 안해줍니다.

[상담실]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9-04-11 17:24
조회
5445
게시글 썸네일

             김중희  거제시 비정규직지원센터 사무국장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거제 경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거제.
오랜기간 동안 상담을 해오고 있지만 조선사업장을 제외하고는 같은 사업장에서 상담이 들어오는 사례는 보기 드물다. 그중에서 비조선산업 사업장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상담이 중복되는 사례는 더더욱 찾기 어렵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우리의 주된 먹거리인 김치를 납품하고 있는 회사에서 연달아 산재 관련 상담이 들어와서 공유하고자 한다.하지만,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우리의 주된 먹거리인 김치를 납품하고 있는 회사에서 연달아 상담이 들어와서 공유하고자 한다.

18년간을 회사를 위해 일했는데 실업급여도 못 해주겠답니다.

실업급여 관련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해서 절차를 말씀드렸더니 굳이 사무실로 오겠다고 했다. 60이 다된 여성노동자였다. “회사에서 실업급여라도 해달라고 했는데, 그것도 안해준답니다. 그래서 너무 속상해서 찾아왔습니다.”
본인은 18년간 이 회사에서 일했다고 한다. 경기가 좋았을 때는 상여금도 지급되고 해서 몸은 힘들었지만 그 재미로 회사를 다녔는데, 조선산업 위기를 이유로 2018년도에는 근로계약서를 강제로 다시 작성하게 하면서 구체적인 금액도 적혀있지 않고 “내부 품위에 따른다.”고만 적혀있는 불법적인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수 밖에 없었다.
“실업급여만 받게 해준다면 나갈 사람들이 10여명이 됩니다. 그냥 몸이 아파도 본인이 사직하면 실업급여 못받으니까 약먹고 버티면서 억지로 일합니다.”
상담을 하면서 대충 파악했지만 작업장 노동조건은 너무나 열악했다. 왼쪽 손가락은 변형이 와서 잘 굽어지지도 않았고, 하루종일 서서 목을 수그리고 작업하는 것을 반복하다고니 경추와 요추에 강한 통증을 느끼고 있었고, 어깨와 손목과 손가락 통증도 만만치 않았다.
“이것은 단순히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니 직업성 근골격계 산재를 신청해서 제대로 치료받고 보상받는 것이 좋을 거 같습니다.”
어렵게 설득해서 관련 자료 등을 모았고, 직업연관 소견을 받기 위해 작업환경 보고서도 작성했다. 산재신청을 하려면 휴직을 해야되니 회사에 산재신청한다고 휴직계를 내고 오라고 했다.
“국장님. 산재 신청한다고 하니까 회사에서 실업급여받게 해주겠다고 합니다. 산재는 나중에 신청해도 되죠?”
그 분은 여러 가지 집안일까지 겹쳐서 당장에는 못하지만 꼭 산재신청하겠다고 했다. 꼭 다시 오신다고 도와줬는데 산재신청 하지 않은거에 대해 많이 미안해 했다.

2. 산재 당했다고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무릎꿇고 빌라고 했어요.

아는 노동자가 지인의 아내가 김치 공장에서 일을 하는데 산재 때문에 상담을 하러가니까 부탁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40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일한지 만으로 2년이 안되었는데 벌써 일하다 다친 것이 이번까지 4차례나 된다고 했다.
“웬만하면 그냥 치료받으면서 일할려고 했는데, 칼날에 손가락을 너무나 깊게 다쳐서 어쩔수 없이 산재신청 해볼까 해서 왔습니다.”
산재 처리 절차 등을 설명하고, 목격자 진술서를 받을 수 있겠냐고 물으니 많이 당혹스러워 했다. “너무 많이 다쳐서 피도 많이나서 모두가 보긴 했는데, 언니들이 해줄지가 모르겠네요.”
이미 얼마전에 산재 상담을 해서 그 사업장의 노동조건 등을 알고 있던 터라 분위기 등을 물어봤다. 그랬더니
“입사하고 얼마 안되서 일하다 몇 번을 다쳤는데 반장 언니가 찾아와서는 이사님 찾아가서 회사에 손해를 끼쳐서 미안하다고 빌라고 해서 빌기까지 했어요.”라고 했다.
“신랑도 알아요? 그것을 가만히 나눕니까?”
“신랑도 아는데... 밥 먹어 먹기가 힘드니까 그냥 참았는데.....”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무슨 쌍팔년도 얘기도 아니고 아직도 이런 회사가 있다니 가히 놀라울 따름이었다.
사고성 산재 처리 절차를 설명하고, 지금 치료받고 있는 병원에 가서 산재신청한다고 요양신청서 써달라고 하고, 안써준다고 하면 소견서만 받아서 다시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주말이 지나고 나서 “국장님, 산재신청하고 나면 나중에 다시 회사에서 일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회사에서 산재신청했다고 불이익 주면 그것은 명백한 불법입니다. 걱정마시고 산재신청하세요. 또 그렇게 수모를 당하고 일하실 겁니까?”
다음날 오기로 했는데, 그분은 오질 않았다. 대신
“국장님. 저는 ○○○씨 남편됩니다. 그런데 와이프가 이번 한번 더 참아보고 일한다고 합니다. 도와주셨는데 미안합니다.”
“여보세요. 아저씨! 대우조선 노조원 아닙니까? 와이프가 회사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일하고 있고, 다쳤다고 잘못했다고 사과하라고 한거 알죠? 그런데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자구요? 그런 나쁜 회사는 가만히 두면 안됩니다. 산재신청하고 노조하고 얘기해서 실사나가서 잘못된 부분 바로 잡아야 할 거 아닙니까! 부인과 잘 얘기해서 산재신청 합시다.”
알겠다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 이후로 전화는 오지 않았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본인의 몸은 망가지고, 인격도 무너져도 당장의 생계를 위해서 불의와 타협하기 일쑤다. 특히 산재 문제가 더욱 그렇다.
일하는 노동자들의 60%이상이 근골격계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는 회사, 일하다 다쳤다고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회사. 그런 회사에서 만든 김치를 먹고 또 언제 죽고 다칠지 모르는 죽음의 현장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온다.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끝나고, 가족 문제가 해결되면 찾아온다는 그분이 꼭 오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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