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호]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여는 생각]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0-02-28 17:16
조회
5153
게시글 썸네일
작업환경측정은 노동자가 사용하는 유해인자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측정 평가하여 노동자의 건강상의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 만들어졌으며, 물질안전보건자료 제도는 노동자가 사용하는 유해화학물질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하여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이 제도는 예방적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두 자료는 노동자가 직업병에 걸렸을 때도 사용되게 된다. 직업병은 특정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어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노동자가 직업병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사용한 물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노출량은 얼마나 되는지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여 이들 자료를 활용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노동자는 당연히도 자신이 일을 했던 공정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고 이를 근거로 해서 직업병으로 인정하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특히 근로복지공단이나 법원에서는 직업병 인정 여부에 기초적인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사실 역학조사를 하는 전문가들도 이러한 자료 없이는 노동자의 질병이 업무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를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산재 인정 투쟁 과정에서 이들이 사용한 물질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은 매우 힘들었다. 이런 기초 자료 조차도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던 노동자들은 결국 소송 끝에 작업환경측정 자료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삼성 측은 핵심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며 산업통자원부에 국가 핵심 기술로 포함시킬 것을 요청하였고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국가 핵심 기술에 포함되었다.
얼마 후 일본과의 무역 분쟁이 발생하고 반도체 분야의 핵심 소재들이 수입이 어려움에 겪게 되었다. 이러한 기회를 틈타 산업기술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2019년 8월 2일 210명이 참석하여 찬성 206, 반대 0, 기권 4로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악하였다.
국가 핵심 기술을 보호하는데 동의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문제는 안전과 관련된 정보조차조도 비공개 대상으로 되었고, 문제가 되는 것을 문제가 된다고 이야기 하는 양심의 자유조차도 허락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 기업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할까 싶지만 중요한 것은 이 법이 개악될 때 제대로 된 논의와 토론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진보 정당 역시 마찬가지다. 진보 정당들의 행보는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진보 정당 역시 일본과의 무역 분쟁에 최소한의 이성적 태도를 저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최근 잘못을 인정하고 있지만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산업 기술을 보호하는 이유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이지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가 아니다.
기업 입맛에 맞는 무분별한 비공개 원칙으로 인해 결국 그 피해를 노동자들이 입게 생겼다.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국민인지 아니면 대기업인지를 명확히 한 이번 산업기술보호법 개악은 다시 한 번 우리 사회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한 기업의 이익이 우선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전체 421
번호 썸네일 제목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여는 생각] [132호]피 흘리는 현실 앞에, 치료마저 외면당한 노동자들
mklabor | 2025.06.02 | 추천 0 | 조회 838
2025.06.02 0 838
320
[초점] [125호]중대재해처벌벌 판결과 법정투쟁의 현황
mklabor | 2023.07.21 | 추천 0 | 조회 2182
2023.07.21 0 2182
319
[현장을 찾아서] [125호]건설노동자 '양회동열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mklabor | 2023.07.21 | 추천 0 | 조회 2198
2023.07.21 0 2198
318
[활동 글] [125호]밥통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연대
mklabor | 2023.07.21 | 추천 0 | 조회 2174
2023.07.21 0 2174
317
[활동 글] [125호]이주노동자는 쓰다가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
mklabor | 2023.07.21 | 추천 0 | 조회 3004
2023.07.21 0 3004
316
[활동 글] [125호]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함께 투쟁하는 조선소를 꿈꾼다
mklabor | 2023.07.21 | 추천 0 | 조회 2192
2023.07.21 0 2192
315
[여는 생각] [125호]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20년
mklabor | 2023.07.21 | 추천 0 | 조회 3137
2023.07.21 0 3137
314
[현장 보고] [124호]현장보고
mklabor | 2023.05.15 | 추천 0 | 조회 3506
2023.05.15 0 3506
313
[건강하게 삽시다] [124호] 안면신경마비
mklabor | 2023.05.15 | 추천 0 | 조회 4384
2023.05.15 0 4384
312
[산재 판례] [124호]여성 조기 폐경, 남성과 동등한 장해등급으로 인정
mklabor | 2023.05.15 | 추천 0 | 조회 2420
2023.05.15 0 2420
311
[만나고 싶었습니다] [124호] 곁을 만드는 사람
mklabor | 2023.05.15 | 추천 0 | 조회 2513
2023.05.15 0 2513
310
[상담실] [124호]의사 선생님 잘 좀 봐주세요
mklabor | 2023.05.15 | 추천 0 | 조회 2420
2023.05.15 0 2420
309
[일터에서 온 편지] [124호]애초에 위험한 작업을 신고하고 거부할 권리가 보장된다면 일하다 죽는 일들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mklabor | 2023.05.15 | 추천 0 | 조회 5772
2023.05.15 0 5772
308
[초점] [124호]윤석열은 고쳐 쓰긴 글렀다.
mklabor | 2023.05.15 | 추천 0 | 조회 2222
2023.05.15 0 2222
307
[현장을 찾아서] [124호]한국카본 사포공장 폭발사고
mklabor | 2023.05.15 | 추천 0 | 조회 2361
2023.05.15 0 2361
306
[활동 글] [124호]‘웰리브 근골격계 유해 요인 조사’에 참여하며
mklabor | 2023.05.15 | 추천 0 | 조회 2360
2023.05.15 0 2360
305
[활동 글] [124호] 여전히 프리랜서
mklabor | 2023.05.15 | 추천 0 | 조회 2283
2023.05.15 0 2283
304
[활동 글] [124호]징계 후 겪는 심리적 디스트레스
mklabor | 2023.05.15 | 추천 0 | 조회 2206
2023.05.15 0 2206
303
[여는 생각] [124호]먹통이 된 고용노동부 위험상황신고(1588-3088) 전화
mklabor | 2023.05.15 | 추천 0 | 조회 4227
2023.05.15 0 4227
302
[현장 보고] [123호]건설기계 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 요약 보고서(레미콘)
mklabor | 2023.03.09 | 추천 0 | 조회 3777
2023.03.09 0 3777
301
[건강하게 삽시다] [123호]예방접종, 감염병 예방의 기본입니다.
mklabor | 2023.03.09 | 추천 0 | 조회 2542
2023.03.09 0 2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