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호]50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나의 일터...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0-02-28 17:18
조회
56
게시글 썸네일

강상현/ 마창지역금속지회  한국공작기계


 

2003년 02월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그 눈을 밟고 “한국공작기계”에 첫 출근을 하였다.

그때 나이 스물셋...
꿈 많고 하고 싶은 것 많았던 젊은 청년이
차도 사고...
결혼을 해서 가정도 꾸리고...
세 명의 아들이 태어나 아버지란 이름도 가지게 되었고...
집도 사고...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많은 일들을 겪으며 지나온 세월...
벌써 사십이라는 나이의 아저씨가 되었다.

사십이 되기 몇 해 전부터 겪지 말았으면 하는 일들을 견디며,
매일 하루하루를 새롭게 살아가고 있다.

서른여섯...
2016년 07월 05일 회사 대표는 전 임직원들을 식당에 모아 놓고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노동조합과 비조합원인 직원들에게 사전에 그 어떤 논의도
하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를 하였다.
그때 내 기분은 뭐라 표현 할 수 없는 처음 느껴본 감정이었다.

함께했던 동료들과 사내 협력업체 직원들은 그전부터 발생한
임금 체불로 생존을 위해 하나 둘씩 회사를 떠났다.

서른일곱...
2017년 3월 27일 법원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 인가되었다.
8개월 넘는 기간 동안 많은 이들이
각자의 생존을 위해 회사를 떠나야 했다.
떠나는 자와 남은 자 사이에는 많은 생각의 차이와 감정들이 생겨났다.
나의 젊은 시절을 함께 한 동지이자 동료였던 이들이 자신들 앞에 놓인
현실에 인간으로서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보여주는 슬픈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그 누구에게도 속 시원하게 이야기 할 수 없는...
그렇게 서른일곱 한해는 저물었다.

서른여덟...
2018년은 노동자인 나에게 늘 항상 같은 일상 이었다.
개인인 나에게는 법정관리에 적응되어
별다른 큰 사건 없이 지나가는 시간 이었다.
그 시간동안 회사는 회생계획안 이행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간간히
들려올 뿐이었다.
이행을 못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현장 노동자인 나로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으나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남겨두었다.
찬바람이 불어 올 때 쯤 한국공작기계 대표이사이자 법원 관리인이
배임죄로 구속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다.
씁쓸함을 남기고 나의 서른여덟은 흘러갔다.

서른아홉...
2019년 한해는 내가 살아온 삶에 너무도 많은 일이 있었던 한해였다.
회사 내에서는 공개 매각이 진행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누가 회사를 인수 한다더라”는 소문도 돌기 시작 하였다.
하지만 무성한 소문을 뒤로하고 두 번의 매각이 무산 되었다.
매각이 무산되고 파산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 하였고 노동조합은
10월 01일 매각관련 경남지부 임원 간담회와
10월 02일 법원 재판부 면담도 진행하였다.
하지만 파산 절차는 망설임도 없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10월 02일 늦은 오후 4시...
회사는 전 임직원 및 협력 업체 대표 및 모든 직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관리인이 파산 설명회를 진행 하였다,
이건 설명회가 아니고 일방적 통보였고
퇴직금을 담보로 사직을 강요 당해야만 했다.
노동조합 현장위원인 나는 2019년 10월 02일 이후로
특별한 일주일을 보내게 되었다.

10월 4일 현장대표와 나를 포함한 두명의 현장위원은
“한국공작기계는 파산결정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라는 뜻을 담아
파산관련 법원에 노동조합 사유서제출을 시작으로 금속 법률원 면담,
창원시청 경제국장면담, 창원상공회의소 면담, 창원지법앞 기자회견까지
바쁜 일주일을 보냈다.
하지만
2019년 10월 10일 회생폐지결정 신청서가 법원에 제출 되었고
2019년 10월 11일 회생폐지결정 신청서를 법원이 허가 하였다.

2019년 10월 14일 마지막 희망은 품고 재판부 면담을 하였으나
파산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바쁜 시간을 보내던 중 파산을 준비하는 회사는 오래 전부터 진행
되었던 통상임금 소송을 항소 하였다.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에서 거의100%에 가깝게
노동자가 승소한 소송인데...
회사는 마지막 까지 노동자를 배신한 자본의 추악한 모습을 보였다.
내 청춘 다 바친 회사의 추악함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얼마 남지 않은 조합원들과 동료들은 2019년 10월 31일을 전후해 모두 회사를 떠났다.

그날은 내 생일 이었다. 나의 서른아홉 생일은 슬픔과 아픔 이었다.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조합원은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투쟁을 시작하였고
2019년 11월 11일 투쟁 천막을 설치하였다.
남은 세 명의 조합원은 파산 관재법에 의해 2019년 12월 25일까지 고용이 유지되고
사직처리가 되었다. 서른아홉에 성탄절도 슬픔과 아픔이었다.

2019년 나의 서른 아홉은 슬픈 생일과 슬픈 성탄절을 뒤로하고 마무리 되었다.

마흔...
2020년 도 벌써 한달이 다 지나가고...
난 여전히 스물 세살 어릴 때부터 다니던 길로 똑같은 시간에 회사로 출근한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투쟁 천막으로 출근을 한다.
이 투쟁이 언제 마무리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의 작은 바람은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어
어떤 이의 눈에는 보잘 것 없는
나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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