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호]기다리는 사람들

[여는 생각]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9-04-11 17:15
조회
4546
게시글 썸네일
노동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하면 기다려야 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요양 신청하면 조사를 하도록 되어 있고 특히 업무상 질병의 경우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이하 ‘질판위’)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노동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을 신청하는 것 자체가 매우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린 우리 사회에서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들의 불안감은 커져 갈 수 밖에 없다.

현행법에 따르면, 질판위의 심의 기간은 20일 내이며 부득이한 경우 한 차례에 한하여 10일을 연장 처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신창현 국회의원에 따르면 2018년 심의 요청된 10,006건 중 46.6%만 기한을 지키고 나머지는 법정 처리 기한을 넘겼다고 한다. 수개월씩 걸리는 일도 있다. 그런데 이는 질판위 심의 기간만이 해당된다.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 신청하고 근로복지공단 지사에서 조사를 하는 기간을 포함하면 더 길어진다.

이 기간 동안 노동자는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왜냐하면 질판위에서는 노동자에게 왜 늦어지는지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양 승인이 날지 불승인 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병원비는 고사하고 월급을 받지 못한 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 자체가 노동자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수개월씩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병원비만 계속 나간다면 과연 버틸 수 있는 노동자가 얼마나 있을까?
결국 이 기간이 길어질 수록 노동자는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다행히도 산재 승인이 나면 다시 치료를 받으려고 하지만 치료의 효과는 이전보다 못하고 요양 기간도 충분치 못하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기간을 치료 기간으로 보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심의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대책은 없다. 이들은 심의 기간이 길어지는 원인에 대해서 심의 건수의 한계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근원적인 문제는 근로복지공단이 노동자의 질병을 산업재해로 볼 수 없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즉, 근로복지공단이 노동자의 질병이 업무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폭 넓게 인정한다면 심의 기간은 단축될 수 밖에 없다.

하염없이 기다리게 만드는 것이 현실이라면 근로복지공단은 새로운 대안을 내 놓아야 한다. 법정 기한을 넘길 시 그 기한 이후부터 결정이 날 때까지 휴업급여와 병원비를 요양 승인과 상관없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지급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그 정도의 책임을 져야지 노동자들의 불안감이 조금이라도 해소되지 않을까?
전체 421
번호 썸네일 제목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여는 생각] [132호]피 흘리는 현실 앞에, 치료마저 외면당한 노동자들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593
2025.06.02 0 593
14
[산재 판례] [112호]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상병에 관해 치료를 받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요양 중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mklabor | 2020.02.28 | 추천 0 | 조회 3378
2020.02.28 0 3378
13
[산재 판례] [111호]장해급여 부당이득 징수처분이 취소된 사례
mklabor | 2019.12.06 | 추천 0 | 조회 3549
2019.12.06 0 3549
12
[산재 판례] [110호]회식 후 음주운전 한 동료의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로 입은 상해는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
mklabor | 2019.09.20 | 추천 0 | 조회 3556
2019.09.20 0 3556
11
[산재 판례] [109호]전세버스 운전기사의 대기시간은 온전한 휴식시간으로 볼 수 없다.
mklabor | 2019.07.05 | 추천 0 | 조회 3660
2019.07.05 0 3660
10
[산재 판례] [108호]24년 전에 근무한 사업장에서의 소음 노출도 난청과 인과관계가 있다.
mklabor | 2019.04.11 | 추천 0 | 조회 3584
2019.04.11 0 3584
9
[산재 판례] [107호]첨단산업증 현실적으로 입증이 곤란한 경우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은 보다 완화되어야 한다
mklabor | 2018.12.27 | 추천 0 | 조회 3257
2018.12.27 0 3257
8
[산재 판례] [106호]지입차주 형식이어도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다면 근로자에 해당한다
mklabor | 2018.10.18 | 추천 0 | 조회 3517
2018.10.18 0 3517
7
[산재 판례] [105호]부당해고 및 장기간의 파업 등으로 유발된 적응장애는 업무상 재해이다
mklabor | 2018.06.20 | 추천 0 | 조회 3299
2018.06.20 0 3299
6
[산재 판례] [104호]길냥이를 구한 목숨 (서울행정법원 2008. 9. 10. 선고 2008구합6875)
mklabor | 2018.03.27 | 추천 0 | 조회 2913
2018.03.27 0 2913
5
[산재 판례] [103호]현재의 의학수준에서 곤란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
mklabor | 2018.01.02 | 추천 0 | 조회 2802
2018.01.02 0 2802
4
[산재 판례] [102호]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 취약성도 업무상 재해여부 판단 시 고려사항이다
mklabor | 2017.10.17 | 추천 0 | 조회 3937
2017.10.17 0 3937
3
[산재 판례] [101호]유해물질 노출량 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
mklabor | 2017.06.27 | 추천 0 | 조회 4137
2017.06.27 0 4137
2
[산재 판례] [100호]산재판례 필진의 한마디
mklabor | 2017.03.24 | 추천 1 | 조회 2856
2017.03.24 1 2856
1
[산재 판례] [99호]사업주 제공 교통수단에 의한 출퇴근 사고만 산재 인정하는 법률은 위헌이다(2014헌바254)
mklabor | 2017.02.17 | 추천 0 | 조회 3668
2017.02.17 0 36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