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쥐마왕 |
|
 |
|
지리산에 올라서. 첫날 - 2 |
|
‘삼도봉’..
경상도/전라도/충청도(?) 맞나 모르겠다.
쇠로 만들어진 삼각형 뿔 모양으로 각 경계를 표시해 놓았다.
참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설정한 경계다.
지리산은 경계가 없다. 있다면 경상도/전라도 이런 식으로 경계가 아니다.
계곡으로 만들어진 경계, 자연 현상으로 만들어진 경계 그런 경계만 있을 뿐이다. 그 경계속에서 다양한 식물과 생물들이 존재한다.
지리산을 소유한 인간은 그렇게 다시 인간의 시각으로 경계를 짓고 있다.
증산리 매표소에 적혀 있는 문구가 거슬린다.
여러분을 위해서 개방한 지리산을..
여러분을 위해서 개방했다니.. 결국 누군가가 소유한 것이다. 그 소유는 국가란 것이다. 지리산은 누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소유한다.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경계로 지리산을 경계 짓는다.
삼도봉 이란 이름은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된다. 인간은 이름 붙이기를 좋아한다.
인간이 이름 붙이는 순간 진정한 의미는 사라지고 말기 때문이다. 삼도봉이란 이름이 붙혀진 순간 지리산 그곳의 모든 의미는 삼도봉 그 이름으로만 기억될 수 밖에 없다. 이름을 붙힌다는 것은 모두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서다. 오로지 인간의 편리함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설정한다. 그리고 지리산은 그냥 묵묵히 불리우는 대상으로 전락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곳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그리고 그 경계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너무 관념적인가..
어쨌든 그 경계 짓는 이름은 인간의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계로서 삼도봉이 아닌 진정한 이름은 무엇일까? 갑자기 궁금해 졌다..
삼도봉에서 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삼도봉에서 처음 사람을 만났다. 사진을 찍어 달라는 그 사람들..
산에서 만나는 사람은 이런 것이구나 생각이 들 정도 그냥 친근했다.
그러한 친근감은 도시로 내려 오면 없어진다.
서로 경계를 한다. 서로에게 주는 먹거리 조차도 경계의 대상이 되지만 지리산에서는 경계의 대상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왜 그럴까? 공통의 목적 때문일까? 아니면 이곳이 ‘산’이기 때문일까?
뱀사골에서 하룻밤 묵다.
뱀사골 가는 길은 험난 했다. 미끄러지는 사람들.. 정말 끔찍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웃으면서 맞이 할 수 있으니 갑자기 사람이 변한 것 같다. 넉넉해진다..^^
아마 뱀사골은 뱀이 많이 나와서 뱀사골일 것이다. 그냥 나의 생각~~!!
난 뱀을 많이 싫어하는데.. 무서버~~!!
그곳에서 여장을 풀고 음식을 준비했다.
처음 산장에서 자보는 거다. 그래서 산장 내부가 궁금했다. 내가 상상하고 있던 산장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많이 달랐다. 취사장까지 따로 있고..
한쌍의 부부를 만났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것 같다..
한참을 봤다..
그분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넉넉해진다.. 마음도 푸근해 진다.
서로 먹거리를 떠 먹여 주는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그분들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저렇게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저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 분들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밥 맛이 꿀맛이다. 산에서 먹는 밥은 맛있다는 이유가 있다.
배가 고파서 일까? 아니면 정말 산이기 때문에 맛있을까? 밥 하는 사람의 음식 솜씨가 좋아서 일까?
그런데 대장이 가지고 온 소고기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
아마 내가 잘 먹지 않는다는 사전 정보를 어디서 입수한 것 같은 느낌.. ㅋㅋ
생각보다 씻는 것이 불편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난 문명화된 삶에 익숙해져 있다. 자연을 노래하지만 여전히 내 삶은 문명화된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그것은 현실이란 생각이다.
사회주의적 삶을 이야기 하지만 우리네 삶이 자본주의적 삶과 너무나 닮아 있는 것 처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하루가 지나간 것 같다.
새로운 이도 만났다.
로자의 남자친구 분이란 사람..
푸근한 느낌이 든다.. 재밌는 사람이다.. 첫 인상이 좋았다.
거기다 고로쇠까지 주다니.. 물질에 너무나 약한 나의 모습.. 우힛~~!!
처음으로 고로쇠란 것을 마셔본다.. 맛있다..
산에 오면 사람들이 부지런해지는 것 같다.. 이해 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 덕분에 나 같은 사람은 좋다.. 난 절대로 스스로 일한다는 사람 말리지 않는다..^^
하루를 마무리 했다. 잠자리는 생각보다 따뜻하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