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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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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호]노동운동과 생산자 협동조합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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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문화연구소 운영위원장 유기만
지난 해 협동조합법이 발효되면서 이제는 5명 이상만 모이면 금융업이나 보험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다양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전라북도만 해도 3월 11일 현재 35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졌으며 하루 평균 3.3건의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고 하니 대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바람이 거품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협동조합과 민주주의의 전통이 약한 한국사회에서 과연 협동조합이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협동조합 바람이 불고 있는 요즘 어떤 사람은 협동조합을 대안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개량적 운동으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노동운동의 역사 속에서도 협동조합은 대안이기도 했다가 개량적 운동이기도 했습니다. 맑스가 말했던 이상 사회는 “자유로운 생산자들의 연합”입니다. 생산자연합이 임노동 관계의 생산관계가 아니라 노동자자주관리의 생산관계라면 협동조합에 가까운 모습이겠지요! 사실 협동조합의 이름을 사용하면서도 일반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협동조합도 많습니다. 관제협동조합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협동조합이 대안인지 개량인지를 규정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대안이다 아니다 규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성공한 협동조합이라면 어떤 모습일지 같이 찾아가 보면 어떨까 합니다. 우선은 저의 생각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재는 사회주의의 여러 실험에서 드러났듯이 생산성이 보장되지 못할 경우 협동조합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회주의에서 시행된 다양한 생산관계를 협동조합으로 보지 않고 국가자본주의나 관료제로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더라도 생산성이 없는 협동조합은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생산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자기 노동의 소외와 기계화의 결과물이 아니라 자기노동의 실현으로 발휘되는 생산성이어야 겠지요~
두 번째는 민주주의(의사소통)의 문제입니다. 협동조합 조합원들의 의사 소통 과정이 어떤가 하는 것입니다. 정관에 의사 결정 구조를 만든다 하더라도 의견이 다른 것을 어떻게 조율해 갈 것인가는 조직의 명운이 걸린 문제입니다. 기존 회사는 싫든 좋든 사장의 지시에 따르면 되지만 모두가 사장이다 보면 의사 결정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또한 생산성이 좋다고 하더라도 일하는 사람들끼리 사이가 나쁘다면 즐거운 노동은 멀어지겠지요? ‘누가 옳은가?’ 논쟁하는 대립적이고 배타적인 토론 문화와 표결 중심의 다수결에 의한 의사 결정 문화가 팽배한 가운데 ‘무엇이 옳은가?’함께 찾아가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세 번째는 협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입니다. 생산성도 보장되고 조합원간에 단합도 잘되어 성공하게 될 경우 이윤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비정규직을 고용하거나 조합원 배당으로 이윤을 모두 돌려버린다면 그것을 협동조합으로 볼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성공한 협동조합 모델로 많이 소개되는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경우 다른 기업 보다 1.6배의 고용을 하고 또 배당금은 퇴직 할 때 받아가지만 자기 배당금의 5분의 1일만 받아 간다고 합니다. 많게는 우리나라 돈으로 11억의 배당금을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을 위해 포기하는 것입니다. 포기 한 다고해서 받아가는 배당금과 퇴직금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퇴직금과 별개로 배당금은 3억 정도 되니까요.
협동조합은 배타성으로 유지될 수 없습니다. 협동조합은 협동조합 간에 연합을 통해 성장합니다. 협동조합과 협동조합의 연대, 협동조합과 지역사회의 관계 등이 협동조합 성공의 세 번째 비결이 아닐까요?
물론 이런 협동조합도 새로운 사회의 대안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우선은 협동조합이 세상을 바꿀 대안이라고 규정하기 전에 노동운동을 하는 분들에게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고 새로운 사회의 시스템을 연습하는 기회로 보고 출발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위와 같은 비젼으로 협동조합을 하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물질적 조건이 성숙한 지금은 협동조합을 하기에 좋은 조건입니다. 전태일 열사도 착취 없는 공장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꿈꾸었던 착취 없는 공장은 결국 자본금이 없어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생산자 협동조합이 꿈이 아니었을까요? 지금은 70년대의 상황과 많이 다릅니다. 대공장 같은 경우 노동자들의 퇴직 적립금이 어마 어마 하지요. 국가적 차원에서 보자면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자금이 대기업들의 돈줄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큰 이야기 말고라도 최근에는 자본이 없어 협동조합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어 보입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협동조합을 보더라도 말입니다. 유럽의 유명한 축구팀도 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으니까요!
협동조합의 성패는 이러한 제도와 물질적 조건도 중요하지만 운영 주체들의 마인드와 구체적 실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생산자가 중심이 되는 노동운동 영역에서 협동조합이 활발해 진다면 소비자 협동조합으로 확장되어온 한국의 협동조합 운동에도 새로운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기왕에 불고 있는 협동조합 바람이 모두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 나가야 할 까요?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서 다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협동조합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노동운동과 단절된 협동조합 운동이 노동운동 속에서 다시 시작된다는 것은 어떤 의가 있을까요? 여러 가지 생각해보고 토론해 볼 것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노동운동의 영역에서도 협동조합이 새롭게 검토되길 바라며 함께 토론해 나가기를 희망해봅니다.
[연찬문화연구소는 전북 장수에 위치해 있으며 ‘누가 옳은가?’하고 서로 대립하는 토론문화에서 ‘무엇이 옳은가?’하고 함께 탐구해나가는 연찬문화가 보편화되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 실험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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