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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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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 이윤보다 생명이다 - 민중의 힘으로 민중의‘건장보장제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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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상의료’로 민중의 건강을!
민중건강에 관련된 모든 서비스 영역을 보장해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보장 제도의 급여 혜택은 의료서비스, 그 중에서도 ‘일부 치료서비스’에 국한되어 있다. 그리고 질병 치료에 필수적인 치료서비스 중에서도 상당수는 의료보장 제도의 영역 밖에 있다. 민중이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고 건강하게 사는 데 필요한 것은 의료서비스 뿐만이 아니다. 가장이 아파서 치료를 받느라 돈을 벌지 못할 때, 가족이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생계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생계보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장은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돈을 벌기 위해 일터로 나서야 한다. 가족을 굶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런데 의료보장 제도를 가진 서구 선진국에서 ‘생계보장’은 기본이고, 상식이다. 건강 유지와 질병 치료에 필요한 의료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고, 의사 처방을 받은 온천욕, 출산 후의 아기 기저귀, 안경을 포함한 각종 보장구, 심지어는 병원에 오는 교통비까지 의료보장 제도를 통해 보장해주고 있다.
본인부담금은 ‘실질적으로’ 철폐되어야 한다
의료보장 제도 급여 혜택의 범위가 획기적으로 늘어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급여 혜택 대상 서비스에 대해서조차 상당한 수준의 본인부담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념적으로 의료보장 제도에서는 세금이나 보험료의 형태로 사후에 발생할 의료 비용을 미리 지불한다. 따라서 원래는 ‘본인부담금’이란 것이 불필요하다. 그러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 비용 부담이 전혀 없으면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빈발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본인부담금은 환자에게 ‘완전히 무료는 아니구나’라는 점을 상기시킴으로써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남용을 자제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 이용까지 막아버릴 정도로 엄청나게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다. 오죽하면 신자유주의의 전도사라고 하는 세계은행조차 “과도한 본인부담금을 인하하라“고 권고했겠는가?
본인부담금은 ‘실질적’으로 철폐되어야 한다. 여기서 ‘실질적’이라 함은 본인부담금이 부과된다고 하더라도 민중의 정당하고 자유로운 의료서비스 이용을 가로막는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무상의료’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꿈만 같은 이런 의료보장 혜택은 비단 서구 선진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와 거의 흡사한 의료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대만의 예를 들어보자. 분만에 관련된 서비스, 예방서비스는 무상으로 제공된다. 외래 진료의 본인부담금은 2,000원 미만으로 정해져 있고, 입원 진료의 본인부담금은 입원일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30일 이내인 경우에는 전체 진료비 10%만을 부담한다. 그리고 이조차도 1인당 연간 본인부담금이 우리나라 돈으로 약 120만원을 넘을 때에는 그 초과 본인부담금은 전액 보험에서 부담하고 있다. 즉 서구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민중이 최소한의 부담으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무상의료’는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21세기 복지에 승부를 (독일편)
독일의 공업도시 쾰른의 한 화학공장에서 10년간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뮐러(39)는 최근 심장이 나빠 쾰른 칼크 기독교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받았다. 그는 작은 병원에서 먼저 수술을 한 뒤 상태가 좋지 않아 병상이 500개인 이곳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대수술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자신이 낸 치료비는 전혀 없다. 의료보험조합에서 병원비 전액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꼬박꼬박 낸 의료보험비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아내와 두 아이의 생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처음 6개월까지는 회사가 월급 전액을 질병수당으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그 후로 1년 동안은 의료보험조합에서 질병수당을 준다. 뮐러는 이와 함께 다달이 두 아이의 몫으로 540마르크(약 32만4000원)의 자녀수당을 받는다. (후략)
<한겨레신문 2000년 12월 26일>
2. 수가제도, ‘개혁’이 아니라 ‘철폐’가 필요하다
의사와 병원이 돈벌이에 몰두할 때, 민중의 건강은 없다
현재의 행위별수가제는 의료인과 병원의 이윤 동기를 가장 적나라하게 자극하는 수가 제도이다. 의료서비스를 많이, 그리고 자주 제공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이런 꿀단지를 모른 척할 도덕군자는 아무도 없다. 행위별수가제의 대안으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포괄수가제의 예를 보자. 포괄수가제는 ‘질병명이 동일하면 환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양에 상관없이 같은 비용을 지불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병원 입장에서는 가급적 서비스를 적게 제공하려고 한다. 즉 포괄수가제는 ‘의료서비스의 과잉제공’이라는 문제는 줄일 수 있지만, ‘의료서비스의 과소제공’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킨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수가제도의 ‘개선’이 아닌 ‘철폐’를 통해 ‘의료서비스 제공’과 ‘경제적 보상’을 분리해야 한다. ‘의료서비스 제공’과 ‘경제적 보상’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의료공급자의 이익’이 ‘민중의 건강’에 항상 앞설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는 인터뷰를 한번 보자.
“동네의원이 살 길은 오직 환자를 많이 보는 것뿐입니다. 1주일에 한번 방문이면 충분한 비염환자도 매일 오라고 할 수밖에 없지요. 불필요한 검사인줄 알지만 4만～5만원이라도 벌기 위해 보험이 되지 않는 초음파검사를 하자고 말할 땐 낯 뜨겁기 짝이 없습니다.” (내과 개원의 K씨의 인터뷰)
<중앙일보 2000년 8월 24일>
3. 의료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
정부와 자본의 부담을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만큼 정부가 민중건강에 적게 기여하는 나라도 드물다. 전국민의료보험이 시작되던 1989년에 지역 건강보험 지출의 50%를 정부가 국고부담하기로 하기로 약속했었지만, 그 약속은 10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다. 민중건강에 무책임하기로는 우리나라 기업도 정부에 뒤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기업은 해당 기업 노동자들의 보험료의 50%를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제노동기구의 최소 권고 기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외국의 사례를 보면 노사가 절반씩 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은 드문 현상이다. 일본 조합관장 건강보험의 경우를 보면, 기업주가 보험료의 56.4%를 부담하고 정부가 건강보험 관리운영비의 일부를 부담하고 있다. 보험료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인 프랑스도 보험료의 2/3을 기업주가 부담하고 있어서 노동자의 실제 부담은 크지 않은 편이다.
있는 자에겐 자비롭고, 없는 자에겐 가혹한 의겥?보겴? 제겣?
보건복지부가 올해부터 월 보험료 상한선을 184만원으로 설정하는 바람에 법률회사 대표인 김 모 씨가 월 290여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삭감 받는 것을 비롯해 재벌총수, 의료기관 대표 등 고수익자 100명의 건보료가 지난해에 비해 100만 원 이상 경감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만성 적자인 건보 재정을 메우기 위해 올해 일 반국민의 건강보험료는 6.7%나 인상돼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문화일보 2002년 9월 12일. 재벌 등 `건보료 상한제` 혜택>
부유한 자는 ‘더’ 많이, 가난한 자는 ‘더’ 적게 내야 한다
우리나라의 보험료는 ‘정률제’ 방식으로 부과된다. 즉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보험료 부과의 기준에 되는 표준보수월액에 일정 비율(보험료율)을 곱한 금액을 보험료로 낸다. 예를 들면, 2001년 현재 표준보수월액이 120만원인 사람과 540만원인 사람은 표준보수월액의 3.4%에 해당하는 40,800원과 183,600원을 각각 보험료로 낸다. 그런데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동일한 비율로 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은 ‘균등’하기는 하지만 ‘공평’하지는 않다. 100만원 버는 사람의 1%와 1,000만원 버는 사람의 1%는 결코 같지 않기 때문이다. ‘공평한 부담’은 부유한 자가 ‘더’ 많이 내고, 가난한 자가 ‘더’ 적게 내는 것을 말한다. 즉 현행과 같은 ‘정률제’ 방식이 아니라 소득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보험료율도 인상되는 ‘누진제’ 방식으로 보험료 부과체계가 개편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일부 최상위 소득계층의 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반면, 대다수 소득계층의 보험료 부담은 줄어든다. 그리고 건강보험 재정도 현행보다 크게 늘어난다. 바로 이런 것이 노동자, 민중이 바라는 건강보험 재정 문제의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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