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호]산재 신청을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

[상담실]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1-07-08 12:01
조회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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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욱  산추련 공인노무사


창원에는 세계적으로도 인지도가 꽤 높은 이른바 ‘글로벌 기업’들이 몇 있다.

그 기업들 중 한 제조공장에서 기간제 노동자로 일했던 20대 후반의 청년이 있다. 이 청년은 단순 노동이긴 해도 열심히 일해서 회사로부터 인정받아 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자신이 담당한 파트에서 실수 없이 작업을 완수했음은 물론, 같은 라인의 동료 노동자가 놓치는 부분까지도 신경 써서 챙겼다. 그의 성실함이 눈에 띄었는지 반장과 조장은 다른 기간제 노동자들이 모두 퇴근한 뒤 정규직 노동자들만 할 수 있는 업무에도 투입할 정도로 이 청년을 신뢰했고, 매월 딱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모범사원 표창’에도 이 청년을 추천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리고 청년은 처음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정해둔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계약기간이 갱신되어 몇 달을 더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 청년의 입사 포부대로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청년의 공든 탑은 한순간 사고로 모두 무너졌다. 작업 중 같은 라인의 동료 노동자가 실수하는 것을 발견하고 수정해주려 작업대를 뛰어내리던 중 발을 잘못 디뎌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업무상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었다. 문제는 다음부터였다.

사고가 터지자 반장은 청년을 구급차 대신 자신의 자가용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하면서 병원에 도착하면 의사한테는 집에서 다친 것으로 얘기하자고 꼬드겼고, 수술을 마친 뒤 입원해 있는 동안 조장은 청년에게 전화해 ‘일할 때 너무 들떠서 열심히 했던 게 화근’이었다고 하여 사고의 책임이 청년에게 있는 양 말했다. 그리고 회사는 사고 처리를 산재로 하는 대신 회사가 치료비를 대신 지급하는 이른바 ‘공상’으로 하자고 요구하면서 퇴원하면 앉아서 근무할 수 있는 곳에 배치해주고 그 기간 동안 임금도 100%를 보전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청년은 수십 년 회사생활을 해오신 아버지의 충고대로 결국 산재를 신청했고, 어렵지 않게 승인을 받아냈다.

산재를 신청하고 승인받자 청년에 대한 회사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모범사원 표창 추천은 당연하게도 없던 일이 되어버렸고, 곧이어 산재 신청을 하지 않았으면 2년까지는 계속 일할 수 있었을 텐데 산재를 신청했기 때문에 계약기간을 갱신해줄 수 없다는 통보가 날아왔다.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법원의 일관된 판시(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등)와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중략) 해고하지 못한다.”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에 비추어, 2년의 범위에서 계속 계약갱신이 될 수 있었던 이 청년이 산재 신청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갱신을 거절당한 것은 부당한 해고에 해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이에 우리는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사용자로부터 부당한 해고를 당한 노동자는 부당해고가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구제를 신청하여야 한다는 점(근로기준법 제28조)이었다. 청년은 회사로부터 계약갱신을 거절당한 후 3개월이 다가올 무렵에도 재활치료를 받으며 요양 중이었고 당연히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휴업급여를 수령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때문에 회사의 계약갱신 거절이 부당한 해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청년이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임금상당액(해고기간 중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등)은 거의 없었다.

또 청년은 자신을 헌신짝 버리듯 버려버린 회사에 정나미가 떨어져 복직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고, 계약갱신 거절이 부당한 해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되면 원직에 복직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과 사과를 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는 관행적으로 임금상당액을 초과하는 금전보상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가 회사에게 사과받고 싶은 마음은 구제의 실익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이 청년의 사건은 회사의 일방적인 계약갱신 거절이 부당한 해고에 해당하느냐를 따지기 이전에 이를 따질 실익이 있느냐부터가 문제 될 뻔했다. 청년은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을 접수했지만 결국에는 한 달 치 급여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회사와 화해(합의)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이 사건을 접했을 때는 이토록 치열할 줄 몰랐다. 당연히 인정받고 보상받아야 할 문제라 생각했다. 그러나 피해노동자의 요양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보상은 줄어갔다. 다시 생각해 노동자가 많이 다치면 많이 다칠수록 회사가 보상해야 하는 금액은 줄어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하다. 부당한 해고기간 중 노동자가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과 산재 요양 기간 중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휴업급여가 중복될 수 없다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제척기간 3개월의 기산점도 산재 요양 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유예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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