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호]마사회가 저희 남편을 죽이고, 우리 아이들에게서 아빠를 빼앗아가고, 저를 투사로 만들었습니다.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0-02-28 17:24
조회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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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21일 추모문화제에서
오은주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평생을 함께 행복하게 살자고 약속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언제나 저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이었고, 자신보다 저를 아껴 준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언제나 제 곁에서 든든한 나무처럼. 때론, 그늘이 되어주고, 때론 편히 기대어 쉴 수 있는 쉼터 같은 존재였습니다. 우리는 실컷 사랑했고, 저는 부족함 없이 사랑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나무 같은 사람이 제 곁을 떠났습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고,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습니다. 단단한 나무처럼 잘 버티던 그는 어느새 다 썩어버리고 남은 거라곤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껍데기만 남아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함께할 줄 알았는데, 저는 이제 혼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 남편도 지금 혼자 있습니다. 제 남편 얼마나 추울까요...? 저희도 이렇게 두꺼운 점퍼를 입고 있어도 추운데, 드라이아이스를 이불삼아 덥고 추운 길바닥에 누워있는 제 남편은 얼마나 추울까요...? 남편이 너무 불쌍합니다...

저는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남편을 위해 싸우다가도 남편이 있는 운구차를 보면 또 마음이 와르르 무너집니다... 그래서 항상 추모문화제에 오면 옆에 있는 남편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어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고 어깨가 움츠려듭니다...  마음속으로 미안해... 미안해... 라고 남편에게 말합니다.

그래도 저는 매일매일 간절함 마음을 담아 투쟁하고 또 투쟁을 합니다. 저는 이제 투사입니다. 마사회가 저희 남편을 죽이고, 우리 아이들에게서 아빠를 빼앗아가고, 저를 투사로 만들었습니다. 저한테는 함께 싸워줄 여러분이 있고, 저만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이 있습니다. 저를 응원해주시고 위로해주시는 여러분과 우리 아이들이 있기에 힘을 내고 한 번 더 굳게 마음을 먹어봅니다. 함께 손잡고 걸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건 생각만으로 가슴 찡한 일입니다.

여러분...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오늘이 쌓여, 어느 순간 달라지는 내일을 맞이하게 될 것 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하겠다는 결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침보다는 간절함이 더욱 커집니다. 우리들의 이 간절함이 모든 이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그래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제 간절한 마음이 힘든 제 몸을 이겨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의지와 간절함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제 남편이 마지막으로 눈물로 써내려갔던 유서들... 저에게 마지막으로 남겼던 편지.. 그리고 눈물을 머금고 준비했던 아이들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선물... 그 애절한 마음... 그 눈물... 다 잊지 않고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문중원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려 모든 사람들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되게 할 것입니다. 여러분 잊지 말아주세요. 제 남편의 희생을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저도 여러분의 응원과 격려 잊지 않겠습니다. 이 세상에 모든 노동자들이 차별받지 않으며, 고통받지 않고 행복하게 일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남편의 차가운 드라이아이스 이불을 걷어내고 따뜻한 곳에 묻어주고 싶습니다. 고통 없이 자유롭게 편히 눈감을 수 있도록 여러분의 힘을 모아주세요.

 
고광용 부산경마공원지부장님이

동생이자 동료인 문중원 기수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추모문화제에서 낭독했습니다.

내 동생 중원이에게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 이곳 광화문에도 제주 못지않은 차가운 바람이 내 피부를 스쳐 지나고 있다. 중원아. 너는 보낸 지도 50일이 넘었구나.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벌써 이렇게 지났구나. 아픔과 슬픔은 왜 내 곁에서 이도록 떠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너를 그리며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더욱더 나를 힘들게 하는구나.

사실 니가 죽었다는 것보단 니가 내 곁에 없다는 현실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괴롭고 두렵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아랫입술을 깨물어본다. 49재때 니 아들 00이 울고 있는 제수씨 눈물을 닦을 때는 입술을 깨 물어도 소용이 없더구나.

중원아! 남들은 말한다. 죽을 용기면 자식 생각해서라도 살았어야지... 하지만 이제 조금 아주 조금은 너를 이해하려 한다. 만리장성과 같은 저 거대 기업 한국마사회를 상대로 공정하게 부정부패에 굴하지 않으며 싸운 너를 다른 이는 모를 것이다. 니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니가 죽기 전까지 얼마나 많이 괴롭고 힘든 싸움을 외로이 혼자서 견뎌냈을까 하는 생각에 이 못난 형은 패배자가 되고 용서 받지 못할 형이 되는구나. 빛이 없는 깜깜한 밤에 망망대해에 혼자 물속에 버려진 심정은 고포와 두려움뿐이겠지. 그 어떤 글로도 그 어떤 말로도 표현되지 않는, 표현할 수 없는 너만의 삶을 그 누가 알까? 이 못난 형의 지금에 와서 죄인처럼 조금 이해해보려 한다.

형이 말할게. 너는 이 세상의 패배자가 아니다. 너는 못난 자식, 남편, 아빠가 아니다. 적어도 마사회와 이 나라에 비굴하지 않았으며 더럽고 치사하게 살지는 않았으니깐. 중원아 니가 몸을 던져 말하려 했던 노동자들의 억울하고 공평하지 못한 모든 것들은 전국의 모든 노동자들과 여기 계신 모든 시민들이 조금씩 나눠서 풀고 있다. 이 형은 즐기고 있다. 내 동생 중원이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여기 계신 모든 이와 연대 투쟁의 힘으로 너를 보낸 마사회 놈들이 조금씩 당황해 하며 어찌할 줄 몰라 하는 하나하나의 행동과 모습을 오늘도 보고 내일도 볼 것이다.

내 동생 중원이가 웃으면서 공정하고 깨끗하며 따사로운 그곳으로 갈 때까지 이 형은 끝까지 이 싸움 즐기련다. 내 동생 중원아. 우리 그때까지 춥고 외롭지만 포기하지 말고 참고 견뎌내자. 알았지... 다음 생엔 아는 동생이 아닌 진짜 내 동생으로 태어나주라. 사랑한다. 중원아.

 
2020년 1월 18일 추모문화제에서

고인의 형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문중원 기수의 형입니다. 오늘 날씨가 추운데도 집회에 참석해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오늘이 중원이가 부산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온 지 51일째가 되는 날이네요. 다행히 주변의 모든 분들의 도움으로 조계사에서 중원이가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명복을 빌고 좋은 곳에 태어나기로 기원하는 49재까지 엊그제 마쳤습니다. 다음 생에는 지금과 같이 억울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 없는 행복한 세상 웃고 살 수 있는 곳에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해 11월 29일 중원이의 죽음이 아직까지 믿기지 않습니다. 지금도 저의 폰에는 동생의 전화번호, 주고받은 문자, 여행에서 찍은 행복해하는 모습의 동영상과 가족사진들이 많이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지내다보니 자주 못 보는 저를 위해 가족과 같이 생활하는 모습의 동영상과 조카들의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의 사진들을 많이 보내곤 했습니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행복하고 즐겁게 잘 살고 있구나 하고 저도 그런 모습에 행복했습니다. 폰에 있는 동생의 모습을 보면 죽었다는 게 믿기지 않고 어딘가 살아있을 것 같고 전화가 걸려와 형 언제 부산에 놀러와 하는 목소리가 들릴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도 적응이 되질 않네요. 언제쯤 동생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지... 차가운 길바닥 위 냉동고에 있는 동생의 모습만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오고 눈에서는 제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만이 흐릅니다.

경마기수가 되겠다고 한 후 쉴 시간도 없이 기수에 적합한 신체 조건을 만들이 위해 온갖 노력을 했고 합격 후 2년의 교육과정을. 많은 이들이 중도하차를 하는 과정인데도 중원이는 성실히 완수했습니다. 기수가 되면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고 연예인처럼 인기도 누릴 수 있다고. 그래서 힘들어도 꼭 참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저한테 자주 해줬던 말이었습니다. 저도 꿈의 직장 한국마사회.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 시간적으로도 여우가 있고 부러워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동생 자랑을 많이 하곤 했는데...

동생이 죽었다고 하는 소리에 제 생각이 틀렸구나. 밖에서 보이는 모습이 다는 아니었구나. 그 내부에서는 꿈의 직장이 아닌 온갖 갑질과 부조리가 판을 치는. 억울해도 말도 못하는 곳. 썩을 대로 썩은 곳 마사회... 본인은 얼마나 많은 나날을 눈물을 쏟았을까 생각하면 안타깝고 분노와 울화통이 납니다.

열심히 자격을 갖추고도 안 되는 그곳에서 얼마나 억울하고 견디기 힘들었으면 죽음으로서 알리고자 했는지 죽은 동생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모든 것을 밝히고 바꿔야 하겠습니다. 동생과 같이 억울한 일들을 당하지 않게 유서의 내용 모두를 하나 빠짐없이 조사하고 밝혀 치밀해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동생아, 너의 염원이 모두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마사회에서 받은 고통이 모두 풀어질 수 있도록 형과 도와주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 열심히 싸워 바꿔줄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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