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호]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중 도급금지 및 도급인의 책임 강화의 내용과 실효성 검토

[초점]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9-04-11 17:26
조회
4284

김종하  법무법인 믿음


매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따른 처벌을 강화해 왔지만 사업주의 각종 안전 및 보건 조치사항의 위반은 감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중대재해의 발생은 계속 증가하였다.
2019. 1. 15. 김용균법이라 불리우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부개정으로 도급인의 책임 및 도급제한이 강화됨으로써 원청의 책임이 커졌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으나, 산업안전보건 관련 책임 소재의 불명확은 여전하고, 법의 적용제외 규정에 따른 행정력의 공백 및 솜방망이 처벌등으로 인하여 그 실효성에는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위험의 외주화 및 원청 책임의 확대와 관련된 개정 산업법의 내용을 중심으로 그 실효성 여부를 검토해 본다.

1. 도급금지 관련 개정법의 내용 비교
개정 전 산업안전보건법은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누구나 사내도급을 줄 수 있으므로 사실상 인가제도였다.
개정 법은 민법 제664조에서 정하고 있는 계약 유형인 도급을 금지할 수 없다(과잉금지 원칙)는 명목으로 특히 “화학물질 잠복기로 인해 장기간에 걸쳐 관리가 필요하며 단시간에 직업병을 발견하기 어려운 작업이며, 수급인이 변경되는 경우 해당작업자를 지속적으로 관찰·관리하기 어려운 유해 위험한 작업인 •도금작업(크롬, 동, 니켈, 아연, 카드뮴, 금, 은 전기도금과 진공증착법, 용해도금의 전처리, 도금작업, 마무리작업), • 수은, 납, 카드뮴 제련 주입 가공 가열작업•허가물질(베릴륨, 비소 및 화합물, 디클로로벤지딘, 염화비닐 등 12종 화학물질)의 취급작업은 그 위험을 하청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판단하여 도급을 금지하도록 정하였다.
그리하여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위험의 외주화’로부터 수급인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로 정한 것인바, 22개 기업 852개 사업장 소속의 1,092여명에 대하여 도급금지를 결정하게 된 것으로 그 범위가 매우 협소하다.
더구나 위 도급금지 유해물질의 취급 작업인 경우에도 일시·간헐적 작업은 그 수요가 주기적이지 못하거나 예측 불가능하여 상시 인원을 두기 어려운 경우와 전문인력 채용에 시간이 소요되어 작업시기를 놓칠 경우 오히려 작업자 위험도가 더 높아질 수 있는 경우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사내도급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동안 산업안전관리 취약성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내용은 책임소재의 불명확과 법의 일부 적용 및 적용제외로 인한 것이었는데도, 이번 개정법은 특히 위험한 경우만을 한정하여 도급금지를 규정함으로써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에 있어서 사각지대는 그대로 남게 되었다.

2. 도급승인 관련 개정법의 내용 비교

도급 금지의 내용과 범위가 협소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해 위험 작업은 도급 승인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인데, 개정법은 도급 승인의 범위를 급성독성, 피부 부식성 등이 있는 물질의 취급이라고 그 대상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안전 및 보건에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의 대부분은 도급 승인 절차 없이 도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 도급 승인 규정은 그 보호범위가 너무나 협소하여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3. 도급인의 책임강화 관련 개정법의 내용 비교

가. 하도급이 다단계로 진행되는 경우 그 하수급인은 원청 또는 직상 수급인의 작업지시를 받을 뿐만아니라 시설·설비 등의 소유·관리 권한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러한 고용구조는 작업 전반을 직접 관리하는 경우에 비해 중대재해가 다발하는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경우 원청은 의도적으로 위험 책임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위험의 외주화를 적극 활용하였으므로 다단계 하도급 작업장에서의 중대재해는 집중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이에 대하여 개정 전 법률 제29조 제3항은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도급인인 사업주에게 그의 수급인 사업주가 사용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30조 제4항에서 정하고 있는 토사·구축물·인공구조물 등이 붕괴될 우려가 있는 장소, 기계·기구 등이 넘어지거나 무너질 우려가 있는 장소,  안전난간의 설치가 필요한 장소, 화재·폭발 우려가 있는 작업 장소 등 22개 위험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조치(1.안전·보건에 관한 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 2. 작업장의 순회점검 등 안전·보건관리 3. 수급인이 노동자에게 하는 안전·보건교육에 대한 지도와 지원 4. 제42조제1항에 따른 작업환경측정등)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형사처벌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위 작업 외에는 모두 ‘수급인 사업주’가 소속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책임을 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위 22개 위험장소 외에서의 재해 발생은 끊이지 않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대안 요구가 높아지자 개정법은 하청 노동자의 재해 예방을 위해 원청 사업장 전체와 원청이 지정 제공한 장소 중 원청이 시설 장비 등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 관리 가능한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원청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안전보건 책임의 범위를 확대하였다.
그동안 위험의 외주화가 확산되고, 산업재해가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되어 왔던 과정에 비추어 본다면 22개 위험 작업장 뿐만아니라 원청 사업장 전체에 대한 원청의 책임 강화를 규정한 개정법은 진일보 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위 규정은 원청 사업장이라는 적용 대상의 제한 때문에 그 사업장 이외의 소규모 개별 사업장의 재해발생원인은 그대로 유지될 수 밖에 없다.
산업재해 발생의 주요한 원인은 협착 및 감김, 추락, 전도와 전복 등 기계장비 이용에 따른 사고와 과도한 동작 또는 무리한 동작 등의 작업과 운반 및 시설유지에 따른 육체적 업무, 업무부담의 증가 등인데, 그와 같은 위험 부담이 사외로 이전된다고 해서 위험 유발자인 원청의 책임은 배제되어 버리는 것이다.

나. 개정법 제65조는 도급인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정보 제공 등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그 범위조차 폭발성·발화성·인화성·독성 등의 유해성·위험성이 있는 화학물질 중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화학물질 또는 그 화학물질을 함유한 혼합물을 제조·사용·운반 또는 저장하는 반응기·증류탑·배관 또는 저장탱크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설비를 개조·분해·해체 또는 철거하는 작업과 질식 또는 붕괴의 위험이 있는 작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작업에서 산재 예방을 위한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정보를 문서로 제공하는 것,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였는지의 확인을 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그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아니라, 그 외의 도급 사업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예방 조치는 규정되어 있지도 않다.
그리고 개정법은 안전보건관리체제(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 안전보건관리자, 산업보건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안전보건관리규정, 안전보건개선체계등에 있어서 산업안전보건법의 일부 적용사업과 적용제외 규정을 둠으로써 실질적인 산업안전의 공백을 허용하고 있다.

다. 위와 같은 일부 적용사업과 적용제외 규정은 일본의 산업안전보건체계를 따랐던 것인데, 일본의 경우에도 이미 1998 노동기준법의 개정으로 예외규정을 삭제하고 전 업종에서 안전보건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였으며, 미국의 안전보건법도 일반적 기준(재해예방에 대한 효과, 노동자 참여권, 알권리)과 특수업종 기준으로 나누어져 법령의 체계가 되어 있고, 업종의 구별이 없이 전 업종에 법의 위반에 관한 적용이 이루어지고 위반내용에 따라 책임(중대사건이나 경미한 사건과 상관없이 일정한 사업주의 위반이 발생하면)이 주어지며 사후 감독방식으로 수행실적에 근거하여 법이 집행되도록 하였다.
특히 영국의 산업안전보건법은 업종별 위반규정 없이 각각의 의무규정을 두어 그에 따른 위반에 관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작업에 임하는 모든 사람들의 안전보건복지를 보장하도록 하여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국가적 개입의 적용대상을 확대하였다. 그리고  유해위험물질 특히 신규개발물질의 저장보관관리 및 사용에 있어서의 안전과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유해위험요인으로부터 작업자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업무와 관련된 일반인의 안전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유해물질로부터 작업환경오염을 방지하도록 하였으며, 위험창출자가 그 위험을 어떻게 통제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고 보고, 주로 그 위험창출자에게 안전과 보건에 관한 예방책임을 부과함으로써  대부분의 사업장은 법의 규제를 받고 있다.
따라서 영국의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보호를 노동자와 사용자의 사용종속관계에 기초하여 보장하는 방식이 아니다. 한편, 미국과 영국의 산업안전보건관련법이 일반적 주의의무를 규정한 단일체계라면, 독일의 경우에는 개별법들이 포괄적, 중첩적으로 적용되어 모든 노동자와 모든 사업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정법은 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의 의무를 화재·폭발·추락·질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해·위험한 장소로서 사업주가 지배·관리가능한 장소로까지 확대하였을 뿐이며, 이러한 규정은 향후 기업형태 및 노동형태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선언적 의미만 보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4. 노동자의 권리 주체성 확보와 산업안전보건법 체계의 전환 필요성

개정법이 다단계 하도급 및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발생하여 온 많은 문제들을 규제한 부분은 인정되지만, 여전히 산업안전보건법을 다 지키면서 사업을 하면 사업이 망한다는 사업주의 요구인 적용범위 축소가 그대로 반영되었고, 그 결과는 사외 하청의 증가라는 고용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편의와 경제적 이익에 편승한 노동안전보건체계는 앞으로도 계속하여 많은 노동자들의 고통과 피눈물을 머금게 될 것이다.  개정법은 기술적 보호의 범위를 확장하는 측면에서 긍정성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적인 노동을 배려하는 규정, 재해예방의 법률로는 나아가지 못하여 그 한계를 맹백히 드러내었다.
안전한 일터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면 노동건강권과 관련된 보편적인  안전주의에 대한 일반의무규정을 명백히 함으로써 산업구조의 변화나 계약 형식에 관계 없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산업재해 예방의 현실화는 기업의 자율적 조치나 정부의 감독을 넘어서 노동자의 재해예방 활동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적어도 작업장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유해요인조사’, ‘위험성평가’, ‘안전보건개선계획’, ‘공정안전보고’등에 있어서 노동자의 직접적인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고, 안전보건 활동 시간 보장, 자료 제공 요구권, 실질적인 작업중지권 등이 인정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권리 주체성 확보와 노동건강권과 관련된 보편적인 안전주의에 대한 일반의무규정의 확보는 인간적인 노동을 배려하는 산업안전보건체계를 수립해 나가는데 있어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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