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호]최근 눈에 띄는 불승인 사유

[상담실]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1-10-11 14:50
조회
1866

             김남욱  공인노무사


 

그동안 산재 요양 신청이 불승인되어 상담실을 찾은 노동자들의 사례를 떠올려봤더니,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근골격계 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하지 않는 사유는 보통 다음의 세 가지 정도였다.

첫째, MRI 등을 판독해본 결과 요양을 신청한 상병이 인지되지 않음.
둘째, 재해자가 수행한 업무는 상병이 발생한 신체 부위에 부담을 주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음.
셋째, 재해자가 수행한 업무가 상병이 발생한 신체 부위에 부담을 주는 업무임은 인정하나 그 작업을 수행한 기간이 짧음.

그런데 최근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 산재 요양 신청이 불승인되어 상담실을 찾은 노동자들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판정문에는 위 세 가지 외 다른 사유가 기재되어 있는 것이 종종 눈에 띈다.

‘영상 판독 결과 요양을 신청한 상병이 인지되고 재해자가 수행한 업무는 상병이 발생한 신체 부위에 부담을 주는 업무에 해당하며 재해자가 그 업무에 종사한 기간도 상당하나, 최근 수행한 업무는 상병이 발생한 신체 부위에 주는 부담이 높지 않아 신청 상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할 수 없다.’

불승인 사유를 곱씹어보고 곱씹어보며 굳이 이해하려 노력해봤다. 그 결과 ‘허리에 부담되는 작업을 할 때 디스크가 터졌어야지 왜 그 일 그만둔 지 몇 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디스크가 터지냐, 그간 어떤 개인적 사정이 있었는지 어떻게 아냐.’가 이 불승인 사유를 설명할 수 있는 나름의 논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선뜻 납득이 되지는 않았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살펴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별 심의의견 중에는 최근 신체 부담이 덜한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점이 아니라, 특정 신체 부위에 장기간 부담이 누적되었다는 점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서 신청 상병의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의견도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위원별로도 의견이 달랐던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난관에 부딪힌 노동자들에게는 특정 신체 부위에 장기간 부담이 누적되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해주는 의견에 힘을 실어 심사청구나 재심사청구를 해보는 수밖에 없겠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이런 답변을 들은 노동자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명백히 신체 부담 업무라 부를 만한 일들을 했고, 최근에 이르러서야 일부 자동화 공정이 도입되어 힘을 덜 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일부 자동화 공정이 도입되었다 한들 결국은 사람이 힘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최근 부담이 덜 해졌다는 이유만으로 지난 몇십 년간의 이력을 송두리째 부정당한 것이다. 이에 더하여 위원별로 전혀 의견이 다르다는 점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위원 ‘운’만 따랐어도 승인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나는 의사가 아니라서 과거에 신체 부담 업무를 장기간 수행했다 해도 최근 몇 년 간만 부담이 덜한 업무에 종사하면 근골격계 질환이 나을 수 있는 것인지, 혹은 그 발병을 막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잘 모른다. 다만 같은 사례를 두고 어떤 위원은 최근 수행한 업무의 내용에 신체 부담 요인이 없다고 하면서 요양 신청을 불승인해야 한다고 말하고, 또 어떤 위원은 장기간 신체 부담 요인이 누적되었다고 하면서 요양 신청을 승인해야 한다고 말하면 그 혼란과 피해는 오롯이 재해노동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사실관계가 동일한 사안에서 위원 운이 좋은 노동자는 산재 요양을 승인받고, 위원 운이 좋지 않은 노동자는 산재 요양을 승인받지 못한다면 이는 분명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장기간 신체 부담 업무를 수행하다가 최근에 이르러서야 비교적 부담이 덜한 업무를 수행한 노동자가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 요양 신청을 하면 왜 업무 관련성이 부정될 수도 있는지, 그 논리와 기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같은 경우 장기간 신체 부담이 누적되었다는 점과 최근 비교적 신체 부담 요인이 줄어들었다는 점 중 어떤 점이 업무 관련성 판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그리하여 상담실을 찾는 재해노동자들에게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은 더 이상 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나는 최근 신체 부담 요인이 줄었다는 점보다 장기간 신체 부담이 누적되었다는 점이 더 중요하게 고려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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