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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마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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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보다는 '스카우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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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보다는 '스카우트'
두 개의 영화는 1980년 5월을 배경으로 제작되었다.
'화려한 휴가'는 국가 폭력을 무게 중심에 두고, '스카우트'는 선동렬이란 선수를 스카우트에 무게의 중심에 두고..
'화려한 휴가'의 역사적 시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재를 민주주의 완성태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완성된 현재의 시각에서 과거를 투영한 것이다.
또 한가지는 근대 국가 권력을 부정하지 않는 시선이다. 광주에 등장하는 이들은 애국가를 부르고, 태극기를 흔든다. 그들은 모두 대한민국이란 근대 국민 국가를 부정하지 않는다. 더 좋은 대한민국을 건설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현재의 국가 권력은 '화려한 휴가'에 대해서 웃음 짓는다.
그런데 '스카우트'란 영화는 다르다. 영화 감독이 어떤 시선으로 80년 5월을 본 것인지는 사실 나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영화는 시끌 버쩍하게 말하지 않으려고 해도 무엇가를 계속 암시를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그 시대의 고등학교 최고 투수인 선동렬을 어떻게 스카웃 할 것인가란 소재다. 선동렬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선동렬을 스카우트를 하려고 광주로 간 임창정이 9박 10일 동안 벌어지는 사건의 종합이다.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임창정은 원래 '화려한 휴가'를 꿈꾸면서 '휴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윗 상사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광주로 대신 선동렬을 스카웃하러 떠난 것이다. 그에게 이번일로 인해 '화려한 휴가'의 꿈은 사라진 것이다.)
영화는 광주에 대해서 어떠한 이야기나 평가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광주 시민인 선동렬 아버지(백일섭분)는 뉴스에 나오는 광주 시위대를 보면서 '세상이 어떻게 될 라고 하는지'라며 시니컬하기까지 하다. 허걱!! 우리가 알고 있는 투쟁을 진행하던 광주 시민의 모습과 다르다. 광주 시민들의 일상의 모습은 혁명 광주의 모습과 너무나 대비된다.
영화 중간 중간에 뉴스를 통해서 광주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고 광주가 진압되기 전 날 임창정을 기다리던 선동렬은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고 그의 아버지와 아무렇지도 않게 집으로 향한다. 고깃집에서 광주 시민들은 뉴스를 통해 진압되려는 광주를 두 손 모아 본다. 영화는 그렇게 끝난다.
임창정과 과거 연인(엄지원)은 광주에서 만난다. 엄지원은 YMCA에서 일을 한다. 당연히 시대의 무거운 짐에서 벗어 날 수 없는 사람이다. 엄지원은 대학 선배인 임창정과 연인 사이였지만 아무런 말 없이 임창정을 떠난다. 임창정은 원래 투수였다. 원인도 모른 채 떠난 그녀.. 임창정은 생애 첫 선발을 그녀와의 이별 때문에 망치게 된다. 그 이유 때문에 투수로서 삶이 끝난다. 영화는 막 바지에 왜 그녀가 임창정을 떠났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이 영화의 핵심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짧게 나오는 오빠 ⇒형 ⇒ 오빠란 호칭의 변화도 이 영화의 중요한 흐름이다.
임창정을 떠나면서 엄지원은 '오빠'란 호칭에서 '형'이란 호칭으로 바꿔 부른다.
임창정은 어색해 한다. '왜 운동권인 용어를 너가??'
임창정을 떠난 이유는 다름 아닌 한 사건 때문이다. 엄지원은 대학 민주화를 요구하면서 총장실 앞을 점거한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임창정이 속한 대학 야구부를 동원해 대학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한다. 그 속에 둘은 만난 것이다. 아니 엄지원만 임창정을 본 것이고, 임창정은 엄지원을 보지 못했다. 그 사건으로 둘은 헤어지고, 임창정은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다. 영화 마지막 임창정은 구속된 엄지원을 구출하기 위해서 자신의 삶을 던진다. 다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이제는 반대다. 임창정이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던 대상은 '경찰'이다. 그녀를 구하고 임창정은 끌려간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임창정에게 다시 '오빠'라는 말을 사용한다. 국가는 그렇게 그 둘에게 있었던 것이다.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게..
영화는 '화려한 휴가'처럼 국가의 직접적 폭력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 시대가 대중들의 삶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코믹하게 보여준다. 직접적으로 운동에 뛰어 들지 않았던 임창정은 결국 시대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임창정은 그것을 느끼지도 못한다. 그냥 그녀가 원망 스러울 뿐이다. 영화 마지막에 조금은 느끼게 되지만 확연한 '적'으로서 국가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또한 좋은 국가를 만들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일 뿐인다.(대중을 구성하고 있는 임창정은 그 국가 권력을 승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뉴스에 나온 전두환에 대해서 인간적인 전두환을 이야기한다. 저항하는 임창정의 모습은 단지 자기 연인이었던 엄지원을 구출할 때 뿐이다. 그것에 대해서 국가 권력에 대항하는 영웅적 민중의 모습을 그려넣을 필요가 굳이 없을 것이다.)
영화는 '화려한 휴가'의 '나쁜 그들'과 '착한 우리'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대해서 약간은 비틀어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그래서 영화가 코믹 것은 아닐까? 그래서 웃기면서 재밌다.)
사실 '화려한 휴가'류의 이분법적 구도는 굉장히 큰 문제를 야기 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즉, '나쁜 그들'과 '착한 우리'라는 이분법적 도식은 소수의 사악한 권력과 다수의 선량한 국민의 투쟁이란 구도를 만들고, 과거 민주화 운동이 더욱더 빛을 발하고 그것에 저항하는 다수의 민중들의 행위는 정당화 된다. 그래서 모든 처벌은 소수의 사악한 권력을 행사한 군사 독재에게 행사되고 그 처벌을 함으로서 과거가 청산된다고 말한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즉, 그렇게 청산된 역사는 역설적으로 청산되지 못하고 대중의 기억 속에 잠재되어 있다. 소수의 군부 독재의 잘못만이 부각되었지 그것에 동조하고 가담했던 평범한 대중들에게 역사에 대한 책임에 대한 면죄부를 주기 때문이다. 즉, 청산의 대상이 되지 않은 평범한 대중들은 면죄부를 얻게 되고 그들의 일상 습관과 관행들은 여전히 대중들의 의식을 묶어 두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휴가’가 이분법적 구도의 경우라면 ‘스카우트’의 경우는 그것을 뛰어 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이분법적 역사 사고 방식은 결코 역사 인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드러난다. 토리노의 사회주의 봉기에 참여했던 이탈리아 노동자들의 파시스트 당에 압도적으로 몰아주었던 표와 97년 한국 대선 당시 박정희 신드룸은 그것을 이야기 한다.
독일의 경우 철저한 역사 청산을 하였다고 하였으나 대중들의 침묵의 공모는 지속되고 있었다. 슬픈 사실은 나치들을 처단함으로써 역사 청산을 선언한 독일의 나치 전범자들의 경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드러나지 않은 독일인들의 경우 소수의 전범자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움으로서 역사적 책임을 면죄 받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서독에서 1951년 실시한 한 설문 조사에서 1933년에서 1939년까지의 시기를 전쟁과 폭력 그리고 학살로 기억되기 보다는 평화와 질서, 경제 호황으로 인한 실업 감소의 시기로 기억하고 있었다.)
독일의 68년 세대가 부모 세대에게 “당신은 그 당시 무엇을 했는가?”라고 묻기 시작하면서 침묵의 공모에 금이 가기는 시작했지만..
스카우트는 그 점에서 괜찮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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