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호]업무시간은 업무상 과로의 여러 고려요소 중 하나입니다

[산재 판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3-10-21 15:44
조회
694

                                                  김민옥 금속법률원 노무사



[서울행정법원 2023. 8. 23. 선고 2022구단56039 판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의 양, 시간, 강도, 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에 따른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가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 정신적인 부담을 유발한 경우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봅니다(법 제34조 제3항, 시행령 별표3 참조). 그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고시에서 재해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합니다. 또한 1주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더라도 ①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② 교대제 업무, ③ 휴일이 부족한 업무, ③ 유해한 작업환경(한랭, 온도변화, 소음)에 노출되는 업무, ⑤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⑥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 ⑦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면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은 1주 평균 60시간 미만 노동자의 업무를 종합적으로 살피지 않고, 업무시간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고 산재 불승인 판정을 내리는 경향이 큽니다.

법원에서는 업무시간은 업무상 과로의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는 판결을 지속적으로 내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법원은 햄버거 체인점에서 1주 평균 약 35시간을 일하는 A에게 발병한 뇌출혈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습니다. 해당 법원은 지난 4월 대법원이 1주 평균 40시간 근무하는 콜센터 노동자 뇌출혈 산재를 인정한 판결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대법원은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해당하는지는 여부는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 시간, 교대제 및 야간근로 등 근무형태, 정신적 긴장의 정도, 수면시간, 작업환경, 그밖에 그 근로자의 연령, 성별 등을 종하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업무시간’은 업무상 과로 여부를 판단할 때의 하나의 고려요소일뿐 절대적인 판단기준이 될 수 없다(대법원 2023.4.13. 선고 2022두47391 판결 참조)”고 했습니다.

법원은 A의 근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 미만이지만, A가 56세 여성으로 밤 11시까지 근무하면서 수면시간 부족 등으로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새로 부임한 매니저와 업무시간 갈등, 20, 30대 동료와 마찰 등이 있었던 점, 갈등 등이 약 8개월 간 지속되면서 결국 6년간 근무한 직장에 사직 의사를 밝힐 정도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던 점, 점장의 복직 요청으로 사직 후 5일 만에 복귀했지만 그 사이에도 매니저는 퇴직서를 작성하라는 등 여전히 갈등이 있었고, 복직 후 새벽 1시까지 근무 지시를 하면서 갈등이 회복되지 못한 점을 볼 때 업무와 상병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A의 햄버거 조리 업무는 겨울에도 반팔을 입어야 할 정도로 항상 더웠고 A가 쓰러질 당시 실내와 실외 온도차가 10~20℃로,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가 A의 혈압과 뇌혈관 기능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대법원도 콜센터 노동자가 1주 평균 52시간 미만 일했지만, 근무지 변경으로 1개 업체에서 600개 업체를 담당했던 점, 악성 민원에 대처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라는 점, 주거지와 이동거리, 연령, 성별, 통근 소요시간 등을 볼 때 수면시간이 6시간 미만으로 보이는 점, 식사시간 외에 별도의 휴게시간이 없었던 점, 고객 응대 근로자로 직무스트레스 등에 대비한 휴게실, 보호조치 등이 없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산업재해를 판단했습니다.

법원과 산재보험법이 말하듯이 개인의 노동은 시간만으로 단순하게 평가될 수 없습니다. 얼마전 전 직장 동료들과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 직장에서 일했는데 지금은, 일하는 시간은 여전히 주 40시간이지만 모두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일을 합니다. 우리가 한 직장에서 비슷한 일을 할 때조차 각자가 느꼈던 일에 대한 부담, 근무환경의 악화 정도의 수준은 달랐습니다. 업무시간이 업무상 재해 판단에서 편리하고 공정한 기준이 될 수는 있습니다. 업무시간만큼이나 노동자 개인이 일과 맺는 여러 환경과 관계들이 업무상 정신적, 육체적 부담이 된다는 것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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