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호]아직 살아 있는 우리는
[여는 생각]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2-11-04 13:39
조회
2120
안혜린
노동자가 죽었다
사람이 죽었다
그제도 죽고 어제도 죽었다
오늘도 죽을 것이고
내일도 모레도 죽을 것이다
공장에서 벌목현장에서 학교 급식실에서도
이 나라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또 다른 곳에서
또 다른 그녀가 또 죽었다
그녀에게는 꿈이 있었다
달콤한 소스를 녹이며
그녀는 매일매일 달콤한 꿈을 꾸고 있었다
소스를 녹이며
가족들을 위해 그녀의 몸을 녹이며
포기하지 않았던 그녀의 달콤한 꿈은,
달콤한 소스의 기계에 끼어
조각나고 뭉개지고
소스와 함께 그렇게 사라졌다
달콤한 소스는 그녀의 꿈을 녹여 없애고
거대한 기계는 그녀를 삼키고
끝내 자본은 그녀의 숨통을 끊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녀의 꿈을 녹여버린 것만으로 모자랐던 소스와
그녀를 삼킨 것도 모자랐던 기계와
끝내 그녀의 숨통을 끊어버린 것도 모자랐던 자본은
흰 천으로 그녀를 덮었다.
흰 천으로 그녀를 덮고
선혈이 선명한 그 곳에서
자본은 기계를 돌리고
달콤한 소스를 녹이고
그리하여 빵은 만들어지고
그 빵은 이 땅 곳곳에 팔려지고
이 땅의 자본은 다시 그렇게 돌아간다
아! 자본은 자본은
개 돼지도 못할 짓들을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하고 있다
자본은 더 악랄한 방법으로 사람을 죽이고,
죽이고도 모자란 자본은
피를 씻어내고, 주검을 흰 천으로 덮고
그렇게 매일매일 덮고 있다
아직 살아 있는 우리는
주검을 덮어씌운 흰 천을 벗겨내고
자본의 실체를 벗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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