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호]전세버스 운전기사의 대기시간은 온전한 휴식시간으로 볼 수 없다.

[산재 판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9-07-05 11:32
조회
3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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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 김명수 회원


(서울행정법원 2019. 3. 14. 선고 2017구단67646 판결)

A씨는 전세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였는데, 체험학습, 관광 등의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2015. 9. 15.부터 2015. 10. 3.까지 19일동안 휴무없이 계속 전세버스를 운행하다가 2015. 10. 4. 오전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다. 유족은 업무상 과로로 인한 사망으로 보고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보고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 유족은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심 법원과 2심 법원은 모두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업무관련성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버스운전기사는 긴장·집중도가 높아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높은 점 △전세버스 수요의 갑작스러운 증가로 19일 연속 휴무 없이 계속 근무한 점 △사망 전 1주간의 근무시간은 72시간으로 사망 전 4주간 평균 47시간 7분을 크게 상회하여 업무부담이 단기간에 급격히 증가한 점 △사망 전날 15시간 운전업무를 하고 새벽 01:30에 귀가한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08:00에 출근하여 버스를 세차하던 중 08:30에 쓰러져 사망한 점 등을 이유로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전세버스 운전기사의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보아 근무시간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이다. 대기시간을 제외한 망인의 업무시간은 사망한 날로부터 최근 1주일간은 38시간 25분, 그 전 1주일은 30시간 38분, 그전 1주일은 23시간 31분에 불과하였다. 즉, 사망 전 1주간의 근무시간이 대기시간을 근무시간에 포함하면 72시간이 되고,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보아 근무시간에서 제외하면 38시간 25분에 불과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망인의 근무시간에 대기시간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휴게실이 아닌 차량 또는 주차장에서 대기하여야 하고, 승객들의 일정을 따르다보니 대기시간도 규칙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대기시간 전부가 온전한 휴식기간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대기시간 또는 휴게시간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여, 휴게시간이라고 하여 일괄적으로 근무시간에서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휴게의 질과 상태를 파악하여 온전한 휴게시간에 대해서만 제외하도록 한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다. 과로성 뇌심혈관계질환에 대한 업무관련성 판단에 있어서 과로를 판단하는 1차적 요소는 근무시간인데, 이 근무시간을 산정함에 있어서 휴게시간은 언제나 큰 쟁점이 되어 왔다. 휴게시간은 근무시간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휴게시간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근무시간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결국 산재 인정여부에도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도 현행 지침에서 “휴게시간으로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자유로운 휴식이나 식사가 불가능하다면 업무시간에서 제외할 수 없음”, “아파트 경비업무의 경우 수면시간이 연속 5시간 이상이 제공되지 않으면 수면시간은 업무시간에 산입”등의 형태로 휴게시간을 실질적으로 파악하려고 하는 움직임은 보이나, 일선 지사에서 재해조사를 하는 경우 실제로 30분만 식사를 하더라도 휴게시간이 1시간으로 정해져 있다는 이유로 휴게시간을 1시간으로 조사하는 경우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일선 지사에서도 과로를 판단하는 근무시간을 파악함에 있어 휴게시간 또는 대기시간을 실질적으로 측정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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