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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마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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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올라서.. 둘째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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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올라서.. 둘째 날
눈이 내린다..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펑펑 내린다.
새하얀 눈이 내 마음까지 하얗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꽁꽁 얼은 길에 눈이 덮여 산행을 쉽게 만들 것이라는 것이다. 이 도구적인 관점..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 산 짐승들은 과연 눈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뱀사골에서 출발해서 올라가는 길이 매우 힘들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역시 체력에는 자신이 없다.
그러나 그 시기가 지나니 모든 것이 낳아지는 것 같다. 그리고 길도 좋아지는 것 같다.
가는 길이 모두 하얗다.
세상의 때가 다 씻기는 것 같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하얀눈이 세상의 때를 다 씻겨 주는 것일까? 아니면 가려주는 것일까?
눈 덮인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눈’이 나의 ‘눈’을 기만하고 있는 것일까?
자본과 정권이 민중들의 ‘눈’을 가리듯이..
숙견 선배가 산을 오르는데 힘들어 한다.
천천히 가도 되는데..
연하천 산장에 도착했다. 조그마한 산장이다. 산장 지킴이 아저씨가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우리에게 잘 해준다..
산장에 소원을 비는 곳에 ‘산재법 개악저지와 전면 개혁’이란 리본을 매달아 놓았다.
그리고 ‘안돼 FAT'란 뺏지를 아저씨 한테 선물로 주었다.
나와 대장은 연하천 산장 엽서를 선물로 받았다.. 왠 떡.. ㅋㅋ
시를 한수 가르쳐 준다.
고은 시인이 지은 시라고 한다.
함박눈이 내린다.
함박눈이 내린다.
모든 것이 무죄다..
맞나 모르겠다.. 왜 함박눈이 내리는데 모든 것이 무죄일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의미가 의렴풋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그의 생각을 진정으로 알 수 없기 때문에.. 궁금함으로 남겨져 있다..
그러고 보니 난 지금까지 ‘시’ 한편 외우지 못하고 산 것 같다..
너무 팍팍한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새석 산장에 가다..
새석 산장에 도착했다. 호텔이란 말이 맞는 것 같다.. 너무 깨끗하다..
그게 다 김치까지 팔다니..^^
다들 밥하는 사이에 난 잠시 잠이 든 것 같다..
얼굴이 확 달아 오더니 이내 잠들었다.. 피곤했던 것 같다..
대장이 나를 깨우러 온 것 같다..
밥을 먹고 술을 먹는다..
아저씨 한분이 술을 조금 나눠달라고 한다. 그분에게 한컵을 부어드렸다.
그러니 좀 있다 더 달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매몰차게 거절했다..
그냥 줘도 될 것 같은데..
나누는 것은 많이 있어서 나누는 것이 아닌데..
‘나눔과 성장’이란 박노해 님의 시 한편이 생각났다..
산의 여유에 대해서 말을 하면서 왜 그렇게 술에 집착을 할까.. 조금 덜 마시면 되는데..
그 사람과 함께 나눠 마셔도 될 것 같은데..
사람들이 조금 실망스럽다.. 그래서 내가 그냥 그 아저씨에게 우리 먹을 술도 없다고 매몰차게 말했다.. 그 분은 곧 돌아갔다.. 안쓰럽다..
그런데 뱀사골에 만났던 ‘이’를 다시 만났다..
이상하다.. 그 ‘이’에게는 술을 나눠준다..
처음 술을 얻으러 온 그 분과 이 사람과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술이 빨리 떨어져 일까 아니면 피곤해서 일까 사람들이 일찍 잠을 청한다..
그런데 난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이 마지막 밤이란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책이 있어 책을 봤다..
대장은 옆에서 시집을 본다.. 시집은 정말 어렵다..
(시를 읽는 것이 나만 어려운줄 알았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로자와 대장도 어렵다고 한다..)
흥미가 가는 책이다.. 근현대사에 대해서 민중적 시각에서 적은 것은 몇 권 봤지만 고대와 조선까지의 역사에 대해서 민중적 시각에서 적은 글은 별로 보지 못했다..
그의 관점이 궁금했다..
그런데 조금 읽어 나가니 실망스럽다.. 기존의 역사 서술과 별반 틀리지 않다.
역사를 고정되게 보는 것 같다.. 역사적 인물들.. 근대의 눈으로 근대의 역사적 시각으로 보는 것 같다.. 아마 고구려는 한민족의 역사라고 할 것이다. 고구려를 구성하고 있던 다양한 민족들을 폭력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책을 덮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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