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호]산재 신청에도 빈부격차가 있다.

[상담실]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1-04-02 14:00
조회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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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욱  산추련 공인노무사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상담실을 찾았다. 회전근개파열로 수술을 앞두고 있는 노동자였다. 창원 공단 내 모 기업의 협력업체 소속으로, 방열장갑을 끼고 열처리된 특수강을 옮기는 업무가 하루 일의 절반이라 했다. 그리고 뜨거워서 어깨에 둘러멜 수도 없고, 손 아귀힘과 팔 힘으로만 들어야 하는 그 특수강의 무게는 약 25kg 내외. 25kg의 특수강을 하루에 수십 번 정도 옮기시냐 물으니 이 노동자는 옅게 미소를 띠었다.

“하루에 수백 번은 더 옮기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3]에서는 “업무에 종사한 기간과 시간, 업무의 양과 강도, 업무수행 자세와 속도, 업무수행 장소의 구조 등이 근골격계에 부담을 주는 업무”로서 “무리한 힘을 가해야 하는 업무”, “부적절한 자세를 유지하는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근로자의 팔·다리 또는 허리 부분에 근골격계 질병이 발생하거나 악화된 경우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고용노동부는 “근골격계부담작업의 범위 및 유해요인조사 방법에 관한 고시” 제3조 제8호에서 “하루에 10회 이상 25kg 이상의 물체를 드는 작업”을, 제9호에서 “하루에 25회 이상 10kg 이상의 물체를 무릎 아래에서 들거나, 어깨 위에서 들거나, 팔을 뻗은 상태에서 드는 작업”을 근골격계부담작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노동자가 하루에도 수백 번 수행했다는 특수강 옮기기 작업은 기본적으로 이 노동자의 어깨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는 근골격계부담작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이 노동자의 직업력과 업무 내용, 강도 등을 잘 설명하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회전근개파열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노동자가 우려한 것은 회전근개파열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아니었다. 회사의 태도였다. 자신이 회전근개파열로 산재를 신청하면 회사가 싫어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신은 더 이상 회사를 다니기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슬프지만 비슷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이 흔히 하는 고민이다.

그리고 이 노동자에게는 한가지 고민이 더 있었다. 바로 동료 노동자들이었다. 이 노동자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3조 3교대로 근무하고, 한 조는 6명으로 구성돼있다. 이 노동자가 생각하기에는 한 명의 여유도 없는 빡빡한 인력구성이라 했다. 작업량이 많으면 현재 작업 중인 근무자가 다음 조의 근무까지 이어서 근무할 정도 즉, 8시간을 근무하고 곧이어 8시간 연장해서 근무해야 할 정도이고, 작업량이 많지 않아도 누군가 한 명이 휴가를 가면 다른 조의 노동자 한 명이 그 자리를 메워야 할 정도라고 하니 맞는 말인 듯했다. 이에 이 노동자는 요양하는 기간 중 누군가 자신의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는 미안함을 떨쳐야만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는 처지였고, 공상처리조차 이 노동자가 스스로 업무관련성을 입증해야 받아주겠다고 하는 회사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산재 신청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상담을 마치고 돌아간 후에도 이 노동자는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해왔다. 자꾸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는 노동자의 목소리에는 늘 한숨 섞인 고민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오후에는 전화로 이렇게 말했다.

“○○○○업(모 대기업)은 산재 요양기간 끝나고 복직해도 회사가 요양할 수 있는 기간을 자체적으로 더 부여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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