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운동으로 거듭나자!!
기아차채용비리를 보고
회원 김종하
우리 사회에서 돈으로 해결되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흔히들 돈으로 안되는 일이 없다고 할 지경이 아닌가. 교사채용비리문제가 한때 우리사회를 시끌벅적하게 했고, 정치계의 부패는 이미 상식이 되었고, 공무원 승진, 인사발령비리, 교수채용비리, 기업간 뒷거래, 심지어 대학입시 부정까지 돈으로 해결되는 일들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돈을 주고 받으며, 채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오랜 관행인데, 그 주된 이유는 윈윈게임이기 때문이다. 돈을 받는자는 돈을 받아서 좋고, 돈을 지급하는 자는 그것으로 목적을 달성해서 좋은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손해를 보는가? 기아자동차채용비리는 노동운동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받았다.
진짜 상처를 받는 사람은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
그런데 진짜 상처를 받는 사람은 노동운동에 헌신하며 복무하는 사람들이고, 열심히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윈윈게임의 당사자들은 정도를 벗어난 몇몇 욕심꾸러기들 때문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지만 작은 상처는 예방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기에 참을만 한 것이다. 그리고 청년실업문제가 더 없이 커진 이 마당에 “돈을 주고라도 평생직장을 가질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싶다”는 생각은 아주 상식적이기까지 한 것이다.
고용안정을 위해 타협의 길로 들어섰던 정규직 노동조합중 일부는 결국 자본가들이 걷고 있는 그 길, 해답도 없고 지루한 그 길에서 오직 찬란하게 기준을 제시해 주는 돈에 의한 평가방법을 수용한 것이다.
자본과 정부는 노조가 기업내 조직으로 흡수, 안주하기를 기대했으며, 경영논리에 복종하는 노조를 노사화합의 모범으로 삼았을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연맹이나 총연맹 등 상급단체는 매우 조심스럽게 도덕성을 공격하는 빌미로 삼지 말라고 하는 정도외에는 달리 취할 방도가 없고, 국민들에게 하는 사과는 먹혀들지 않고 있다.
그 반면 노동운동에 대한 시비의 기회를 노리던 수구언론들은 귀족노동운동론을 펼쳐오던중 기회를 만나 부패, 타락 노동운동론을 주장하며 한껏 공세를 펼쳤다. 그들은 마치 이전의 노동운동에 대한 도덕성을 인정해 왔던 것처럼 미묘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자본과 정권은 도덕성을 공격하면서 대중과 조직을 이간시키고, 대기업 노조의 타락상을 공격하여 그들을 노동자와 국민대중들로부터 고립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위와같이 고립되어야 할 대기업 노동조합이 어떻게 윈윈 게임의 한 당사자가 될 수 있었는가의 문제를 돌이켜 보지 않을 수 없다.
처음부터 노조가 돈을 받을 수 있는 한 당사자였던 것은 분명 아니다. 자본은 노동자를 관리하기 위해 고용불안이라는 무기를 휘둘렀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조와 사측의 유착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공세를 펼칠 기반을 만들었다.
어용노조를 몰아내고 세운 노조가 민주노총을 구성하였지만 어느새 사측과 유착하여 채용비리까지 하는 노조가 민주노총 내에서도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조직적으로 이완된 민주노총은 실리주의자들 뿐만아니라 도덕적 외피가 필요한 기회주의자들에 대하여도 아무런 대응책을 갖지 못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자본은 세련된 경영전략으로 경제적 노동조합운동과 정치·사회운동을 분리하였고, 이제 노동조합운동은 계급의식적으로 조직된 운동영역과 경제적 이해에 기반한 분해된 이익집단 사이에 놓이게 되었다.
1980년대 노동운동의 전진은 노동자의 계급성과 자주성에 기반한 행진이었다.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도 전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러한 기반위에서 출발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돌이킬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기아자동차 채용비리 사건을 교훈삼아 반성하며 자정선언을 하고, 윤리강령을 채택하면 재발방지가 될 것인가! 새로운 출발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정부가 비정규직 보호 입법이라는 명목으로 고용조정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자 표면적으로는 노사정갈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작업장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이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결국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의 일자리를 빼앗고 말것이라는 불안이 드러나고 있는 것을 볼 때 자정선언과 윤리강령은 이 문제의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은 쉽게 알 수 있다.
조합주의, 실리주의를 넘어 모든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위해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고, 과거의 오류와 한계를 딛고 독자적 운동으로서의 비정규직운동이 아니라 계급투쟁으로 전진할 때에만 과거를 청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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