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호]‘웰리브 근골격계 유해 요인 조사’에 참여하며

[활동 글]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3-05-15 17:28
조회
1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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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상임활동가


2022년은 근골격계 유해 요인 조사의 해이다.
웰리브는 자체적으로 회사에서 근골 조사를 진행해 왔지만, 조합원들의 노동환경은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웰리브 지회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개선을 요구하고자 주도적으로 근골격계 유해 요인 조사를 하였지만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2022년 상반기 조합원 설문 조사를 시작으로 근골 유해 요인 조사에 대한 교육도 하고 순차적으로 이루어져 갔다. 현장 조사를 하기 위해 어디를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등등 여러 가지를 지회랑 의논하고 정해 놓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환기랑 휴게시설도 조사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원청 대우조선과 하청 웰리브는 현장의 문을 열지 않았다. 웰리브 지회는 천막 농성에 들어가고 회사의 행위를 알리고자 기자회견도 하면서 지역연대 투쟁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해를 넘기고 2023년 2월 초! 어렵게 현장 문이 열리게 되었다.

전처리센터, 느태, P1, 세탁소 작업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었다. 중량물 들기, 부적절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자세, 작업 현장의 레이아웃, 휴식시간 등등 인간공학적 조사 도구로 진행하였다. 중간중간 인터뷰도 진행하면서 현장 조사를 하였다.

첫날 전처리 센터는 새로 지어진 건물에 있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식재료를 미리 손질하고 기계작업 후 배분하여 대우조선소 각 식당에 포장하여 배달하였다. 새 건물이니 당연히 작업자의 의견이 들어간 레이아웃일거라 생각했지만 현장은 아니었다. 공간도 좁고 작업대나 자세가 부적절하고 설비가 제 위치에 있지 않았다.
중량물을 취급하려면 작업이 편해야 하는데 이미 세팅된 작업 배치에 그저 조합원들을 끼워 맞춘 현장이었다. 설비에 사람을 맞추다니...... 예전 회사 다닐 때가 생각났다. 에어컨이 있어도 틀지 못하고 제품에 밀려 사람이 무시되었던 그때가 지금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대우조선소 조합원들의 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업체들 중 느태는 첫째날 오후에, P1식당은 이튿날 오전에 조사하였다. 전처리 과정, 조리, 배식, 세정, 청소까지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일들을 해야 하기에 쉼없이 일해야 한다. 환기도 좋지 못하고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어 사고의 위험도 있었다. 긴 앞치마는 그저 바라만 보아도 불편해 보였다.
근무시간도 52시간에 맞춰 여러 개로 쪼개어진 조 편성으로 새벽조만이 일정한 시간이었다. 고객 만족을 위해 급식 노동자의 만족은 없었다. 근무연수가 10년을 넘다 보니 손가락이 많이 변형되어 있었다. 지회에서 만든 손 사진 대자보가 떠 올랐다. 급식에서의 노동은 손가락이 휘어지고 구부러지고 당시 인터뷰를 한 노동자의 말씀에 가슴이 아팠다. 남들 앞에 손을 내 놓기가 부끄럽다며 손을 오므린 그 모습에 난 엄마의 손과 그 노동자의 손이 겹쳐 보였다. 쭈글해지고 손마디가 굵어지고 살아온 노동의 가치를 보여 주는 것인데 어찌하여 그 노동을 부끄러워야 해야만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이튿날 오후 마지막으로 세탁을 담당하는 세탁소 현장으로 갔다. 정리작업, 세탁ㆍ건조 작업, 다림질 작업, 배송작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수건이나 작업복을 다루다 보니 먼지도 많고 서서하는 작업이기에 다리 통증도 많았다. 세탁기 통의 흔들림을 막기 위해 손수건이든 작업복이든 가득 채워넣는 작업은 노동자에게 엄청난 힘이 필요했다.
세탁물 배송은 대우조선해양 내 작업장 탈의실에 배송해야 하기에 정해진 시간이 있어 시간에 여유가 없고 이동 시 사고의 위험도 보였다. 특히 여름 장마철에는 비를 피하기 위해 세탁물을 어깨나 손에 들고 뛰어야 한다고 했다. 습도도 높은데다가 모든 건물이 계단을 이용하기에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씀하셨다.

세탁소 현장 조사가 거의 마무리 될 때 쯤 배송팀을 기다리는 동안 수건 정리작업을 같이 하게 되었다. 단순 반복 작업이라고 하지만 한 묶음에 정해진 수량이 있고, 한 면을 맞춰가며 그 수량 세기에 집중하다 보니 말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무한 반복 작업을 하고있는 나는 로봇이 된 것 같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다리도 아팠다. 한 장소의 작업이 끝나고 나니 쉬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작업장에 수건이 엄청나게 쌓여 있는 곳으로 이동해서 작업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아팠다.

웰리브의 모든 작업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늘 시간에 쫓기고 휴게시간도 일정 정해진 것이 없이 노동강도는 상당히 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였다. 사내 복지를 담당한다는 웰리브는 조합원을 위한 복지에는 관심이 없다.

이번 조사를 통해 회사의 의식이 변화되고 작업 환경도 개선이 되기를 바란다. 어 조합원들이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일터에서 무시 당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노동이 존중받는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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