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 (출간)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4-02-28 16:26
조회
195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는 한화오션과 케이조선, 두 조선소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11인의 삶과 일에 관한 이야기를 구술 기록한 책이다. 수십 미터 높이에 수십만 톤 크기인 배를 만드는 곳, 위험하고 거친 노동을 하는 곳, 그래서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조선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은 조선소라는 아주 특별한 일의 현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우리 시대 여성들의 가장 보통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조선소에서 일을 시작해 자기 일의 전문가가 되기까지, 또 그러면서 당당하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까지. 여성이기에 한층 더 무거웠을 삶을 감당하고 개척한 저마다의 인생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도장, 용접, 발판, 급식, 세탁, 청소.. 각자의 영역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구술에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아주 생생한 노동 현장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책에 담겼다. 또 기획자의 서문과 여러 노동자가 함께한 집담회를 통해서 최근 일련의 조선업의 흐름, 조선소 노동자들의 분투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목차

서문 |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로 듣는 조선소의 ‘노동’과 ‘삶’

“그러니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에요”

-배에 색을 입혀 바다에 내보내는 도장 노동자 정인숙

“여서 그만두면 딴 데 가도 못 견딘다 생각으로 버텨가 오늘까지 왔어예”

-작업의 끝과 시작,청소 노동자 김순태

“조선소 안에서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어요”

-쇠와 쇠를 이어 붙이는 용접 노동자 전은하

“중요하지 않은 노동이 있나요?”

-쇠를 깎는 밀링 노동자 김지현

“조금 더 나은 제 삶과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

-작업을 위한 첫길을 내는 비계 발판 노동자 나윤옥

“당해봐라.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작업복과 수건을 매일 새것으로 바꿔내는 세탁 노동자 김영미

“돈을 버는 건지 병을 키우는 건지 모르겠어요”

-모두의 끼니를 책임지는 급식 노동자 공정희

“배 한 척이 만들어지려면 수많은 노동이 필요해요”

-사무동 건물의 청결을 책임지는 미화 노동자 김행복

“이주노동자 없으면 이제 배 만들기 어려워요”

-녹슬지 않게 배에 색을 입히는 도장 노동자 정수빈

“평생 일을 놓아본 적이 없어요”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화기ㆍ밀폐감시 노동자 박선경

“다들 가족 먹여 살리려고 아등바등하는 것 같아”

-위험을 감지하고 살피는 밀폐감시 노동자 이현주

집담회 | 조선소,이 사나운 곳에 남겨진 이야기
책 속으로

“일 마치고 목욕탕 들어오면 ‘아이고 오늘 하루도 더운데 잘 살았다, 잘 넘겼다’, 다 그럽니다. 이런 데 막 보라색에다가 온몸이 컬러다. 징그럽게 받히는 사람도 많아요. 보기만 해도 얼마나 아픈지 짐작이 간다니까. 골병 드는 거지. 돈은 좀 벌지언정 조선소 오면 골병 드는 거 맞아요. 일이 그만큼 힘들어요. 힘듭니다.” 59쪽

“여성들은 남편 따라 조선소로 일하러 오는 경우가 많죠. 거제 안에는 남자도 다른 할 일이 별로 없는데 여성은 편의점, 식당 아니면 일할 데가 없으니까요. 제가 서른여덟에 들어왔는데, 대부분 애들 키우고 그 나이 즈음에 들어와서 20년 했다, 15년 했다, 그렇게 되더라고요. 나는 저렇게 오래 다닐 수 있을까 생각도 들었어요.” 97쪽

“식당이 없으면 밥을 어떻게 먹어요? 우리 세탁수불이 없어서 근무복을 집에 가서 세탁하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회사 버스가 없으면 어떻게 출퇴근하겠어요? 철판을 자르고 붙이는 사람들과 우리도 같은 조선소 노동자라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당해봐라.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156쪽

“고깃국 끓이는 솥에는 고기 삶은 국물이 들러붙어 있어요. 프라이팬도 전 굽고 나면 타거나 눌러붙잖아요. 설거지 세제로는 안 닦여서 아주 독한 약품을 발라요. 가정집에서 찌든 때 청소할 때 뿌리는 세제보다 몇 배 독한 약품이에요. 약품 뿌리고 사포로 미는데 찬물에는 잘 안 닦이니까 솥이나 팬에 열을 올려서 닦거든요. 그 열기에 화학 약품이 기화되면 코도 맵고 눈도 매워요. 씻다가 얼굴에 튀면 화상을 입고요. 옷 위에 튀어도 씻어야 돼요. 식당에서 일하면 눈이 제일 안 좋아져요. 저는 오른쪽 눈이 안 좋고 왼쪽 눈은 좀 괜찮고 그래요.” 171쪽

“어느 날 저녁에 남편이 숨 쉬기 힘들다고 병원에 데려다 달래요. 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 가라고 해서 진주 경상대병원으로 이송하다 심정지가 왔어요. 머리 탕탕. 그런 느낌이었어요. 남편이 그때 마흔아홉이었거든요. 투석하면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너무 빨랐어요. 한국에 온 지 6년째 되던 해였어요. 많이 슬펐죠. 내 운명이라고 해야 되나. 조선소 일은 2년만 해보기로 남편하고 얘기했었는데 지금까지 하고 있네요. 일을 한 달만 쉬어도 죽어요. 가족들 살아야 돼요.” 219쪽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 들어올 때 요즘에는 1700만 원 정도 든대요. 여기 온 사람들 전부 다 그렇게 내고 와요. 베트남에 외국에 일하러 가는 사람 보내주는 회사도 있고 브로커도 있어요. 그런데 조선소 오는 데 1700만 원은 너무 큰돈이잖아요. 다들 돈을 빌려서 와요. 높은 이자도 다 갚아야 돼요.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여기 오면 다 최저임금인데 그 돈 갚으려면 시간이 얼마나 많이 걸리겠어요.” 222쪽

“현장에 오일 들어가는 탱크 같은 게 있어요. 거기는 완전 끈끈한 기름이어서 시커먼 먼지가 많이 붙어 있어요. 현장에 먼지가 워낙 많거든요. 그 먼지 쌓인 기름을 우리가 청소하는 일이 많았거든요. 청소하면 기름먼지를 온몸에 뒤집어써요. 정신없이 일하다 언니 얼굴을 보니까 새카매져 있는 거예요. 내 얼굴도 그렇다는걸 그때 알았죠. 둘이 부둥켜안고 울었어요. 언니는 오지 말라 안 하더냐며 울고요. 얼굴까지 새카매져가지고 내가 진짜 이런 일을 해야 되나 싶더라고요.” 232-233쪽

“조선소 일이 없을 때 경기도에 삼성이나 SK 쪽에 일하러 많이 갔어요. 돈을 많이 번다고 하니까 나도 갈까 생각은 해보죠. 근데 막상 여기가 집이니까 떠나는 게 쉽지 않아요. 물량팀으로라도 가볼까 생각도 했었어요. 임금이 두 배 정도 차이 나니까. 지금도 떠날까 하는 마음이 있어요. 근데 블랙리스트 때문에 못 갈 수도 있고, 나이가 있으니까 너무 돈만 좇아 욕심을 내면 몸이 많이 상하니까 여기서 차라리 정년을 보내는 게 맞지 않나 생각도 하고. 여러 가지로 갈등하고 있습니다.” 271쪽

“고용이 안정화되면 사람은 다른 데로 눈을 돌리게 돼요. 근데 고용이 불안하면 입에 재갈이 물리는 거죠. ‘내가 뭐라고 하면 난 여기서 잘릴 거야.’ 그래서 하청노동자는 산재조차도 신청을 못 하고. 장기 유지된 업체들은 일부러 기습 폐업하고, 본보기 폐업도 하고, 노동자를 길들이는 거죠. 그래서 고용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죠. 자본은 그걸 원하는 거죠.” 275쪽
출판사 서평

자기 일의 전문가이자 자기 삶의 개척자인

조선소 여성 노동자들의 긍지와 회한, 땀과 분투

“겨울에는 머리가 꽁꽁 얼어서 뿌득뿌득 하더라고요. 대충 닦고 나가기도 바쁘니 화장도 못 하고. 머리를 말려야 되는데, 아이고 이래가 안 되겠다 싶었지. 그래서 짤막하게 잘라버렸어요. 저 말고도 잘라버린 사람 많아요. 그때부터 머리는 안 길렀어요. 그 길로 많이 변했지.”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는 거제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진해 케이조선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11인의 구술을 기록한 책이다.

1977년 울산 현대조선이 여성을 용접공으로 고용한 이래 조선소 선박 건조 현장에서 여성이 일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용접, 도장 같은 대표적인 조선업 일자리에서부터 여성들이 일해왔다. 2017년 무렵 해외 선주사들이 안전 관리를 요구해 새로이 만든 화기감시, 밀폐감시 같은 직종도 여성들의 일자리다. 또 조선소 곳곳의 급식, 미화, 세탁 또한 조선산업 초창기부터 여성들이 그 몫을 담당했다.

그러나 여성 노동이 다양하게 조명 받는 현재에도 이들의 일, 이들의 삶은 잘 알려진 바가 없다.이 책에서는 조선소 생태계 안의 11가지 직종(용접, 사상, 발판, 도장, 밀링, 밀폐감시, 화기감시, 현장 청소, 건물 미화, 급식, 세탁)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구술을 기록했다.

수십 미터 높이, 수백 미터 길이, 수십만 톤 크기에 쇳가루 날리고 용접 불꽃 튀고 시너 냄새, 페인트 냄새가 가득한 사나운 노동의 현장이 이들이 일하는 조선소다. 그럼에도 수년 째 임금은 최저시급 언저리에 머물고, 해고와 체불, 심지어 폐업이 수시로 벌어지기에 또 사나운 곳이 조선소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 위험하면서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곳에서 굳이 일하는지 의문이 들고 왜 떠나지 않는지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이 책은 그 모순의 현장의 내막을 샅샅이 드러내주는 구체적인 증언이면서 그 모순을 깨뜨리고 더 나은 노동의 조건을 위해 싸우는 이들의 분투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현장의 여성 노동자 조직과 긴밀한 연대를 구축해온 산추련이 중심이 되고, 젠더 관점의 기록 활동에 오랜 경험을 쌓아온 인권기록센터 사이의 기록활동가들이 결합해 기록의 밀도를 한층 높였다.

아주 특별한 일의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 시대 가장 보통의 여성의 삶에 관한 이야기

“아들이 대학 들어가기 직전에 여기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었어요. 굳이 와서 일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 어느 날은 아들이 지원을 와서 현장에서 만나게 됐어요. 나를 보더니 울더라고요. 집에 와서 ‘엄마, 나 직장 다니면 그때는 엄마 일 그만둬’ 하더라고요.”

이들의 이야기는 조선소라는 아주 특별한 일터에서 벌어지는 여성 노동의 내밀한 묘사이면서도, 생계를 책임지고 가족을 부양하는 우리 시대 여성들의 보편적인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순태 씨는 전업주부로 살다가 남편이 갑자기 사망하자 마흔여섯에 조선소에 취업한다. 사상(마무리), 전동 그라인더로 철판을 매끄럽게 가는 일을 시작했다. 예순여덟인 현재도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다. 정수빈(응웬티뚜엣) 씨는 베트남에서 만난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지 6년 만에 남편이 사망하자 역시 조선소에서 페인트 붓으로 도장을 마무리하는 터치업 일을 시작해 10년차가 되었다. 김지현 씨는 아이 셋을 키우며 매달 백만 원씩 펑크 나는 생활비를 메우고자 남편이 일하는 조선소에서 발을 들인다.

평생 일을 놓아본 적이 없다는 밀폐감시 노동자 박선경 씨의 말처럼 어릴 때는 부모님을 돕고, 결혼해서는 가사와 돌봄을 전담하다 생계 부양까지 책임지는 여성들의 모습은 보편적인 여성들의 삶의 형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소는 힘은 들어도 돈을 더 많이 주는 대표적인 일터였다. 그렇기에 저마다의 사정을 안고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렇게 남편을 따라 조선소 도시에 터를 잡은 뒤 역시 조선소 노동자가 된 여성들도 적지 않다. 조선소와 운명공동체가 된 여성 노동자들은 저임금, 비숙련 일자리를 메우는 중요한 자원이 되기도 한다.

어떤 이유로 시작했건 이 책의 여성들은 자기 일의 전문가로서 긍지를 당당하게 드러낸다. 작업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그 자신이 아니면 담을 수 없는 표현들로 기록되어 있다. 최첨단 기술과 중후장대한 장비로 가득한 조선소지만 결국 사람 손으로 일이 마무리되고, 여성 노동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몫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오랜만에 신나게 한번 밀어보자.’ 동료들하고 쫙쫙 밀고 쉬다가 또 신나게 밀고 쉬고, 그게 저는 맞더라고요. 바깥에 데크 할 때는 살살하다가 밸러스트탱크 가서는 시원하게 밀고, 선체는 강약 조절이 되니까 지루하지 않아요. 루이비통에 페인트를 가득 담아가면 삼사십 분 만에 없어져요. 루이비통에 구멍 났다 이러면서 일하거든요.(웃음) 힘들지만 재밌어요.”

도장 노동자 정인숙 씨는 월급을 가져다주는 페인트통을 ‘샤넬’, ‘구찌’, ‘루이비통’이라고 부른다며 신나게 롤러를 미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용접공 전은하 씨는 그날의 온도와 습도, 철판의 컨디션에 따라 어떻게 용접을 해야 할지 결정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용접 전문가의 면모를 뽐낸다. 철판 사이로 머리를 밀어넣어 쇳가루를 치우고 그 폐기물이 너무 무거워 머리에 이고 갈지언정 허투루 일하는 법이 없는 이들이다.

또 조선소 사내업체 웰리브에서 일하는 세탁 노동자 김영미, 미화 노동자 김행복, 급식 노동자 공정희 씨 또한 만 명이 넘는 이들의 식사, 세탁, 청소를 책임지는 빠듯한 노동을 어김없이 깔끔하게 쳐내는 뿌듯함과 회한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여성의 눈으로 들여다본 조선소라는 일터

“막상 와서 일해보니까 남자들 하는 일이 그리 대단하지 않은 경우가 있더라고요. 남자라도 저보다 용접을 못하는 사람도 있죠. 저래도 월급 받아가나 싶을 정도로 일하는 사람도 보이고. 여자도다 할 수 있는 일이네 싶기도 하고. 여자들이 다 할 수 있어도 남자들이 자기 직업을 뺏길까 싶어 안 시키는 일도 세상에는 많이 있겠다 싶어요.”

조선소 여성 노동자의 현실에 관한 연구나 기록은 많지 않다. 용접이나 타워크레인, 엔지니어 등에 진출한 ‘최초’의 여성들을 반짝 조명할 뿐 생산부터 지원 파트까지 조선소 안 다양한 위치에 이미 자리 잡은 여성 노동자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영도 조선소 ‘깡깡이 아지매’처럼 어머니의 고생담처럼 전통적인 여성의 모습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유통되기도 한다.

조선소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성이 하는 일은 ‘스위치만 누르면 되는 일’ ‘그저 왔다 갔다 하는 일’로 취급당하기도 한다. 똑같은 일을 하고 심지어 더 경력이 오래되고 일을 더 잘해도 남성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 가장 기본적인 화장실부터 너무 적거나 더럽거나 멀거나 남자들이 드나들어 차라리 페인트통에 용변 처리하는 편을 택하기도 한다. 회식 자리에서 웃어 보이는 것부터 조심해야 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남성 작업자와 둘이 남는 것 자체를 피해야 하는 것은 여성들의 몫이다.

이 책은 여성들이 조선소에서 겪는 구체적인 경험과 동시에 조선소라는 노동 현장에서 여성이 유입, 배치, 활용되는 흐름을 조망하면서 '조선소, 여성, 노동'이 결합한 다양한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렇게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 더 나은 삶의 의지를 꺾지 않은 사람들

“해고통지서를 받아보니 진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더라고요. 조선소 들어와서 20년 동안, 해고돼서 나갈 정도로 엉망으로 살지는 않았는데. 시키면 시킨 대로 열심히 일해줬어요. 내 혼을 담고 뼈를 다 갈아넣을 정도로 힘들게 일했는데, 나갈 때 해고장을 받고 나간다? 자존심이 억수로 많이 상하더라고요. 너무 분하고 억울하더라고요.”

이 책은 여성 노동자 각각의 삶의 기록인 동시에 조선소라는 일터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증언이기도 하다. 2016년 무렵부터 조선업에는 대량해고가 밀어닥친다. 십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해고의 공포가 밀어닥치면서 노동자들은 상여금이 대폭 깎이고 임금이 동결되고, 사회보험이 체납되고 심지어 직장이 한순간에 폐업을 하는 상황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이후로 최저임금만큼의 보상을 받아도, 30년차 숙련공이 3년차와 같은 임금을 받아도 순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갖춰진다. 많은 이들은 차라리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다른 일터로 떠났다.

그렇다면 이 책의 주인공인 여성 노동자들은 왜 떠나지 않는가. 이들은 떠나는 대신 더 나은 삶을 만들고자 싸움을 벌인다.

2022년, 유최안 씨가 건조 중인 선박 바닥에 가로세로 1미터짜리 철장을 만들어 스스로 가둔 싸움으로 이들의 절박한 싸움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이 내건 임금 30퍼센트 인상은 자칫 무리한 요구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30퍼센트를 올려달라는 말은 2016년 수준으로나마 임금을 회복해달라는 요구였다. 수시로 폐업하고, 근속연수가 승계되지 않고, 노조원이 되면 블랙리스트에 올려 취업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이 구조를 바꾸고자 싸웠다.

팔뚝질도 구호도 어색하고 투쟁은 먼 남의 일로 여기던 여성 노동자들이 수십 미터 도크에 올라가고, 사측 노동자들에 맞서 거리에 드러눕고, 빨간 고무장갑을 손에 낀 채 팔뚝질을 하며 싸우는 모습들은 "이렇게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는 단순하고 절박한 구호가 왜 세상에 터져 나왔는지 이해하는 실마리가 된다.(그러나 2022년 51일 파업에 참가한 이들에게는 파업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470억을 배상하라는 소송이 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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