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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ㆍ노동지하철 기관사 자살…9년전에도 있었던 일,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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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3-14 09:42:30ㅣ수정 : 2012-03-14 14:53:42
지하철 기관사 자살…9년전에도 있었던 일, 이유는?
이성희 기자mong2@kyunghyang.com
한 기관사가 선로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 오전 6시48분부터 7시55분까지 1시간 가량 근무를 마치고 다음 근무자와 교대를 한지 10분만의 일이다. 승강장 끝에 있는 직원용 출입문을 열고 터널을 통과해 왕십리역으로 들어오는 마천행 열차에 몸을 던지는 순간,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12일 기관사 이모씨(43)는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서울도시철도노조가 13일 이씨의 죽음과 관련해 도시철도공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만난 12년차 기관사 윤종혁씨(38)는 한숨부터 지었다. 윤씨도 이씨처럼 5호선을 운행한다. 다른 사무소 소속이지만 근무 사이클이 같은 조였다. 방화기지에서 열차를 출고할 때 관제센터를 통해 사상사고 방송을 들었다. 처음엔 일반 승객인 줄만 알았건만. 그를 친 열차의 기관사도 윤씨의 동료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건 알았어요. 지난해 휴가도 내고 병원치료를 받고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이번에 전직 신청을 냈는데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차타기 힘들겠구나' 생각했죠."
공황장애란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정신질환이다. 심장박동수가 증가하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며 땀이 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정신질환을 앓던 기관사가 목숨을 끊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8월 도시철도의 두 기관사가 며칠 사이로 자살했다. 대법원은 2004년 지하철 기관사의 공황장애를 산업재해로 인정하기도 했다. 11명이 산재승인을 받았다.
"하루 평균 운행시간이 5시간 정도거든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죠. 그 거리를 캄캄한 터널에서 2분 간격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앞만 보고 가야 하는데 수천 명의 승객이 타고 있다는 게 심리적으로 압박일 수밖에 없어요."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산업의학과가 2007년 도시철도공사에 근무하는 기관사 836명을 대상으로 특별건강검진을 실시했다. 그 결과 기관사의 공황장애 유병률은 일반인 보다 7배나 높았다. 주요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각각 2배, 4배에 달했다.
도시철도 구간은 전 구간이 지하다. 지상구간이라고 해봐야 7호선 청담역 근처에서 잠깐, 8호선 1역이 전부다. 지하철 운행시간에 따라 출퇴근이며 근무시간도 분 단위라 시간에 대한 강박감은 어쩔 수 없다. 전기절약을 이유로 환풍기와 형광등도 제대로 켤 수 없었단다. 스크린도어가 도입되면서 승객 끼임 등 안전사고에 더 주의해야 한다.
노조는 기관사들이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주요 원인으로 1인승무제를 꼽는다. 기관사 1인이 지하철 운전과 출입문 관리, 안내방송, 객실 민원 등을 모두 처리해야 한다.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중앙사령실에 연락하고 승객들에게 안내방송을 하고 다음 역에 있는 사람에게 연락한 뒤 본인이 직접 응급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급할 때는 기관실에서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현재 서울메트로에는 한 열차에 기관사를 비롯해 안내방송과 출입문 개폐를 담당하는 직원 등 총 2명이 탑승한다.
기관사 1명, 안내방송과 출입문 개폐를 담당하는 1명이
"지난해에는 팔에 깁스한 기관사, 다리 골절된 기관사, 성대 결절된 기관사가 한 사무소에 있었던 적이 있어요. 열차를 세울 수는 없고 사람은 없으니 다리 골절된 기관사랑 성대 결절된 기관사를 2인1조로 투입하는 해프닝도 있었죠."
윤씨는 헛헛한 웃음을 지었다. 최근 기관사 850명 중 10%에 달하는 95명이 전직을 신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중 23명만 보직이 전환됐다. 이들에게 기관사는 더 이상 자랑스러운 직업이 아니다. 숨진 이씨도 전직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은 "2006년 정신질환으로 투병 중인 기관사는 32명이었다"며 "근무환경이 더 악화된 점을 미뤄보면 현재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관사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일이 9년이 지나 같은 사업장에서 또 일어났다는 게 비통하다"며 "도시철도공사가 기관사의 자살과 정신질환을 방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시철도공사에 대해 "수동운전을 강요하고 병가 사용일수를 경영평가의 지표로 삼아 기관사들의 업무스트레스를 증가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씨의 죽음과 관련해서도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1인승무제 폐지와 노동환경 개선 등을 촉구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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