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호]커피를 너무도 좋아하던 형이 그립습니다

[일터에서 온 편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9-04-11 17:27
조회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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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생존노동자


저는 삼성중공업의 00기업에서 2017년 1월부터 일해오다  5월 1일 마틴링게 프로세스 블록 데크 바로 밑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중  2시 50분, 시간을 확인하고 데크 위에 흡연장으로 올라오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쿵 하는 엄청 큰소리가 나고 그 자리로 크레인 붐대가 무너지면서 사방이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몰리고 흩어지고 주변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사람도 있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위험하다며 내려가라는 지시를 받으면서도 전화기를 꺼내어 형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형도 저와 함께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아무리해도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주변동료들은 연락이 되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수 십 차례 전화를 걸어도 연락이 되지 않아 사고현장으로 다시 올라가려는데 업체사장이 찾아와서 형이 대우병원 영안실로 옮겨졌으니 함께 가자고 말을 하였습니다. 그 순간 어찌 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업체사장이 형수의 연락처가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저에게 가족들에게 연락하고 했었습니다. 가족들에게 제 입으로 형의 죽음을 알려야 했습니다. 그 처참한 일을 제가 해야 했습니다.

그 뒤에 형은 백 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기게 되었고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있었습니다. 내가 조금만 일찍 찾았으면 형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자책감도 들고 하루 종일 멍하니 있다가 형 생각이 나서 울었습니다.

여동생이 이대로 안 되겠다며 고현에 있는 정신과병원에 데리고 갔습니다. 병원에 있는 데도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형 영정사진이 보고 싶어서 말없이 병원을 나와 장례식장에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이후 병원에서 퇴원을 하였는데도 상황은 여전했습니다. 다시 여동생의 조언으로 거제 보건소에 찾아가 심리상담을 진행했습니다.
보건소에서는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알려주고 서울에 있는 보건소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내해 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2017년 5월 25일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에 정신과 치료 등이 필요하다는 산재신청을 하였는데 공단 담당자가 트라우마는 산재로 인정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진행되는 시간도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더욱 막막해져서 도움이라고는 하나도 받을 수 없겠다는 좌절감도 느꼈습니다. 그때 물량팀장이 두 달 치 급여를 지급 할 테니 당분간 쉬라고 약속을 하길 래 근로복지 공단에 제출했던 서류를 반려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물량팀장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서울 집에 돌아와 지내는 동안도 내내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려니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 잊으면 형에게 죄를 짓는 거 같기도 하고 정말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을 할 수 도 없어서 생활도 힘들어지고 가장으로서 무게감도 커져만 갔습니다. 해본일이 조선소일이라 딱히 마땅한 일도 찾지 못하고 지내왔습니다.

지난 2018년 겨울 다시 거제로 내려와 대우조선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조선소로 다시 내려와 일하게 되니 형 생각과 사고 날이 자꾸 다시 떠오르고 크레인이나 주변에 높이 있는 것이 저를 덮칠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히고 위축되기 시작했습니다. 형 생각이 나서 늦은 밤 동료들이 잠든 기숙사방 구석에서 혼자서 눈물 흘리며 지내고 있습니다. 신문기사를 통해 사고 후에 트라우마로 산재인정이 되어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산재신청을 결심하였습니다.
형은 돌아올 수 없고 상처가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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