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4두724 판결)
A상회에서 사업주 명의의 자동차를 운전하여 배송업무를 하던 노동자 B씨는 2010년 포항-대구 간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폭우로 미끄러져 전복되는 교통사고를 당하여 ‘제1요추 골절’, ‘제10흉추 골절’, ‘하반신 마비’의 상병을 입고 약 3개월동안 대구파티마병원에서 요양하였다.
이 차량은 삼성화재에 자동차보험이 가입되어 있었고, B씨는 삼성화재로 하여금 자기신체사고보험금 25,282,208원을 요양치료비로 대구파티마병원에 지급하게 하였다.
B씨는 이후 산재신청을 해서 산재로 인정받고,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는데, 근로복지공단은 ‘자기신체사고에 대한 자동차보험은 손실보상의 원칙이 적용되는 손해보험의 성격이 크므로 자기신체사고보험금은 산재보험급여에서 공제하여야 하는데, 교통사고를 이유로 요양급여에 상당하는 자기신체사고보험금을 지급받았으므로, 원고에게 지급할 요양급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를 부지급하는 하는 처분을 하였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 제3항에서는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로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라 이 법의 보험급여에 상당한 금품을 받으면 공단은 그 받은 금품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환산한 금액의 한도 안에서 이 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은 자기신체사고로 인한 보험금은 사용자가 민법 등에 의해 재해자에게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 등을 담보하기 위한 책임보험이 아니라, 인(人)보험의 일종인 상해보험이기 때문에 산재보험급여와 서로 조정되지 않고, 둘 다 수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즉, 삼성화재는 사용자와의 자기신체사고자동차보험계약에 따라 피보험자인 B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것일 뿐이지, 사용자가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의무 등의 이행으로서 보험금을 지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재해자가 받은 금품이 손해배상적인 성격을 가진다면, 공단은 산재보험급여를 줄여서 지급할 수 있지만, 그 성격이 손해배상적 성격을 가지지 않는다면, 공단은 산재보험급여를 줄여서 지급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법원의 논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산재법에 ‘동일한 사유’로 재해자가 금품을 받으면, 산재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동일한 사유’라 함은 산재보험급여의 대상이 되는 손해와 근로기준법이나 민법 등에 따라 보전되는 손해가 같은 성질을 띠는 것에 국한된다고 해석하였다. 여기서 ‘같은 성질’은 산재보험급여와 손해배상이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는 경우를 의미하고, 자기신체사고보험에 의해 지급받은 보험금은 사용자의 손해배상의무의 이행으로 지급받은 것이 아니므로 산재보험급여에서 공제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출장 중의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산재 인정 시, 산재보험급여와 자동차보험급여가 서로 조정될 때, 자기신체보험금은 조정되지 않고, 전액 지급받을 수 있다는 판결로서, 산재보험급여를 지급함에 있어 보험급여를 축소지급하는 근로복지공단의 행태에 경종을 울린 판례이다.
- 명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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