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호]작업환경측정 보고서
[여는 생각]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8-06-20 13:12
조회
3602

이 사건의 처음 쟁점은 직업병을 입증하기 위한 방법으로 작업환경측정 결과가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삼성 전자에서 작업을 하다 백혈병 등의 직업병에 걸린 노동자들은 삼성의 비협조로 인해 자신이 사용한 물질을 증명하기 어려웠다. 결국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가지고 있는 국가 기관인 노동부에 공개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법원 판단을 통해 결과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노동부는 작업환경측정 결과 공개 범위 확대 입장을 밝혔고 이에 삼성 전자는 ‘국가 핵심 기술 유출’이라는 논리로 대응했던 것이다.
피해 노동자와 노동부에서, 노동부와 삼성전자로 그리고 노동부와 산자부의 대립으로 옮겨갔다. 결국 노동부 뒤에 숨어 있던 삼성 전자가 더 이상 노동부의 보호를 받지 못하자 ‘국가 핵심 기술’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워 산자부 뒤에 숨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삼성의 ‘국가 핵심 기술 유출’이란 것은 논리 자체가 빈약하며 의도적 프레임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즉, 노동부나 노동자들은 반도체 제조 기술을 유출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알권리와 노동자의 생명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과 피해 노동자들의 권리 구제라는 입장이다. 또한 작업환경측정결과 내용이 기술 유출이 될 수 있으려면 상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산자부 전문가 몇 명이 모여서 논의한 것 빼고는 없다. 사실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보면 특정 기술을 알 수 있을 만큼 상세하지 않다. 작업환경측정은 매년 이루어지고 있다. 삼성 논리대로라면 작업환경측정팀만 포섭하면 핵심 기술을 빼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왜냐하면 반도체 공장에서 작업환경측정을 실시한 사람이면 공정을 확인할 것이며 또한 물질을 포집 분석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주장이 맞는다면 이것이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포함하여 주요 산업은 대부분 작업환경측정을 하며 그에 투입된 인원 역시 다수 일 것이다. 아직까지 그 인원이 포섭되었다는 말은 들어 본적도 없다. 오히려 산업 핵심 기술을 연구 개발에 참여했던 일부 인원들이 포섭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 봤어도.. 작업환경 측정 인원을 포섭하는 것이 오히려 개발하는 것 보다 빠르다면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산자부를 동원한 삼성의 판정승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삼성 공화국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을 건들지 말라는 암묵적 경고다. 삼성은 전략적으로 국가 핵심 기술 유출이라는 프레임(허수아비)를 만들어냈고 일부 언론과 산자부와 기술위원회는 동참했다. 삼성은 실제로 존재하는지, 하지 않는지 확인도 되지 않는 허수아비를 내세웠고 진정한 쟁점은 사라지게 만들었다. 자신들의 지난날의 과오를 핵심 기술 유출이라는 것으로 덮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은 졸지에 매국노를 만들어 버렸다.
쟁점을 다시 세워야 한다. 노동환경에 대한 노동자들의 접근권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안전보건에 관한 권리의 주체로서 노동자 위상 강화와 직업병에 걸린 노동자가 스스로 업무관련성을 입증을 하지 않더라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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