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호]대법원, 업무수행 중 교통사고 범죄행위 시 업무상재해 판단기준 제시

[산재 판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2-11-04 13:55
조회
2013

                                                  김민옥 금속법률원 노무사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고용노동부는 2019.8월“법령위반으로 발생한 사고의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지침)”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위반행위 사고 중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12대 수칙 사고는 고의·중과실에 해당한다며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습니다. 예외적으로, 재해자가 사고발생 회피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는 사실 등을 증명한다면 업무상 재해를 승인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열악한 지위에 있는 노동자가 이를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실제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법 제37조 2항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는 규정과 위 지침에 따라 12대 중과실 행위로 발생한 교통사고의 경우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는 경향이 컸습니다. 이는 과거 대법원이 12대 중과실 행위를 일률적으로 업무상재해에서 배제하지 않았던 사례나, 산재보험법 제37조의 2항 본문의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만 인정하고 간접적이거나 부수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례와도 배치됩니다. 그리고 지난 5월 대법원은 12대 중과실 중앙선 침범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산재 사건에서 범죄행위로 발생한 교통사고의 업무상재해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노동자 A는 업무상 교육을 마치고 업무용 차량을 운전해서 근무지로 복귀하고 있었습니다. A는 운전 중 중앙선을 침범하여 반대편에서 마주 오던 트럭과 충돌했고, 사고 직후 화재로 사망했습니다. 공단은 A가 중앙선을 침범했고 이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의 범죄행위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1심은 A의 중앙선 침범행위는 산재보험법상의 범죄행위를 엄격히 제한 해석하는 취지에 따라,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산재보험법상 범죄행위를 문언 그대로 형법 등에 위배되는 모든 범죄행위로 해석하고, A의 중앙선 침범은 도로교통법의 범죄행위이자 운전자의 주의의무 위반이라며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으로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업무상 재해를 판단해야 한다며 그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의 경우 ①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사고가 발생한 점, ② 사고 원인인 중앙선 침범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히 규명되지 아니한 점, ③ 음주운전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점, ④ 수사기관이 이 사고를 졸음운전으로 추정한 점, ④ A가 운전면허를 취득한 1992년 이후 교통법규 위반 내지 교통사고 전력이 없는 점 등의 사정이 확인되므로, A의 사망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공단이 대법원 판례에 비춰 업무수행 중 교통사고 업무상재해 및 출퇴근재해 판단에서, “해당 교통사고가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지, “사고의 발생이 전적으로 재해자에게 있는지”등을 보다 섬세하게 판단해서, 산재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공단의 행동이 변화할 때, 비로소 산재보험의 사회보험적 및 책임보험적 목적도 실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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