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호]회식 음주 후 해수욕장에서 다이빙 사고, 업무상재해 인정

[산재 판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3-03-09 14:25
조회
1313
[창원지방법원 2022.9.21. 선고 2021구단11921 판결]

                                                  김민옥 금속법률원 노무사


최근 음주를 동반한 모임이 많아집니다. 모임 후 무탈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때때로 음주가 사고를 부르기도 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은 회식 등을 사회통념상 노무관리 또는 사업운영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경우로 보고, 사업주 지배 관리 중 행사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법 제37조, 시행령 30조 참조). 다만, 실제 회식, 특히 음주로 발생한 사고는 누구의 원인으로 발생했는지 법 규정만으로는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입었을 때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그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그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회식 중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로 재해가 발생한 경우는, ① 사업주가 과음 행위를 만류하거나 제지하였는데도 근로자가 스스로 독자적이고 자발적으로 과음을 한 것인지, ② 업무와 관련된 회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재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③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하였는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음주와 재해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6두54589 판결 등 참조).

창원지방법원에서 근로복지공단이 불승인한 회식 음주 후 다이빙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대법원 판례에 따라 산업재해를 인정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2021.7월 저녁 바닷가 근처에서 있었던 A의 회식 모임은 외부인 참석, 일부 근로자 미참석, 회식비를 사업주가 내지 않은 점 등으로 사회통념상 노무관리 또는 사업운영상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설사, 해당 모임이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0조 소정의 ‘행사’로 볼 여지가 있더라도, A의 다이빙 행위는 행사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며, A의 산재요양 신청을 불승인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① A의 사장과 인근 지역의 다른 지점 사장, 그 직원들이 친목 도모를 위하여 주기적으로 저녁 회식을 함께 해 왔고 회식비용도 각 지점 사장이 번갈아 가면서 부담해 왔기에 그날 회식비를 다른 지점 사장이 부담했더라도, 전반적인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업무상 회식으로 보이는 점, ② 그날 회식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은 그날 근무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회식 자리에 참석한 직원의 지인은 운전을 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점, ③ 회식에서 술 마시기 게임으로 직원들이 각각 소주 1병 이상을 마신 점, ④ 특히, 입사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A가 술 게임 등을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⑤ A가 과음으로 정상적인 판단능력에 장해가 발생한 점 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A가 주변의 만류나 제지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과음을 하였다거나 스스로 자해를 하기 위하여 다이빙했다고 보기 어려워, 회식과 A의 다이빙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업무상 재해라고 보았습니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집단적이고 수직적 서열 문화에서 개인이 회식을 거부하거나 사업주나 상사가 권하는 술을 거절하기 쉽지 않습니다. 사실상 회식도 업무의 연장선이고 음주도 묵시적으로 강제되는 현실에서, 음주로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산재보상도 결국 사후적 조치이니,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모두가 기분 좋은 회식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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