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호]조선소 이 사나운곳에서도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4-04-11 16:43
조회
128
게시글 썸네일
거통고 조선하청지회의 파업투쟁, 웰리브지회의 노동환경개선을 위한 현장조사과정에서 만난 노동자들을 통해 조선소여성노동자에게 주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산추련활동의 초창기부터 한 주체였던 조선소 노동자였지만 정작 우리는 30여동안 조선소여성노동자에게 온전하게 주목하지 못했습니다. 늦은 반성과 고백으로 성차별과 자본의 착취구조 안에서 삶을 지키고 자신의 권리를 외쳐온 조선소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 기록을 진행했습니다. 노동착취의 피해자로서만이 아니라 투쟁하는 노동자이자 삶의 행위자로 일궈온 저항의 이야기를 전하려 했습니다. 금속노조경남지부 사회연대기금사업의 지원을 받아 2023년 6월부터 8개월간 진행했습니다. 이 기록활동과정에는 <나,조선소노동자><곁을 만드는 사람>의 기록을 함께해 온 인권기록센터 사이의 기록활동가들이 결합했습니다.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중 여성노동자의 비율이 꽤 높습니다.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를 통해서 보면 2000년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고 마지막으로 확인할 수 있는 비율이 2019년에 11.5%였습니다. 이번 기록을 통해 만난 노동자가 일하는 곳이 케이조선과 한화오션이었는데 케이조선의 경우 사무직군에서는 6퍼센트 현장직군에서는 15%였습니다. 한화오션의 경우 이보다 높은 비율로 예상되는데 정확한 수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에 이주여성고령노동자의 수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여성노동자의 비율은 20% 가까이 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조선소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직군은 매우 다양합니다. 설계 및 사무직군부터 용접,도장,사상,발판,보온,밀링,화기감시와 밀폐감시 그리고 급식,세탁,청소 및 미화등 여성이 일하지 않는 직군은 없었습니다.
조선소 용접작업에 최초로 여성노동자가 일하게 된건 77년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법으로 여성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는 직종에 제약을 두었는데 생산과정에서 필요한 노동력을 증가시키려는 자본들의 필요에 의해 여성노동자들의 진출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대 조선업에 다단계하청구조가 급증하면서 위험도 증폭하게 되었고 이 위험을 관리하는 직종인 화기감시와 밀폐감시 업무에 여성노동자들의 고용이 증가되었습니다. 또 조선소 곳곳의 급식, 미화, 세탁 또한 조선산업 초창기부터 여성들이 그 몫을 담당해왔습니다. 11명의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과정은 여성들이 조선소에서 겪는 구체적인 경험을 세밀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조선소라는 노동 현장에서 여성이 유입, 배치, 활용되는 다양한 맥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소의 도시에서 조선소와 운명공동체가 된 여성 노동자들은 저임금, 비숙련 일자리를 메우는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었고 조선업구조조정과정에서는 가장 먼저 일터에서 쫒겨났습니다.

노동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몫을 해내고 있지만 여성이 하는 일은 ‘스위치만 누르면 되는 일’ ‘그저 왔다 갔다 하는 일’로 취급당하기도 합니다. 똑같은 일을 하고 심지어 더 경력이 오래되고 일을 더 잘해도 남성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또 모든 노동환경은 남성노동자를 기본값으로 설계되어있습니다. 화장실의 수도 남성을 위주로 배치되어 화장실 가기가 힘들어서 참고 일하다 방광염에 걸리 경험도 있었습니다. 물론 조선소에서 화장실 남성여성을 불문하고 부족하고 힘든 환경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또 휴게실도 여성휴게실이 따로 없다는 이야기는 공통된 이야기였습니다.
어릴 때는 부모님을 돕고, 결혼해서는 가사와 돌봄을 전담하다 생계 부양까지 책임지는 우리사회 보편적인 여성들의 삶의 형태가 조선소라는 일터에서도 재현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성노동자들은 이 불합리함에 순응하지 않고 빨간 고무장갑을 껴고 밥파업을 하고, 정당한 파업투쟁을 침탈하는 사측에 맞서 온몸으로 저항하며 투쟁합니다. 왜 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었는지 이야기를 듣는 내내 같이 분노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여성 노동자 각각의 삶의 기록인 동시에 조선소라는 일터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증언이기도 한 <조선소 이 사나운곳에서도>가 한권의 책으로 발간되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에요” ,“여서 그만두면 딴 데 가도 못 견딘다 생각으로 버텨가 오늘까지 왔어예”,“조선소 안에서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어요”, “중요하지 않은 노동이 있나요?”, “조금 더 나은 제 삶과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당해봐라.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돈을 버는 건지 병을 키우는 건지 모르겠어요”,“배 한 척이 만들어지려면 수많은 노동이 필요해요”,“이주노동자 없으면 이제 배 만들기 어려워요”,“평생 일을 놓아본 적이 없어요”,“다들 가족 먹여 살리려고 아등바등하는 것 같아”. 11명의 조선소여성노동자의 목소리가 담긴 제목만으로도 조선소 일터가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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