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호]기술 부족이 아니라 철학이 문제다
[여는 생각]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7-10-17 14:30
조회
2978
먼저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자.
밀폐 공간에서 폭발의 조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환기 기술은 있고, 최악의 경우 환기에 실패해서 폭발 조건이 조성되더라도 점화가 가능하지 않도록 하는 각종 방폭 기술이 있다. 그리고 더욱 최악의 경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질식으로 사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송기 마스크를 지급하여 작업자를 최악의 경우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두 번째,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자.
밀폐 공간과 관련한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몇 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폭발 하한의 25%를 유지할 것이라든가, 방폭 전기기기에 대한 인증과 사용, 적절한 보호구 지급, 적합한 교육과 작업 허가서 발부 등이다. 특히 작업 허가서에는 많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언제, 누가, 몇 명의 작업자가, 작업 시 위험요인은, 위험 제거 방안은, 제거 할 수 없으면 최소화 또는 관리는 어떻게할것인가 등, 이런 정보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술’과 ‘제도’가 존재한다. 그런데 왜 노동자는 사망했는가? 위험 작업을 해서 사망했는가? 아니다. 평상 시 위험이 관리되지 않아서이다. 즉, 철학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망자들은 물량팀 노동자들이다. 원청은 평상 시 사내하청 및 물량팀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원청은 배가 언제까지 만들어지는 것에 관심을 가졌을 뿐 물량팀 노동자들이 어떠한 노동환경에서 일을 하는지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물량팀 노동자들은 위험을 느꼈어도 말을 할 곳이 없었을 것이다. 원청 사업주와 관리자들이 자신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청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적절한 환기에 대해서 고민을 했을 것이고, 방폭등이 이런 식으로 관리되지 않았을 것이다. 방폭등이라고 하지만 방폭 기능이 상실된 것들이다.(지금까지 적발이 되지 않은 것이 더 이상할 뿐이다. 이는 감독 기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고를 예방하려면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이 있어야 한다. 철학이 없으면 아무리 높은 수준의 ‘기술’과 ‘제도’가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이번 사고가 그 증거다.
같은 호의 글:
[여는 생각] 기술 부족이 아니라 철학이 문제다
[활동 글] 우리의 태도를 분명히 하자
[활동 글] 2017. 9. 7. 사드가 소성리를 짓밟은 날
[상담실] 사고목격 노동자의 고통스러운 시간
[초점] 또 다시 스스로 목숨 끊은 집배원 문재인 정부는 지금 당장 인력을 대폭 확충하라
[초점] 집배원의 못다 전한 편지
[산재 판례]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 취약성도 업무상 재해여부 판단 시 고려사항이다
[일터에서 온 편지] 한국산연지회
[건강하게 삽시다] 월경통
[만나고 싶었습니다] 삶을 무엇으로 채울것인가
[현장 보고] 집배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 조사 결과
[현장을 찾아서] kbs도 공범이다
전체 0
전체 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