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호]현재의 의학수준에서 곤란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

[산재 판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8-01-02 15:30
조회
2847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수준에서 곤란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대법원은 삼성전자 천안 LCD공장에서 근무하다 다발성 경화증이 발생하여 산재신청하였으나 불승인되어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에 대해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부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의 의뢰를 받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사업장을 방문하여 역학조사를 하였는데, 그 결과는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조건으로 판단되나, 현재 스트레스와 다발성 경화증에 대한 업무관련성을 판단할 만한 충분한 의학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관련성이 높다고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즉, 의학적 연구결과의 미진함에 대한 불이익은 노동자가 감수하라는 태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연구가 부족하여 밝혀지지 않은 상황을 노동자의 불이익으로 감수하라는 태도에서 벗어나 현실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노동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이른바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노동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을 좀 더 살펴보면, 사업주의 협조 거부 또는 관련 행정청의 조사 거부나 지연 등(공정에서 취급하는 유해화학물질 현황이 영업비밀이라며 비공개되었고, 역학조사 당시는 노동자가 노출된 날로부터 몇 년이나 경과된 이후였다)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단계에서 노동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사실관계 조사에 대한 현실적인 한계를 노동자의 불이익으로 감수하라는 기존 태도에도 경종을 울렸다.
특히, “사업장에서 개별적인 화학물질의 사용에 관한 법령상 기준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지적하여, 유해물질의 법령상 허용범위가 정책적 범위일 뿐이지, 안전을 보장하는 범위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고,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여 각 유해물질의 복합적인 작용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진일보된 판결이다.
본 판결은 첨단산업에서 희귀병의 발병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재해 전반의 인관관계를 판단함에 있어, 의학적 연구의 미비, 사업주의 비협조, 시간의 경과 등에 의해 판단기준이나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경우, 노동자에게 불리한 사정으로만 판단하였던 그간의 관점을 변경하여, 인과관계의 폭을 현실적으로 확장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큰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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