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호]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이후를 생각한다

[여는 생각]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1-01-12 13:29
조회
5148
게시글 썸네일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해 많은 이들이 투쟁하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기업을 옥죄는 법이라고 반대하고 있으며, 보수 정치권은 노동계에서 요구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의 내용의 상당부분을 수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시대의 요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경제단체에서 생각하는 기업 옥죄기가 아니라 기업을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상식을 요구하는 법이다. 즉, 산업재해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필요악’이라는 잘못된 생각들을 고쳐 잡고 그들이 더 이상 변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다. 이러한 잘못된 생각들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아니 있다.(진행형이다) 기업주와 행정기관, 사법기관 모두 이 생각에 갇혀 있다 보니 제대로 된 감독 및 처벌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들 행위를 보면 노동자의 죽음보다 사업주가 받는 처벌이 더 가혹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이것이 아니라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을 어기더라도 그래서 사망하더라도 기업주가 받는 처벌은 평균 500여만원이라는 사실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기업을 운영한다고 해서 노동자가 다치거나 사망해야 할 이유는 없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사업주에게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고 위험을 관리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공무원에게는 그러한 관리가 적절한지에 대해서 감독하게 한다. 사고는 평상시 위험 관리의 결과로 발생한다. 사고는 단순한 물리적 위험이 아니라 위험을 유발하는 고용구조 및 조직체계 등 다양한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지 예방할 수 있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지금까지 사고의 원인을 개인의 과실로 치부하던 잘못된 생각들을 바꾸게 만들 것이다. 사실 사고는 개인의 과실이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실패 즉, 위험 관리의 실패로 인해 발생한다. 개인 과실 이론은 1920년대 이론이며, 대부분의 사업주들이 지금까지 맹신하고 있는 이유는 사고 원인을 노동자 개인에게 찾아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고가 나면 사고 원인 대책에는 항상 노동자 의식 강화 및 교육이 포함된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위험 관리란 것은 개인에게 그 위험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위험은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법은 단순한 사업주를 처벌하는 법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상식을 이야기 하는 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기존 노동자뿐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한다. 사업주들이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서  일으킨 각종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통과되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법이 통과된 후를 논의해야 한다. 사업주와 행정기관 그리고 사법 기관이 그 책임을 다하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해야 하며,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시대 노동조합의 노동안전보건활동에 방향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전체 421
번호 썸네일 제목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여는 생각] [132호]피 흘리는 현실 앞에, 치료마저 외면당한 노동자들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628
2025.06.02 0 628
380
[일터에서 온 편지] [130호]열정과 패기로 지역의 동지들과 함께 새로운 노동조합을!
mklabor | 2024.10.15 | 추천 0 | 조회 1115
2024.10.15 0 1115
379
[초점] [130호]2024년 국정감사 산재보험 관련 대응
mklabor | 2024.10.15 | 추천 0 | 조회 647
2024.10.15 0 647
378
[현장을 찾아서] [130호]작은 사업장의 민낯 드러낸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mklabor | 2024.10.15 | 추천 0 | 조회 641
2024.10.15 0 641
377
[활동 글] [130호]노동력이 아니라 사람이 왔다
mklabor | 2024.10.15 | 추천 0 | 조회 638
2024.10.15 0 638
376
[활동 글] [130호]여름철 조선소 뜨거운 현장, 이곳이 바로 고온 현장이다.
mklabor | 2024.10.15 | 추천 0 | 조회 795
2024.10.15 0 795
375
[여는 생각] [130호]폭염 대책 작업 시간을 제한해야
mklabor | 2024.10.15 | 추천 0 | 조회 3747
2024.10.15 0 3747
374
[현장 보고] [129호]현장보고
mklabor | 2024.07.05 | 추천 0 | 조회 1949
2024.07.05 0 1949
373
[건강하게 삽시다] [129호] 손발저림
mklabor | 2024.07.05 | 추천 0 | 조회 1298
2024.07.05 0 1298
372
[산재 판례] [129호]택시노동자 사측의 부당 행위에 장기간 투쟁하다 분신 사망, 산업재해 인정
mklabor | 2024.07.05 | 추천 0 | 조회 1254
2024.07.05 0 1254
371
[영화로세상일기] [129호] 피해자 각본을 깨고 더 나은 것과 연결되는 삶:정순 (감독 정지혜, 2024)
mklabor | 2024.07.05 | 추천 3 | 조회 659
2024.07.05 3 659
370
[만나고 싶었습니다] [129호]하나뿐인 지구에서 다 함께 살기
mklabor | 2024.07.05 | 추천 0 | 조회 1309
2024.07.05 0 1309
369
[인권이야기] [129호] 전쟁같은 투쟁이 아닌 운동으로서의 투쟁 -밀양 행정대집행 10주기를 기억하며-
mklabor | 2024.07.05 | 추천 0 | 조회 888
2024.07.05 0 888
368
[상담실] [129호]출퇴근재해로 산재 신청하기
mklabor | 2024.07.05 | 추천 0 | 조회 1291
2024.07.05 0 1291
367
[일터에서 온 편지] [129호]산업안전보건위원회 참여를 준비하며
mklabor | 2024.07.05 | 추천 0 | 조회 1283
2024.07.05 0 1283
366
[초점] [129호]의대증원 문제, 핵심은 숫자가 아니다
mklabor | 2024.07.05 | 추천 0 | 조회 1271
2024.07.05 0 1271
365
[현장을 찾아서] [129호]한화자본의 노조파괴의 시작! 웰리브 식당 분할 당장 멈춰라!
mklabor | 2024.07.05 | 추천 0 | 조회 1376
2024.07.05 0 1376
364
[활동 글] [129호]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첫 후원문화제를 준비하며
mklabor | 2024.07.05 | 추천 0 | 조회 1363
2024.07.05 0 1363
363
[활동 글] [129호]산추련 실천학교를 통해 배우다
mklabor | 2024.07.05 | 추천 0 | 조회 1293
2024.07.05 0 1293
362
[활동 글] [129호]<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 창원북 토크
mklabor | 2024.07.05 | 추천 0 | 조회 1313
2024.07.05 0 1313
361
[여는 생각] [129호]실패한 조선업 중대재해 대책을 반복적으로 내 놓은 고용노동부
mklabor | 2024.07.05 | 추천 0 | 조회 3797
2024.07.05 0 3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