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호]유해물질 노출량 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

[산재 판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7-06-27 17:11
조회
613
(서울행정법원 2017. 2. 10. 선고 2013구단53144 판결)

서울행정법원은 2017. 2. 10. 유해물질 노출의 직접 증거가 없어도 산재로 인정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다.

A씨는 2002년 ~ 2005년 시너를 사용하여 기계부품 조립업무를 하다, 2008년 한국지엠에 입사하여 군산공장에서 시너를 이용한 도장업무를 수행하였다. 32세이던 2012년 만성백혈병을 진단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직업환경측정·역학조사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승인처분하였다.

이에 불복하여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의 업무상 질병 기준의 벤젠 누적 노출량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경우라도 업무수행 중 벤젠 노출로 인해 백혈병 등이 생겼거나, 하나의 원인으로 추단될 수 있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뒤, “작업장 공기 중에서 벤젠과 같은 방향족 유기화합물인 톨루엔이 검출됐으므로 벤젠 역시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고, 김씨가 근무 당시 제대로 된 보호구를 착용하지 못했으므로 벤젠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시하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업무상 질병 발생은 의심되는 유해물질의 노출 누적량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미량이라 할지라도 유해물질 노출 사실 유무만으로도 관련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면서,“A씨 입장에서 자신의 벤젠 노출 사실을 더욱 확실히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시한 부분인데, 이는 유해물질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산재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한 채, 객관성이 의심되는 역학조사에만 기대어 기계적인 기준에 대입하여 불승인 처분을 남발하던 종래의 근로복지공단의 행태에 제동을 걸고, 구체적인 현실을 반영하여 산재노동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동안은 산재신청으로 인한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시점에는 이미 작업환경이 개선되었거나,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작업환경을 왜곡시켜, 실제 많게는 십수년 전의 근무당시의 작업환경과 역학조사 실시 당시의 작업환경이 달라서 부당하게 산재가 인정되지 않는 사례들이 많았던 문제가 있었고, 역학조사가 사용자가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하고,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는 등 신뢰성을 저해하는 역학조사 자체적인 문제점들도 지적되어 왔다.

대상 판례가 비록 대법원 판례가 아닌 1심 법원의 판례이기는 하지만, 하급심 판례들이 누적되면서 대법원 판례까지 변경시켜왔던 추세를 고려할 때, 산재인정에 있어 의미 있는 발걸음으로 평가될 수 있는 판례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역학조사 과정을 산재근로자에게 공개하는 등 역학조사 제도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판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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