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호]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으로중대재해 근절할 수 있는가

[초점]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1-10-11 14:48
조회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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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변호사


1. 들어가는 말

가. 필자는 앞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의미와 이후 방향]이라는 제목의 글을 연재한 바 있다. 위 글의 요지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법‘이라 한다)의 입법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산업안전보건 실현을 위한 마중물로서의 역할이 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가지고 있는 숱한 법적, 정치적 문제로 인해 시행령의 입법과정에서 또 한 번 많은 논란이 있을 것으로도 예상하였는데 이는 당연히 필자만의 견해는 아니었으며, 필연적인 것이었다.

단지 하나의 법이 만들어졌다고 하여 복잡하기 짝이 없는 구조적인 모순과 문제점이 해결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하면서도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므로 이번 연재의 거친 제목에 답을 먼저 달아보자면 그것은 당연히 ‘아니다’라는 것이다.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을 위해 전력한 것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 죽지 않을 권리라는 원시적이기까지 한 권리를 보장받겠다는 비명이었으며, 원채 속절없이 사라지는 산업 현장에서의 생명 앞에 어이가 없는 사고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하는 의지의 강렬한 표명이며 그렇게 이루어 낸 중대재해처벌법은 어떤 문제가 있건 간에 분명 산업안전보건을 위한 부족하지만 유의미한 ‘한 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2021. 7.9. 관계 부처가 입법 예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의 내용은 이 불완전한 한 발마저도 제대로 내딛지 못하게끔 법의 실효성 있는 적용을 상당 부분 가로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측면에서 다시 한 번 연재 글의 제목에 대한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고, 시행령의 내용과 관계부처를 저주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2. 구체적인 시행령의 내용과 비판

가. 법 제2조 제2호 다.목, ‘중대산업재해’의 의미

1) 법 제2조 제2호는 ‘중대산업재해’의 정의 규정인데, 다목에서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를 ‘중대산업재해’로 정의하고 있다. 대통령령은 위와 같은 법의 위임에 따라 별표로서 직업성 질병을 구체화 하고 있다.
2) 따라서 ‘급성중독 등’의 의미를 어떻게 새길 것이냐에 따라, 중대한 질병을 요건으로 할 것인지, 직업성 질병을 제한적으로 열거 할 것인지 예시적으로 볼 것인지의 문제가 논의 되었다.
예고된 시행령은 인과관계 규명이 명확하고 사업주에 의해 예방이 가능하며, 중한 질병에 한정하여 정해야 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논의 된 안 중 가장 좁은 범위에 해당하며, 이에 따라 별표로서 1호부터 24호의 급성 질병을 ‘열거’하였다.

* [별표1] 법 제2조 제2호 다목에 따른 직업성 질병자의 질병(제2조 관련)
1. 일시적으로 다량의 염화비닐ㆍ유기주석ㆍ메틸브로마이드ㆍ일산화탄소에 노출되어 발생한 중추신경계장해 등의 급성 중독
2. 납 또는 그 화합물(유기납은 제외한다)에 노출되어 발생한 납 창백, 복부 산통, 관절통 등의 급성 중독
3. 일시적으로 다량의 수은 또는 그 화합물(유기수은은 제외한다)에 노출되어 발생한 한기, 고열, 치조농루, 설사, 단백뇨 등 급성 중독
4. 일시적으로 다량의 크롬 또는 그 화합물에 노출되어 발생한 세뇨관 기능 손상, 급성 세뇨관 괴사, 급성 신부전 등 급성 중독
5. 일시적으로 다량의 벤젠에 노출되어 발생한 두통, 현기증, 구역, 구토, 흉부 압박감, 흥분상태, 경련, 급성 기질성 뇌증후군, 혼수상태 등 급성 중독
6. 일시적으로 다량의 톨루엔ㆍ크실렌ㆍ스티렌ㆍ시클로헥산ㆍ노말헥산ㆍ 트리클로로에틸렌 등 유기화합물에 노출되어 발생한 의식장해, 경련, 급성 기질성 뇌증후군, 부정맥 등 급성 중독
7. 이산화질소에 노출되어 발생한 점막자극 증상, 메트헤모글로빈혈증, 청색증, 두근거림, 호흡곤란 등의 급성 중독
8. 황화수소에 노출되어 발생한 의식소실, 무호흡, 폐부종, 후각신경마비 등 급성 중독
9. 시안화수소 또는 그 화합물에 노출되어 발생한 점막자극 증상, 호흡곤란, 두통, 구역, 구토 등 급성 중독
10. 불화수소ㆍ불산에 노출되어 발생한 점막자극 증상, 화학적 화상, 청색증, 호흡곤란, 폐수종, 부정맥 등 급성 중독
11. 인(백린, 황린 등 금지물질) 또는 그 화합물에 노출되어 발생한 피부궤양, 점막자극 증상, 경련, 폐부종, 중추신경계장해, 자율신경계장해 등 급성 중독
12. 일시적으로 다량의 카드뮴 또는 그 화합물에 노출되어 발생한 급성 위장관계 질병
13. 기타 화학적 인자(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별표21 및 별표22에서 규정된 화학적 인자에 한한다) 등에 노출되어 발생한 급성중독
14. 디이소시아네이트, 염소, 염화수소, 염산 등에 노출되어 발생한 반응성 기도과민증후군
15. 트리클로로에틸렌에 노출되어 발생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다만, 그 물질에 노출되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게 된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경우만 해당하며 약물, 감염, 후천성면역결핍증, 악성 종양 등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질병은 제외한다.
16. 트리클로로에틸렌, 디메틸포름아미드 등에 노출되어 발생한 독성 간염. 다만, 그 물질에 노출되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게 된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경우만 해당하며, 약물, 알코올, 과체중, 당뇨병 등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거나 다른 질병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간 질병은 제외한다.
17. 보건의료 종사자에게 발생한 B형 간염, C형 간염, 매독, 후천성면역결핍증 등 혈액전파성 질병
18. 습한 곳에서의 업무로 발생한 렙토스피라증
19. 동물 또는 그 사체, 짐승의 털ㆍ가죽, 그 밖의 동물성 물체, 넝마, 고물 등을 취급하여 발생한 탄저, 단독(erysipelas) 또는 브루셀라증
20. 오염된 냉각수 등으로 발생한 레지오넬라증
21. 고기압 또는 저기압에 노출되어 발생한 압착증, 중추신경계 산소 독성으로 발생한 건강장해, 감압병(잠수병), 공기색전증
22. 공기 중 산소농도가 부족한 장소에서 발생한 산소결핍증
23. 전리방사선에 노출되어 발생한 급성 방사선증, 무형성 빈혈
24. 덥고 뜨거운 장소에서 하는 업무로 발생한 열사병
3) 필자는 앞서의 글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독자적으로 중대산업재해를 정의하는 것 보다는 동일한 입법 목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중대산업재해의 정의와 같은 의미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며, 중대재해처벌법상 대구를 이루는 중대시민재해의 의미에도 비추어 보았을 때 위 직업성 질병으로 인한 산업재해의 경우, ‘급성중독 등’을 질병을 한정하는 의미로 보아서는 안 되며, 함부로 그 범위를 좁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예컨대 [위 각호에 준하는 직업성 질병]과 같은 입법 형식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직업상 질병의 의미에 관한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연구보고서 또한 필자와 같은 취지의 결론을 내고 있다. 질병 목록에 나열된 질병 이외의 질병도 포괄할 수 있는 내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연구 보고 하고 있다. 다만 보다 구체적으로 질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 예방가능성 및 중대성을 조건으로 직업상 질병으로 본다는 취지의 포괄적인 규정을 제안하고 있다.

4) 그런데 시행령의 주 입법 부서인 고용노동부는 직업 환경의학과 의사, 변호사, 교수 등이 작성한 산업안전보건공단 작성의 전문적인 연구보고서를 가볍게 무시하면서 지극히 제한적인 질병목록을 ‘열거’하고 있는데, 그 설명 또한 매우 비합리적이다.

고용노동부가 그 목록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직업성 질병의 경우에도 ‘사고성 재해처럼’ 인과관계의 명확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사고’와 ‘질병’을 동일한 정도의 인과관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의 이 말에 따르면 직업성 질병이 인정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예컨대 특정 물질로 인한 특정 질병의 발발은 사고에 있어서 행위-결과의 인과의 척도로서는 역학적 인과관계에 불과하거나 혹은 현실적으로 입증이 불가능 한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 까닭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및 동 시행령은 업무상 질병의 요건과 인정 기준을 정하고 있기도 하다.

혹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형벌 규정이므로 다른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따.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의 보건조치 위반의 경우 제167조 및 제168조에서 이미 그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용노동부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5)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과정에서 있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회의록을 보면 점입가경인데, 일개 부처의 차관이 할 수 있는 말인지 눈을 의심케 한다.

고용노동부차관 박화진 : 그래서 이게 애초에 말씀드렸듯이 직업병 가지고 형사처벌한 경우는 드물고 그렇기 때문에 저희들 입장에서는 조심스럽게 처벌 규정을 도입하는 그런 취지에서 그렇다고 전혀 안 되는 처벌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법을 규정하는 것은 실효성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3명 정도가 적정하지 않은가 그런 취지입니다.
(중략)
고용노동부 차관 박화진 : 2명 이상으로 하면 100여 건, 뭐 70건 이렇게 되는데요. 사실은 직업병에 대해서는 화학물질에 대해 직접 노출된 이런 사고 누출로 인한 사고의 경우를 하고 그게 축적되는데, 직업병의 경우에는 사실은 저희들이 형사처벌을 전제로 해서 재조사를 하거나 거기에 익숙하지가 않습니다.
요컨대 직업병의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전제로 한 실무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미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처벌규정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이 규정을 땅속 깊이 묻어 버린 것은 바로 고용노동부 그 자신들인데, 결국 부실한 현장 감독 및 임무해태를 자인하고 있는 꼴이다. 이러한 업무 태만을 ‘사고처럼 질병도 명확해야 한다.’고 포장하는 것이 대한민국 고용노동부의 태도라는 점에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6) 그렇다면 그나마 열거된 질병 목록은 충실하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고용노동부가 열거한 24가지의 질병 목록에 ‘뇌심혈관계질환’은 모두 제외되어 있다. 업무상 질병으로서 뇌심혈관계 질환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일반적인 인과관계의 입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한 이유에 대한 설명은 ‘고령층, 가족력 보유자 등 질병발생 가능성이 높은 계층에 대한 채용을 위축시키고, 재해 인정에 소극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은 사회적 합의의 결과로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산업재해보상 체계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발언이다. ‘고령층과 가족력 보유자 등의 질병발생 가능성’은 업무상 질병을 판단함에 있어 기왕증, 가족력 등으로 이미 충분히 고려되고 있는 사항이다. ‘재해 인정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것 까지 보면 고용노동부는 아마도 업무상 질병 판정 위원회를 전혀 믿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고용노동부의 본업이야 말로 뇌심혈관계 질환 발생의 업무적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것에 있음에도, 이와 같은 발언을 어떤 관점으로 보아야 하는지 매우 난감하다.

7)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의 질병 목록은 ‘급성’ 만을 규정하고 있다. 급성인 경우만 인과관계의 ‘명확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질병이 ‘급성’이라는 것은 그 증상이 급격히 발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인과관계와는 하등 무관하다는 것은 의학적인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불현듯 인과관계의 명확성과 연결시키는 것은 납득이 불가능한 것이다. 당연히 급성이 아니더라도 인과관계가 명확한 질환은 얼마든지 존재하며 따라서 ‘인과관계가 명확한 만성중독, 뇌심질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적응장애 등 정신질환’은 당연히 중대재해의 원인인 질병에 포함되어야 한다.

나. 법 제4조 등의 안전보건확보의무의 구체적 내용

1) 법 제4조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 에게 제1호 내지 제4호의 각 안전 및 보건 확보를 위한 조치 의무를 지우고 있다. 제1호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와 제4호 ‘4. 안전ㆍ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의 의무의 구체화가 문제인데 사실상 입법과정에서 이미 논란의 여지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었던 부분이다.

애초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운동은 종전 산안법 해석상 실질적인 이익 귀속 주체를 처벌하지 못한다는 한계의 극복이 출발점이므로, 고전적인 형사 책임주의와의 긴장은 불가피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2) 위 제4조 제1항 제1호의 구체적 조치에 관한 시행령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1. 사업 및 각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할 것
2. 사업 또는 각 사업장의 업무장소 및 작업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업무처리절차를 마련하고 이행상황을 점검할 것(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 따른 위험성평가의 실시로 갈음할 수 있다)
3. 각 사업장에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전문인력을  다음 각 목에 따라 배치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제15조, 제16조 및 제62조에 따라 지정된 자가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
가. 산업안전보건법 제17조부터 제19조까지 및 제22조에 따라 업종 및 규모를 고려하여 정해진 수 이상으로 배치할 것
나. 가목에 따라 배치하는 전문인력이 다른 업무를 겸직하는 경우에는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업무시간을 보장할 것
4. 매년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 및 장비 등을 갖추기에 적정한 예산을 편성하고 용도에 따라 집행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할 것
5. 상시근로자수가 500명 이상인 사업 또는 사업장이거나 건설산업기본법 제23조에 따라 평가하여 공시된 시공능력(같은 법 시행령 별표 1 제1호 다목에 따른 토목건축공사업에 대한 평가 및 공시로 한정한다)의 순위 상위 200위 이내의 건설회사의 경우에는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을 둘 것. 다만, 제3호 가목에 따라 각 사업장에 배치해야 하는 전문인력의 합이 3명 미만인 경우는 제외한다.
6. 사업 또는 각 사업장의 안전·보건 확보 및 개선에 대한 종사자의 의견을 반기 1회 이상 청취하고 재해예방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의견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이행하도록 조치할 것. 이 경우 의견청취 등에 대하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 제64조 및 제75조에 따른 위원회 또는 협의체를 통한 논의 및 심의·의결로 갈음할 수 있다.
7. 사업 또는 각 사업장에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중지, 대피, 보고, 위험요인 제거 등 대응절차와 중대산업재해 발생시 구호조치, 추가피해방지 조치 및 발생보고 등 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반기 1회 이상 확인·점검할 것
8. 제3자에게 업무를 도급, 용역, 위탁하는 경우 해당 업무 종사자의 안전과 보건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 각 목의 사항을 확인하기 위한 평가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그 이행상황을 확인·점검할 것
가. 업무를 도급, 용역, 위탁받는 자의 재해예방을 위한 조치 능력 및 기술
나. 업무를 도급, 용역, 위탁받는 자에게 보장하여야 하는 적정한 안전 및 보건 관리 비용과 수행기간
3) 위 시행령 제4조 및 제5조에 관한 문제에 대해, 일반적인 논의의 초점은 죄형법정주의와 면책 가능성에 맞춰져 있으며 필자 또한 같은 취지에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과 포괄위임입법 금지의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으며 반면 추상적인 입법은 사업주에 대한 면죄부로 작용할 것임을 지적한 바 있다.

다. 견해의 대립

1)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라는 주장

기업을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시행령 제정 이전부터 위 제4조 등의 규정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주장을 해 왔다.
경영책임자 등과 관련한 의무 규정이 시행령에서 포괄적, 예시적으로 규정될 경우 죄형법정주의의 위반 소지가 있으므로, 위임 범위 내에서 의무 내용을 구성요건에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법조계 의견은 결론적으로 경총과 입장을 같이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상 경영책임자의 의무 범위], 김재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 죄형법정주의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

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은 그 태생부터 종전의 형법 조항의 과실범의 이론으로는 책임자 처벌에서 소홀 할 수밖에 없다는 반성이 기저에 깔려 있으며, 노동자의 안전을 희생하는 선택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한다는 면에서 일반적인 과실범과는 달리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중대재해처벌법 문언 자체가 이미 통상적인 형사법 상의 죄형법정주의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반론이 있다. [[‘모호하다’는 재계 주장은 억지... “충분히 명확”], 천지선, 법무법인 마중 변호사, 경향신문 2021. 8. 15.]
제4조 내지 제5조의 규정이 이처럼 경영책임자의 의무 내용과 그 이행정도에 관해 어려운 문제를 남기고 있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라는 대륙법계의 고전적인 논리에 매달린 우리의 독자적인 길이며, 영국이나 호주의 사례에 비교해 볼 때 경영책임자에게 구체적인 의무를 (직접) 입법한 사례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상당히 추상적인 형태로 입법되고 그 구체화를 법원에 맡기고 있으며 이것이 노동 현장의 안건보건 문제에 대응하는 적절한 입법방식이라는 견해도 위 반론과 같은 입장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리뷰(2021.6.),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위치], 전형배,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3) 검토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와 제5조의 문제는 구체적인 규정의 당부 이전에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위반이 아닌지를 살피는 것이 우선 요청된다.
생각건대, 죄형법정주의는 1차적으로 형식적인 의미의 ‘법률’에 대한 요청이다. 즉 범죄 의 구성요건이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1차적이며, 하위 규정에 대한 위임 또한 포괄적이지 않아야 하며, 법률의 규정만으로도 수범자로 하여금 예견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법 제4조 제1항의 제1호 및 제4호를 살펴본다. 우선 제1호의 경우 이미 상당히 구체적이며 명확한 규정이라고 사료된다.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에 관한 내용이 산업안전보건법등을 통해 이미 구체화 되어있으며, 이렇게 의무가 구체화되어 있다면 이의 이행에 필요한 조치 또한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다만 제4호의 경우는 ‘안전, 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라는 법문의 규정이 다소 불명확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안전, 보건 관계 법령’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그 범위도 불명확하기 때문에, 요구되는 행위의 내용으로서 그 의무의 이행이 무엇인지 예상이 어렵다. 게다가 의무이행에 필요한 조치가 아니라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법문이 더 길어지면서 오히려 그 내용의 명확성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관리상의 조치’가 어떤 것인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제4호의 규정은 법문의 규정만으로 대체 어떤 행위를 처벌하고자 하는 것인지를 알 수 가 없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시행령 규정의 불명확성을 비판하며 구체적인 규정을 요구하면서 죄형법정주의를 주장하는 견해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제4호의 규정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아무리 상세하게 대통령령에 정한다 하여도 위 제4호 만으로 그 수범자의 범위와 의무 내용을 예견 할 수 없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를 이미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즉 시행령의 내용이 구체적인지 여부는 죄형법정주의위반과는 무관한 문제라 할 것이다.

3. 결어

이상과 같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의 문제점 중 일부를 살펴보았다. 정치적인 이해타산으로 이미 누더기가 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위 시행령으로 인해 더더욱 그 실효성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위 시행령 규정은 2021. 9. 30. 단 한 구절의 수정과 시민 노동사회의 의견을 반영함 없이 그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다.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현실이다.

 

 

이 글은 민주노총 경남본부,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 경남지부 등이 참여한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위한 중대재해 근절 대책위원회의 [중대재해 없는 경남 만들기 토론회](2021. 8. 18.) 발제문을 산추련 소식지 및 변호사회 소식지 개재를 위하여 수정, 보완 한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필요상 중대‘시민’재해를 제외한 중대‘산업’재해에 관한 시행령 규정만을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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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보고] [117호]수도 검침 노동자의 노동환경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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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삽시다] [117호]‘한방’ 건강기능식품, 먹어야 할까요?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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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판례] [117호]회식후 무단횡단하다가 차량 사고로 인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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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117호] 해학과 풍자의 정신을 살리는 극단 '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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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 [117호]산재 신청을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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