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호]아직 살아 있는 우리는

[여는 생각]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2-11-04 13:39
조회
2146
게시글 썸네일
- SPC삼립 여성 노동자에게 바침

안혜린

노동자가 죽었다
사람이 죽었다
그제도 죽고 어제도 죽었다
오늘도 죽을 것이고
내일도 모레도 죽을 것이다
공장에서 벌목현장에서 학교 급식실에서도
이 나라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또 다른 곳에서
또 다른 그녀가 또 죽었다

그녀에게는 꿈이 있었다
달콤한 소스를 녹이며
그녀는 매일매일 달콤한 꿈을 꾸고 있었다

소스를 녹이며
가족들을 위해 그녀의 몸을 녹이며
포기하지 않았던 그녀의 달콤한 꿈은,
달콤한 소스의 기계에 끼어
조각나고 뭉개지고
소스와 함께 그렇게 사라졌다

달콤한 소스는 그녀의 꿈을 녹여 없애고
거대한 기계는 그녀를 삼키고
끝내 자본은 그녀의 숨통을 끊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녀의 꿈을 녹여버린 것만으로 모자랐던 소스와
그녀를 삼킨 것도 모자랐던 기계와

끝내 그녀의 숨통을 끊어버린 것도 모자랐던 자본은
흰 천으로 그녀를 덮었다.

흰 천으로 그녀를 덮고
선혈이 선명한 그 곳에서
자본은 기계를 돌리고
달콤한 소스를 녹이고
그리하여 빵은 만들어지고
그 빵은 이 땅 곳곳에 팔려지고
이 땅의 자본은 다시 그렇게 돌아간다

아! 자본은 자본은
개 돼지도 못할 짓들을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하고 있다
자본은 더 악랄한 방법으로 사람을 죽이고,
죽이고도 모자란 자본은
피를 씻어내고, 주검을 흰 천으로 덮고
그렇게 매일매일 덮고 있다

아직 살아 있는 우리는
주검을 덮어씌운 흰 천을 벗겨내고
자본의 실체를 벗겨내야 한다
전체 0

전체 359
번호 썸네일 제목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여는 생각] [128호]가짜 뉴스로 시작된 고용노동부 특정 감사와 산재보험 60주년 (10)
mklabor | 2024.04.11 | 추천 0 | 조회 939
2024.04.11 0 939
238
[만나고 싶었습니다] [118호]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mklabor | 2021.10.11 | 추천 0 | 조회 1947
2021.10.11 0 1947
237
[상담실] [118호]최근 눈에 띄는 불승인 사유
mklabor | 2021.10.11 | 추천 0 | 조회 1952
2021.10.11 0 1952
236
[일터에서 온 편지] [118호]모든 노동자의 생명을 위해 연대할 때
mklabor | 2021.10.11 | 추천 0 | 조회 1840
2021.10.11 0 1840
235
[초점] [118호]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으로중대재해 근절할 수 있는가
mklabor | 2021.10.11 | 추천 0 | 조회 1823
2021.10.11 0 1823
234
[현장을 찾아서] [118호]사라진 나의 일터... 나의 일상... (26)
mklabor | 2021.10.11 | 추천 0 | 조회 1955
2021.10.11 0 1955
233
[활동 글] [118호]산재은폐 투쟁을 기획하며 (26)
mklabor | 2021.10.11 | 추천 0 | 조회 1929
2021.10.11 0 1929
232
[활동 글] [118호] 라이더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26)
mklabor | 2021.10.11 | 추천 0 | 조회 1992
2021.10.11 0 1992
231
[여는 생각] [118호]노동이 존중받는 평등사회냐! 불안정한 노동이 절대다수인 불평등사회냐! (26)
mklabor | 2021.10.11 | 추천 0 | 조회 2405
2021.10.11 0 2405
230
[현장 보고] [117호]수도 검침 노동자의 노동환경 (26)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2433
2021.07.08 0 2433
229
[건강하게 삽시다] [117호]‘한방’ 건강기능식품, 먹어야 할까요? (26)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2058
2021.07.08 0 2058
228
[산재 판례] [117호]회식후 무단횡단하다가 차량 사고로 인한 사망 (26)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2829
2021.07.08 0 2829
227
[만나고 싶었습니다] [117호] 해학과 풍자의 정신을 살리는 극단 '해풍' (26)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2112
2021.07.08 0 2112
226
[상담실] [117호]산재 신청을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 (26)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2448
2021.07.08 0 2448
225
[일터에서 온 편지] [117호]삼성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 편지 (26)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1961
2021.07.08 0 1961
224
[초점] [117호]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26)
mklabor | 2021.07.08 | 추천 0 | 조회 2025
2021.07.08 0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