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호]Workers, Unite! 노동자는 하나다!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8-01-02 15:23
조회
2786
게시글 썸네일
- 녹산/용원 공단지역 이주노동자 캠프 스케치 -

   김그루  녹산노동자희망찾기 활동가


부산 녹산공단, 진해 마천공단 등 부산과 경남 진해의 경계에는 공단이 많고 그 가운데인 용원지역은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민주노총 서부산상담소와 지역의 의료진들, 한국외국인선교회 부산지부가 공동으로 마련한 용원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에서는 매주 일요일 무료진료 활동과 기타교실, 한국어교실, 노동법교육 등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진료소를 이용하고 소모임에 참가해온 이주노동자들,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과 함께 녹산용원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11월 25-26일 1박 2일 캠프를 열었다.
이미 어둠이 깔린 공단에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은 토요일에도 대여섯 시까지 일을 하고 부랴부랴 온 터였다. 여성노동자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참가했다.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 베트남,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들 35명과 한국인 및 이주민출신 활동가들까지 총 50명이 함께하였는데, 부산과 경남 거제지역의 금속노조 활동가들과도 함께했다.
거제 다대마을의 폐교를 수리해 만든 캠프장에 짐을 풀었다. 소수자들은 어딜 가나 눈치를 많이 보게 되는 게 사실이다. 다행히 폐교 캠프장은 눈치 보지 않고 떠들고 놀고 노래할 수 있는, 우리를 위한 공간이었다.
여러 나라 출신 노동자들이 모인 만큼 말 보다는 몸으로 부대끼고 게임하면서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몸으로 자기소개를 하고, “노동자, 사업주, 노동법” 등 단어를 몸으로 설명해 맞추는 게임, OX퀴즈 등으로 조금씩 가까워지고 웃음도 쌓여갔다.
함께 노래배우는 시간에는 "We shall overcome(우리 승리하리라)"이라는 노래를 영어, 한국어뿐만 아니라 참가자 각 나라 언어로 번안하여 부르는 시간도 가졌다. 출신지가 어디든, 쓰는 언어가 무엇이든 하나의 노래로 연결되는 느낌이 좋았다.
뒤풀이 시간에는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며 노래와 춤을 즐겼다. 놀라울 정도의 한국노래 실력에 감탄하다 방글라데시, 미얀마 노래 선율에 몸을 맡겼다. 하이라이트는 우즈베키스탄 남녀 노동자의 힘이 넘치는 전통 춤이었다. 이색적인 노래와 춤을 눈앞에서 맘껏 즐기는 기쁨이 있었다.
다음날에는 미얀마출신 활동가가 참가자들에게 기초 노동법 강의를 했다. 참가자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나, 노동부에 신고는 어떻게 하나, 사장이 동의 안 해도 산재보험 처리되나?” 등의 질문을 했다.
이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례 다섯 가지를 주고 다섯 개 팀으로 나누어 역할극을 준비했다. 사례는 임금체불, 장시간 강제노동, 폭언, 산재, 유해한 작업환경으로 제시했다. 역할극 준비를 위해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우선 토론한 뒤, 어떻게 해결할 건지 대본을 준비하여 왁자지껄 연극준비에 들어갔다. 팀별로 준비한 역할극을 발표할 때 참가자들은 부끄러워하면서도 모두들 최선을 다해 임했다. 그 중에서도 사업주나 관리자의 욕설과 태도 연기는 압권이었다. 일상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리라.
모멸적인 처우, 차별적인 처우, 불합리한 법제도 속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이주노동자들. 이번 캠프에서 우리 모두가 소중한 사람이고 또한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느꼈다. 우리 각자는 혼자가 아니고 함께할 때 더 강한 힘을 가질 수 있으며, 그 힘으로 때론 현실을 버텨내고, 때론 바꿔낼 수 있는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많이 웃었다. 12월 세계이주노동자의날 기념행사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며 어슴푸레 어둠이 깔리려는 공단 속 각자의 일상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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