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호]국장님은 한국사람 아니요

[상담실]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8-10-18 16:54
조회
3143

김중희  새터 사무국장


“여보세요?”
“여보세요? 나 키르키즈스탄. 돈 못받았어. 받아줘. %$##1@$%6 (자국어로 얘기하다 보니 통역이 안됨 ㅠㅠ)

이주노동자 상담 및 관련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터라 이주노동자들의 전화를 가끔 받기도 한다. 또한 다른 지역 이주노동자 단체에서 거제지역에서 발생한 상황 등에 대해 연계하여 사건 처리를 요청 받기도 한다. 주로 체불임금이다.

거제지역에는 2016년부터 불어닥친 조선산업의 위기에 따라 많은 하청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업체 폐업 등으로 인해 체불임금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현장안에서 한국노동자(정주노동자) 대비 쿼터제가 실시되고 있어서 한국 하청노동자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이주노동자도 현장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러다보니 이주노동자들의 고용불안 또한 열악하기 그지 없다. 타국까지 돈 벌러 온 이주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이 사업장에서 쫓겨나면 체류기간 동안 사업장을 3번까지 밖에 변경할 수 없는 독소조항 때문에 그 불안감은 더욱 심화된다.
그러다보니 이를 악용하는 악덕 업체와 관리자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된다. 예를 들면, 조선산업 위기를 틈타, 그리고 2017년 사상 최고(?)의 최저임금 인상을 핑계로 취업규칙에서 상여금 550%씩 지급하던 것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통해 상여금 150%는 삭감하고, 나머지 400%는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찬반 동의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무조건 찬성에 ◯표 해라. 안그러면 너희들 니들 나라로 보내버린다.” 이런 협박을 받게 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주노동자들 돈벌러 멀리 타국까지 온 상황에서 이를 거부하는 이주노동자들도 생겨나게 된다. “사장님, 그러면 우리 돈 줄어들잖아. 난 반대할거야~”라고 말하면서 반대를 했던 이주노동자는 그날 즉시 퇴사 처리되어 쫓겨나기까지 한 실제상황이 발생하기에 이른다.
이것은 단편일 것이다. 어떻게든 원청 관리자와 업체 관리자들에게 잘 보여서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명절 때 선물이라는 형식을 빌어 상납을 해오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이런 눈물겨운 과정 속에서도 여지없이 업체 폐업을 이유로,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동종 산업에서의 처우를 핑계로 임금체불, 퇴직금 미지급 등으로 피해받은 이주노동자들이 발생하게 된다.

삼성중공업 하청업체에서 파워그라인더를 했던 키르키즈스탄 4명의 노동자가 사무실을 찾아왔다. 다른 지역에서 거제지역에도 이주노동자 상담해주는 곳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다행이라 했다.
이들은 정식적인 코스를 통해 그 업체에서 2년 가까이 일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하여 납부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중에는 납부하지 않은거 같다고 미납한 금액에 대해서 체불임금 진정을 통해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퇴직전 3개월 임금명세서 등을 확인하면서 실제 받아야하는 퇴직금과 출국만기보험 납부액이 차이가 나고 있음을 알려주고 체불임금 진정서를 제출하자고 하고 그 사건에 대한 위임장을 받았다.
임금명세서 등을 확인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2017년 11월 업체 폐업을 하면서 마지막 임금에서 연말정산과 건강보험 추징금이라는 명목으로 90여만원을 임의 공제한 것이었다. 이들은 이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임의공제한 금액과 퇴직금 부족분 그리고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에 대해서 진정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몇 번의 조사 과정에서 업체 사장과 총무 등을 만났다. 업체 사장은 업을 정리하면서 총무한테 모든 것을 맡겼기 때문에 자기는 잘 모른다고 했고, 총무는 왜 그 금액을 임의 공제했는지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다행이도 담당 근로감독관이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퇴직금 차액분 말고 임의공제 금액과 연말정산 소급분 등으로 90~100만원 정도를 추가로 지급하라고 명령한 상태였다.
하지만 퇴직금 말고는 바로 지급하겠다는 업체 사장은 아직까지 그 금액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그 금액을 지급할테니 이미 임금에는 퇴직금까지 포함해서 지급했으니 퇴직금 부족분은 없던 걸로 해달라고 협상(?)을 시도했다.
“안됩니다. 줘야되는 돈은 줘야죠. 다른 나라까지 돈벌러온 노동자들한테 그러면 안되죠. 최소한 근로감독관이 지급하라고 확정된 금액에 대해서는 지급해 주세요.”라고 했더니 “국장님! 국장님은 한국 사람 아니요? 해도 너무 하시네.”라고 하는 것이다. 정말 쪽팔리게도 거기서 민족적 동질감(?)을 내세우면서 “국장님만 대충 눈감아주면 가들 아무 것도 모르니까 90~100만원으로 정리될 수 있도록 그것좀 취하 해주소~~”라고 하는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정말 쪽팔리지도 않은지 거기다 같은 국적을 들이대는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감독관님 다른거 필요없고, 감독관께서 판단해서 이 업체에서 진정인들한테 지급해야할 금품 한푼도 빼놓지 말고 제대로 계산해서 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 빨리 발급해주세요. 그 돈 다 지급하기 전에는 취하하지 않을 겁니다.”

체불임금으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가끔씩 전화가 온다.
“언제 받아요?”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작은 힘이나마 도움이 되는 길이라면 계속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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