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호]기술 부족이 아니라 철학이 문제다

[여는 생각]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7-10-17 14:30
조회
2827
게시글 썸네일
STX 조선 폭발 사고로 인한 질식으로 노동자 4명이 사망했다. 그들은 물량팀 노동자다. 밀폐 공간은 위험하기 때문에 사고를 막기 위한 수 많은 조치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고는 사실상 예방가능하다. 이유는 사고를 막기 위한 ‘기술’과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자.
밀폐 공간에서 폭발의 조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환기 기술은 있고, 최악의 경우 환기에 실패해서 폭발 조건이 조성되더라도 점화가 가능하지 않도록 하는 각종 방폭 기술이 있다. 그리고 더욱 최악의 경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질식으로 사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송기 마스크를 지급하여 작업자를 최악의 경우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두 번째,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자.
밀폐 공간과 관련한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몇 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폭발 하한의 25%를 유지할 것이라든가, 방폭 전기기기에 대한 인증과 사용, 적절한 보호구 지급, 적합한 교육과 작업 허가서 발부 등이다. 특히 작업 허가서에는 많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언제, 누가, 몇 명의 작업자가, 작업 시 위험요인은, 위험 제거 방안은, 제거 할 수 없으면 최소화 또는 관리는 어떻게할것인가 등, 이런 정보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술’과 ‘제도’가 존재한다. 그런데 왜 노동자는 사망했는가? 위험 작업을 해서 사망했는가? 아니다. 평상 시 위험이 관리되지 않아서이다. 즉, 철학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망자들은 물량팀 노동자들이다. 원청은 평상 시 사내하청 및 물량팀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원청은 배가 언제까지 만들어지는 것에 관심을 가졌을 뿐 물량팀 노동자들이 어떠한 노동환경에서 일을 하는지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물량팀 노동자들은 위험을 느꼈어도 말을 할 곳이 없었을 것이다. 원청 사업주와 관리자들이 자신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청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적절한 환기에 대해서 고민을 했을 것이고, 방폭등이 이런 식으로 관리되지 않았을 것이다. 방폭등이라고 하지만 방폭 기능이 상실된 것들이다.(지금까지 적발이 되지 않은 것이 더 이상할 뿐이다. 이는 감독 기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고를 예방하려면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이 있어야 한다. 철학이 없으면 아무리 높은 수준의 ‘기술’과 ‘제도’가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이번 사고가 그 증거다.
전체 0

전체 359
번호 썸네일 제목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여는 생각] [128호]가짜 뉴스로 시작된 고용노동부 특정 감사와 산재보험 60주년 (6)
mklabor | 2024.04.11 | 추천 0 | 조회 434
2024.04.11 0 434
20
[초점] [113호]코로나19 가운데서 ‘코로나19 이후’를 생각한다 (26)
mklabor | 2020.05.22 | 추천 0 | 조회 2487
2020.05.22 0 2487
19
[초점] [112호]직장내괴롭힘 금지법 시행 6개월, 실효성 문제 (26)
mklabor | 2020.02.28 | 추천 0 | 조회 2442
2020.02.28 0 2442
18
[초점] [111호]위험의 외주화, 원청이 처벌받아야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항소심에 의견서 제출과 피해노동자 증인신청
mklabor | 2019.12.06 | 추천 0 | 조회 2227
2019.12.06 0 2227
17
[초점] [110호]당신의 노동을 존중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26)
mklabor | 2019.09.20 | 추천 0 | 조회 2609
2019.09.20 0 2609
16
[초점] [109호]2017년 5월 1일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 사고를 통해 본 쟁점과 노동의 대응방안 (26)
mklabor | 2019.07.05 | 추천 0 | 조회 2554
2019.07.05 0 2554
15
[초점] [108호]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중 도급금지 및 도급인의 책임 강화의 내용과 실효성 검토 (26)
mklabor | 2019.04.11 | 추천 0 | 조회 3285
2019.04.11 0 3285
14
[초점] [107호]탄력근로시간제도 시간외수당없는 장시간노동의 합법화 (26)
mklabor | 2018.12.27 | 추천 0 | 조회 2676
2018.12.27 0 2676
13
[초점] [106호]노동시간 단축을 바라보며
mklabor | 2018.10.18 | 추천 0 | 조회 2070
2018.10.18 0 2070
12
[초점] [105호]노동자의 권리 주체성 확보와 산업안전보건법 체계의 전환 필요성 (26)
mklabor | 2018.06.20 | 추천 0 | 조회 2641
2018.06.20 0 2641
11
[초점] [104호]소득주도성장,전혀 새로울 게 없는 빛 좋은 개살구 (26)
mklabor | 2018.03.27 | 추천 0 | 조회 2169
2018.03.27 0 2169
10
[초점] [103호]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진단과 우리의 과제 (1)
mklabor | 2018.01.02 | 추천 0 | 조회 2139
2018.01.02 0 2139
9
[초점] [102호] 또 다시 스스로 목숨 끊은 집배원 문재인 정부는 지금 당장 인력을 대폭 확충하라 (1)
mklabor | 2017.10.17 | 추천 0 | 조회 2154
2017.10.17 0 2154
8
[초점] [102호] 집배원의 못다 전한 편지 (26)
mklabor | 2017.10.17 | 추천 0 | 조회 2115
2017.10.17 0 2115
7
[초점] [101호]문재인정부의 노동정책 뜯어보기
mklabor | 2017.06.27 | 추천 0 | 조회 2253
2017.06.27 0 2253
6
[초점] [100호] 노동자 건강권 운동의 현실과 방향 (26)
mklabor | 2017.03.24 | 추천 1 | 조회 2157
2017.03.24 1 2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