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호]배달호 열사 20주기를 맞이하며...

[일터에서 온 편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3-03-09 14:19
조회
1139
게시글 썸네일

        양준호 산추련  회원


 

2002년 여름
월드컵이 한창일 때 두 노동자가 있었습니다.
물량 외주화로 이어진 47파업에 대의원 5지구대장과
사수대 5지구대장 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노동자는 구속됩니다.
대의원과 사수대로 각자 위치에서 활동하면서 안면은 있었지만
인사하는 사이 그 이상 이하도 아니였습니다.
교도소 면회(접견)시 잠시 스치는 순간에 미안하다며 말을 건내고
추석 전 보석으로 출소할 때에는
지금까지 고생한거 '이 형님이 갚아줄께'하면서 울어 줄 때에는 그냥
넋두리인줄만 알았습니다.
징계 3개월 후 복직하게 되지만
유서에도 말했듯이 '출근해도 재미가 없다' 딱 이 기분이었습니다.

2003년 새해
사수대였던 노동자는 출근을 해도 재미가 없고
현장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고 해서 술 한 잔 기울이면서
'나도 이젠 할 만큼 했다. 내 살길 찿아 가야겠다'며 새해 계획을 잡은 노동자였습니다.
같이 파업하고 구속되고 출근을 해도 재미가 없는것은 똑같았지만
한 노동자는 자기 살길 찿아가려 한 이기적 노동자였으며
한 노동자는 아침마다
수배 및 해고된 노동자를 찿아가 인사하면서 마음 아파 한 노동자였습니다.
1월 9일 새벽
한 노동자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위해 본인을 희생하게 됩니다.
전체를 위해...

사수대였던 노동자는
새해가 되면 남들처럼 새해 계획을 잡지 못합니다.
이 마음이 뭔지를 모르겠으나(찾지도 못했지만)
마음이 무겁고 숙연해집니다.

2023년 새해
20여년전 47파업의 계기가 되었던
물량외주화는 고용유연성과 이윤을 위해 계속 진행중입니다.
노동조합 또한 순간의 게으름과 잘못된 판단으로 외주화가 일상화되어 갑니다.

누굴 탓하겠습니까?
올 새해에는
더 이상 누굴 탓하지 말고 나부터 단련시키고 실천하고자 합니다.
20여년전 부끄러움을 알기에,
작지만 소중한 인연이기에,
나부터 실천하려고 합니다.
나를 시작으로 전체 노동자를 위해 다짐해 봅니다.

달호형님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전체 0

전체 359
번호 썸네일 제목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여는 생각] [128호]가짜 뉴스로 시작된 고용노동부 특정 감사와 산재보험 60주년 (9)
mklabor | 2024.04.11 | 추천 0 | 조회 764
2024.04.11 0 764
32
[현장을 찾아서] [128호]외투자본에 대항하여 우리 노동자의 매운맛을 보여주자!
mklabor | 2024.04.11 | 추천 0 | 조회 185
2024.04.11 0 185
31
[현장을 찾아서] [127호]조작된 건폭 빼앗긴 권리 - 경남도민일보 기획기사 요약
mklabor | 2024.01.18 | 추천 0 | 조회 429
2024.01.18 0 429
30
[현장을 찾아서] [126호]수많은 위기들을 헤쳐 온 모트롤! 또 다시 유래없는 위기
mklabor | 2023.10.21 | 추천 0 | 조회 655
2023.10.21 0 655
29
[현장을 찾아서] [125호]건설노동자 '양회동열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mklabor | 2023.07.21 | 추천 0 | 조회 1096
2023.07.21 0 1096
28
[현장을 찾아서] [124호]한국카본 사포공장 폭발사고
mklabor | 2023.05.15 | 추천 0 | 조회 1198
2023.05.15 0 1198
27
[현장을 찾아서] [123호]누가 뭐래도 연대!
mklabor | 2023.03.09 | 추천 0 | 조회 2002
2023.03.09 0 2002
26
[현장을 찾아서] [122호]노란봉투법=노동 3권 회복법
mklabor | 2022.11.04 | 추천 0 | 조회 1901
2022.11.04 0 1901
25
[현장을 찾아서] [122호]국민여러분 이대로 살 수 없지 않습니까?
mklabor | 2022.11.04 | 추천 0 | 조회 1860
2022.11.04 0 1860
24
[현장을 찾아서] [121호]한국지엠 불법파견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mklabor | 2022.07.27 | 추천 0 | 조회 1487
2022.07.27 0 1487
23
[현장을 찾아서] [120호]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과 후, 현장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26)
mklabor | 2022.04.21 | 추천 0 | 조회 1618
2022.04.21 0 1618
22
[현장을 찾아서] [119호]“빨리 가려면 혼자가라! 그렇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mklabor | 2022.01.22 | 추천 0 | 조회 1720
2022.01.22 0 1720
21
[현장을 찾아서] [118호]사라진 나의 일터... 나의 일상... (26)
mklabor | 2021.10.11 | 추천 0 | 조회 1928
2021.10.11 0 1928
20
[현장을 찾아서] [117호]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의 싹을 피우기 위해 (26)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1924
2021.07.08 0 1924
19
[현장을 찾아서] [116호]경남지역 투쟁하는 노동자들 (26)
mklabor | 2021.04.02 | 추천 0 | 조회 2527
2021.04.02 0 2527
18
[현장을 찾아서] [115호]코로나 보다 더 무서운건 해고다. 폐업을 철회하라 !!
mklabor | 2021.01.12 | 추천 0 | 조회 2284
2021.01.12 0 2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