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호]그래한번 가보자!

[일터에서 온 편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8-10-18 16:57
조회
3156
게시글 썸네일

주복회 ‖현대위아창원비정규직지회 총무부장


어느 날 회사의 형님이 찾아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불러내 담배 한 대를 피우며 노조를 만들어 회사를 한 번 바꿔 볼 생각이 있냐며 나의 의사를 물어본다.
나는 그 형님에게 갑자기 무슨 노조를 만들 생각이냐고 역으로 물어보았다. 사장, 부장들이 비인격적인 처우가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 만 없다는 것 이였다.
그 형님도 관리자로 있지만 사원들의 불만을 상사들에게 이야기 해봐야 들어주는 것도 없고 자기에게 욕먹는 일을 다 떠넘기기 바쁘다는 것이 펙트였던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작업장으로 돌아와 잠깐 생각해보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기계처럼 일만하고 있던 중 이번엔 동생 한명이 찾아와 대뜸 귓속말로 “생각 해봤어요?” 라고 물어 보길래 “뭘 생각해봐?” 라고 하니 조용한데 가서 이야기 좀 하자 길래 따라 나섰다.비정규직 노조에 관한 것 이였다.
이야기는 대충 몇몇 사람들이 노조를 만들기 위해 모임을하고 있다는 것 이였다.
참여해서 같이 들어보지 않겠냐는 말에 생각을 해 보겠다 하고 이야기를 마치고 고민을 시작했다.
솔직히 노조에 별 관심도 없었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힘들긴 하지만 사람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하고 회사에 크게 불만 없이 다니던 터라 가슴 깊이 와닿지 않았다. 동생은 그 후로도 몇 번을 찾아와 내 의사를 묻고 갔었다. 그래! 한번 가보자라는 생각에 교육에 참여를 했었다
익숙한 얼굴들이 여섯명 모여있었다.
교육이 시작되고 회사에서 겪었던 부당한 처우에 대한 토론이 시작되었다.
몸이 아픈데 마음대로 잔업을 빼지 못한다.
집에 애가 아파서 연차를 쓰려고 하면 부장놈이 애가 아픈데 니가 왜 연차를 쓰냐, 집에는 집사람이 있지 않냐? 일이 바쁘니 일요일에도 출근을 해라라는 통보 등등 우리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한번씩은 겪어봤을 비인간적인 처우의 경험담을 이야기 했었다. 토론이 끝나고 취업규칙 컴토도 해보았다. 취업규칙을 검토하면서 사용자들이 유리하게 말장난을 쳐놓은 부분들을 하나씩 짚어주며 설명을 해주시니 참 모르고 일만하고 주면 주는대로 그런가보다... 하고 노동력을 착취 당했다는 분노가 생긴거 같았다.
처음 교육에 참여 하였던 터라 생소한 단어도 많고 못 알아들은 말들이 많았다.
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가면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알고 당하면 반박이라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오기가 생긴 것 같았다. 그 뒤로 매주 교육에 참여를 했었다.
교육을 갈 때마다 참여하는 사람이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람이 열명 정도 모였을 때 우리는 준비위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조직 작업을 시작했다.
어려울 것도 없이 각자 주위에서 일하는 동료들에게 보안을 강조하며 노조설립 계획을 이야기하고 나중에 노조를 설립하게 되면 가입을 할 것이냐고 물어보고 대충의 가입률을 70% 정도로 목표치를 잡고 조직활동을 하며 준비위를 운영해왔다.
사전 조사의 결과치가 50% 정도에 왔을 시점에서 노조를 띄우는 D-DAY 에 대한 토론이 시작되었다. 당장 다음 주에 띄우자는 동지도 있었고, 아직 너무 무리라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띄워야 하기에 만약 띄우는 날이 정해진다면, 전략 전술이 필요하다. 준비위는 사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준비를 여지없이 이어가던 중 원청사 직원이 꼬리가 붙어 비상이 결렸다. 이왕 저놈들이 눈치를 챘으니 D-DAY를 앞당기자는 의견이 많았다. 준비위는 띄우는날 현수막과 유인물 가입서 등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지회명칭을 현대위아 창원 비정규직지회라 정하고 준비위원 장을 선출. 전략전술을 세우기 시작했다. 각 탈의실별 가입서 배포 인원 유인물 배포, 선전인원 등으로 다섯 팀을 나누어 위치 파악 및 사측의 행동에 대응할 방법등을 숙지하고 D-DAY를 맞이하였다.
새벽 5시에 회사에 모여 다시한번 결의를 다지고 각자 위치로 흩어진 후 임무를 완료하고 점심시간 식당선전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한 현수막을 펼치고 40여명의 동지들과 첫 선전전을 치루었다.

원청사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는 첫날 82%라는 가입률로 큰 성과를 이루었다. 기적이였다. 준비위는 제발 60%만 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사람들이 과연 가입을 할까라는 의구심도 있었던 터라, 놀라운 결과였다.
100%의 가입률을 향해 우리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선전전을 하며 투쟁을 하였고 셋 째날, 95%의 가입률로 당당히 현대위아 창원 비정규직 지회를 건설하였다.

현대위아 창원 비정규직지회 설립 총회가 지난 지 벌써 두 달 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우리는 노동조합의 출생신고라는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매일 출근투쟁을 하고 있다.
우리가 사람답게 살 권리를 찾게 연대해주신 광주 자동차 부품사 비정규직지회 정준현 지회장님. 금속노조 법률 변호사 이환춘 변호사님, 김종하 사무장님을 비롯한 산추련 동지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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