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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호]능멸, 말로 되갚지 않는다.

                                                           이헌수(양산여고)

“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정말 박근혜 대통령이 전체 책(아마 8종의 국사 교과서를 지칭하는 듯)을 다 보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기운으로 책을 검증하는 시스템은 단군 이래 처음이자 세계 최초의 검증 시스템일 것이다. 이 검증 시스템을 통과하지 못 한 한국사 교과서를 보게 되면 혼을 비정상화하는 주술에 걸리게 된단다.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정권이라길래 군부 시절이나 독재 시절로 되돌리는줄 알았더니 샤머니즘의 세계로까지 돌아 갈줄이야. 민주주의자와 진보주의자들의 투쟁이 씨도 안 먹히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무당과 싸워 본 적이 없으니...... 샤머니즘과 민주주의자들의 대결, 참으로 해괴한 장면이다.

교육부가 말하는 좌편향을 비웃다.
(교육부 홈페이지에 있는 편향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북한 선전문구 무비판 인용’을 문제 삼았다. ‘인용’은 원래 문구를 그대로 갖고 오는 것이다. 인용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부정적 문맥 안에 인용하지 않았다는 게 교육부의 주장이다. ‘전체를 보면 기운이 느껴진다’는 분들이 한 페이지의 부정적 맥락도 읽지 못한다니 한심하기는 하지만, 교육부의 수정 요구를 받아들여 김일성주의가 ‘권력 독점, 우상화, 숙청’ 등에 이용되었다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미 문장을 추가하였다.
정부 수립에 대한 언급 부분은 그 억지스러움이 안쓰럽다.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의 수립('46.2월)을 대한민국 수립('48.8월) 뒤에 수록한 것을 문제 삼았다. 북쪽이 먼저 정부 수립을 했기 때문에 남쪽이 정부를 수립한 것이므로 분단의 책임이 북에 있다고 주장해야 하는데,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먼저 나오면 선후 관계에 대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얘기이다. 정부 수립 연도를 괄호에 넣어 기입하기도 했거니와, 대한민국 교과서이니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대해 먼저 기술한 것일 뿐인데......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것인가? 걱정도 팔자다.
교육부가 지적하는 경제 발전에 대한 편향 사례는 아예 기만적이다. ‘경제는 고도 성장을 이루었지만, 정경 유착과 경제 독점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는 서술이 경제 성장과 기업 발전에 부정적 서술이란다. 없는 사실을 서술한 것이 아님에도 편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경(經)’에 유착한 ‘정(政)’이 자신들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교육부의 주장을 읽다 보면 영화 베테랑에서 조태오로 분한 유아인의 대사가 생각난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 문제로 삼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너무도 촌스럽게 드러나 일일이 비판하기도 민망하지만 교사로서 이것만은 짚고 가고 싶다.

교육과 학문을 말한다.

  ‘창의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을 실현하겠습니다.’

교육부 홈페이지에 있는 황우여 교육부장관의 말이다. 21세기에는 창의적 인재가 필요하다. 창의적 인재가 되려면 ‘체험하고 몰입하라, 자유롭게 사고하라, 비교하여 유추하라, 제약을 만들고 극복하라.’고 한다. 우리 교육체제를 이에 비춰보면 국정 교과서가 아니어도 창의적 인재 양성과는 충분히 거리가 멀다. 우리 교육에서는 몰입을 오로지 입시에만 한정하다 보니 사고하고 유추하고 극복하는 것은 선다형 선택지에만 있는데 어떻게 창의성이 발현되겠는가? 지금도 이런 실정인데 교과서를 국정화하여 하나의 시각으로 교육 내용을 획일화하면 과연 창의적 교육이란 게 가능하겠는가.

역사학자 로버트 단턴은 ‘고양이 대학살’에서 18세기 프랑스 인쇄공들이 고양이를 마구 죽였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초기 자본주의 도시 노동자들의 삶과 의식 등을 매우 흥미롭게 재구성해 낸다. 역사는 사실만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는 ‘학문’이다. 학문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구속되지 않아야 한다. 학문을 바탕한 교육 역시 당연히 그러하다. 이러한 근대적 사고의 바탕에서 우리 헌법 제31조 ④항에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위헌적인 매카시즘의 망령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부활했다.

국정화에 대해 하고 싶은 말, 할 수 있는 말, 해야만 하는 말 등등 많지만 다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매카시적인 전체주의자들이 ‘학문 자체와 그 학문을 수행하는 학자들과 가르치는 교육자들까지 싸잡아 능멸한다.’는 조한욱(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님의 ‘능멸’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능멸 당한 자는 결코 말로써만 되갚지는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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