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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편집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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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 87년 노동자 대투쟁!!! - 그 날의 함성 다시 듣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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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노동자 대투쟁!!! - 그 날의 함성 다시 듣기
교육편집팀
올해는 87년으로부터 20년이 되는 해이다. 연초부터 여기저기서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각종 기념식이 치러지고 TV에서는 기념 토론회가 있었고 신문에서는 특집 연재기사가 앞 다투어 보도되었다. 그런데 대부분 6월 항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물론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군부독재에 종지부를 찍은 6월 항쟁이야 말로 우리나라 역사에서 아주 중요하고 의미 있고 기념할 만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87년에는 6월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6월 항쟁은 전두환 노태우의 쌩쑈 6·29 선언으로 그 막을 내렸지만 7,8,9월에 좀 더 본격적인 항쟁이 시작되었다. 노동자 대투쟁이 바로 그것이다.
역사는 승리한 자의 관점에서 서술된다. 6월 항쟁을 주도했고 그 정치적 후광으로 정권을 장악한 노무현을 우두머리로 하는 386세대들은 그 무엇보다도 6월 항쟁을 대대적으로 기념하고 싶을 것이다. 영미식 신자유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여 대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FTA를 체결하고 비정규직법 개악, 노사관계 로드맵 등을 통해 노동자들을 사지로 몰고 있는 저들이 87년 789월에 있었던 노동자들의 대투쟁을 기념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87년 789월 노동자 대투쟁을 기념하는 행사들은 많지 않은 듯 하다. 이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보고자 교육편집팀에서는 87년 789월 당시 투쟁의 현장에 있었던 지역의 노동자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당시 마창지역에서는 많은 현장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한 혹은 어용노조를 민주화시키기 위한 투쟁이 있었다. 효성, 금성사, 통일중공업, 한국중공업, 세신, 현대정공 등등... 강산이 두 번씩이나 바뀐 지금 당시의 상황에 대해 얘기를 해주실만한 분이 계실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막상 찾아 뵙고 나니 우려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셨다.
첫 번째 질문은 87년 789월 노동자 대투쟁 당시에 참여했던 투쟁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사 하는 것이었다. 통일중공업(현 S&T중공업) 한 노동자의 얘기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87년 8월 24일 오전, 1000여명이 넘는 폭력적인 구사대에 의해 우리들은(60여명 되었을까?) 본관(현재는 연구동) 옥상에 몰려 죽기를 각오하고 맞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구사대는 동원된 소방차의 소방호스로 물을 쐈고 우리는 만약을 위해 준비해 놓은 휘발유로 옥상 입구에 불을 질러 구사대의 진입을 막았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휘발유는 떨어지고 구사대는 계속 소방호스로 물을 쏴대며 옥상으로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옥상 건너편에 있는 사택 옥상에서도 구사대들이 올라가 우리들을 향해 돌을 던지는 등 구사대들의 폭력은 극에 달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날 당시 단조공장이던 4공장에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돌아왔던 동지들이 구사대의 폭력을 보고 공장에 들어가려 하였으나 공장주위에 배치된 전투경찰들이 막는 바람에 공장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분노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 한 동지가 구사대 난입 소식을 듣고 모인 조합원들을 향해 “구사대를 몰아내고 옥상에 갇힌 동지들을 구해내자”며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조합원들은 적극 동조하여 전투경찰을 밀어내고 정문(1공장 출입구)으로 진입을 시도하였으나 전투경찰의 방해로 공장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다가 서문(기계연구소 건너편 하천 따라 조그만 문이 있다)을 향해 뛰어가 공장진입을 시도하였습니다.
구사대들은 미처 조합원들이 서문으로 올 것을 예상하지 못하다가 조합원들이 몰려오자 당황하여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서문을 통해 공장 안에 들어온 조합원들은 구사대들을 몰아내고 본관으로 진입하였습니다.
본관 밖에 있던 구사대들은 다 도망갔고 상황을 모르고 본관 안에 남아 있던 구사대들은 우리들의 포로가 되어 결국 투쟁은 우리들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날의 투쟁을 우리 조합원들은 8·24 항쟁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세신실업(현 세신 버팔로)은 당시 노동조합이 있었다. 하지만 있으나 마나한 아니 오히려 없으니만 못한 어용노조였다. 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과정을 들어보자.
87년에 저희는 주로 노동조합 민주화 투쟁을 했었습니다. 88년 독립하기 전까지 창원공장 노동조합은 세신실업 노동조합 창원공장지부였습니다. 그런데 본사 노동조합 위원장이 회사 사장과 친인척관계였을 정도로 완전 어용이었죠. 87년 8월에만 두 차례 파업을 했었습니다.
1차 파업 때 임금인상 및 상여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현장 대표 11명을 선출하여 기존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현장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킬 것을 촉구했었죠. 1차 파업 이후에 현장에서 요구한 사항들이 관철되지 않고 계속 시간이 지연되자 2차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현장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창원 공장 본관을 점거했었는데 통제가 안 될 정도였습니다. 당시 양산 공장에서는 현장 노동자들이 공장점거투쟁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100여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양산공장점거 투쟁에 합류했었습니다.
당시 양산공장과의 공동투쟁으로 위원장 및 지부장 직선제를 쟁취하고 기본급 10%인상, 가족, 근속수당 신설, 상여금 400% 인상이라는 성과를 따냈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87년으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과거에 비해 가장 달라진 부분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사 하는 것이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변한 것도 있고 변하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진 것도 있고 더 나빠진 것도 있을 것이다. 예상했던 것처럼 다양한 얘기들을 해주셨다.
뭐가 달라졌을까? 저는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본과 공권력의 탄압과 착취 속에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노동조합 활동을 올바르게 하고자 하면 감옥가야 하는 현실, 열악한 환경과 장시간 노동 및 높은 노동강도에 쓰러지고 죽어나가는 우리들의 현실을 볼 때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근본적인 것은 달라진 게 없습니다. (통일 중공업 노동자)
지금까지의 투쟁의 성과로 조합원의 권위가 많이 향상된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복지 수준이 향상되고 보호구 지급이 잘 되는 것도 그렇구요. 다만 안타까운 것은 개인주의가 너무 팽배해졌다는 것이에요. 과거에는 불만을 표출할 때가 없어서 불만이 많이 쌓였고, 그만큼 민주노조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요즘에는 노조가 있어서 그런지 불만은 노조에게 얘기하고 자기는 자기 살기 찾기에 바쁜 것 같아요. 당장 잔업만해도 예전에는 강제로 잔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요즘에는 알아서 스스로 잔업을 하려고 애를 쓰거든요. (세신 버팔로 노동자)
관리자들의 비인간적인 대우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회사가 잘못을 하면 말을 할 수 있고 나의 의견이 있으면 눈치 보거나 부담 갖지 않고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임금과 복지도 많이 향상된 것 같구요. 또한 전국의 노동자가 함께 투쟁하면 사회변혁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로템 노동자)
마지막으로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위해 앞으로 노동자들이 가장 노력해야 할 것이 무엇지에 대해 물었다. 노동자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 어디 한 두 가지일까? 역시 예상했던 대로 다양한 얘기들을 해주셨다. 특히 통일 중공업 노동자의 말씀은 무척 의미심장하다.
87년에도 “우리는 노동자도” “노동자도 인간이다”라고 외쳤습니다. 노동조합이 뭔지, 노동법이 뭔지, 노동자의 권리가 뭔지 잘 몰랐지만 노동자가 인간임을 선포하고 투쟁했습니다. 그리고 쟁취했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노동조합이 뭔지 압니다. 노동법이 뭔지 알고 내용도 압니다. 노동자의 권리가 무엇인지도 이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본에게 다시 빼앗기고 있습니다. 모르고 빼앗기는 것과 알면서 빼앗기는 것은 분명 다릅니다. 모르고 빼앗긴 것은 그 사실을 알 때 다시 찾으려 노력하면 되지만 알고 빼앗긴 것은 찾으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노동자들의 앞날은 결코 밝을 수 없습니다. 뭔지 몰라도 분노했기에 투쟁하고 인간임을 선포하면서 구호를 힘차게 외치던 그 열정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동안 쟁취했던 많은 노동자의 권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투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통일 중공업 노동자)
사회개혁투쟁에 대한 홍보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산별노조에 대한 인식이 널리 확산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노동자가 정치세력화 되어야 할 것 같아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밥그릇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발전을 위해 싸운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세신 버팔로 노동자)
전체 노동자들의 공동이익을 위해서 모두가 투쟁대열에 참여해야 합니다. 사회변혁의 주체는 노동자 밖에 없다는 것을 믿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노동자가 찍으면 대통령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으로 노동자를 위한 정치세력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봅니다. (로템 노동자)
87년 789월 노동자 대투쟁을 시발점으로 해서 노동자들을 그 이전 수십년간 빼앗겼던 것들을 되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다시 빼앗기기 시작해서 지금은 빼앗기는 것이 훨씬 많아졌다. 일상적인 구조조정으로 노동강도가 강화되면서 몸을 빼앗기고 있고,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비정규직이 급증하면서 미래를 빼앗기고 있다. 다시금 노동자 대투쟁이 시작되어야 할 때가 아닐까?
“너희는 조금씩 갉아먹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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