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호] 중대재해 처벌법 시행 1년

[초점]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3-03-09 14:18
조회
1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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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


 

중대재해 처벌법이 시행 된지 1년이 지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제정 후 1년 유예되는 시간 동안, 시행된 후 1년이 지나는 동안 사업주 단체와 이에 동조하는 정치권과 보수 언론 그리고 전문가 집단은 처벌보다는 예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들이 지난 시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한 일이라곤 전혀 없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에 대해서 노동자의 부주의로 인한 불안전한 행동이 그 원인이라고 떠들어 댈 뿐 사업장 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 상태를 확인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평가하여 개선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이들이 안전보건관리체계에 관심을 가진 것은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보여주기식 인증 제도에 기반한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45001)을 구축하는 것 뿐이었다. 회사 이미지와 수출을 위해서 안전보건관리체계는 잘 만들어진 문서로만 존재하였다. 결국 이들 사업장의 형식적 안전보건체계 구축은 중대재해로 이어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왜 중대재해는 끊임없이 발생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사업주 단체와 윤석열 정부는 실효성이 없는 법이라며 맹공을 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중대 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사업주에게는 자기 규율을, 노동자에게는 안전보건에 대한 준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거꾸로 되었다. 안전보건에 대한 준수 의무와 그에 수반되는 책임과 권한이 모두 실질적 경영책임자에게 있음을 모를 리가 없는 자들이 내놓은 이 안은 결국 중대재해의 책임을 고스란히 기업의 잘못이 아닌 노동자의 준수 의무 위반 행위로 발생한다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 시키는 의도가 명확하다. 이들은 최근 수 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사업주에게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결국 돈만 낭비하고 형식적 체계만 갖추는 것에 그칠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에게 준수 의무만 강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모 기업의 고민에서 드러난다. 이 기업은 결론에서 자기 규율에 대해서 법을 잘 지키는 경우 포상, 안지키는 경우 징계하는 것이라며, 단협 내 징계 사항 중 안전과 관련해서는 예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또한 대흥알앤티의 경우 재해율 ‘0’ 사업을 발표하며 재해가 발생하면 노동자에게 벌점을 부여하겠다고 하고 있다. 재해 원인을 노동자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한 처벌 역시 미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흥알앤티 중대재해처벌법 무혐의 처분은 윤석열 정부와 검찰이 중대재해에 대해서 어떠한 입장인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안전보건관리채계를 구축하고 형식적 이행만하면 처벌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서 기업들은 이제 예방적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것이냐에 대한 관심보다는 형식적 체계를 어떻게 잘 갖출 것이냐로 무게 중심을 옮겨 갔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김해시의 중대재해 대응 분석에 대한 김해시의 검토 보고서다. 이들의 핵심적 주장은 요건만 제대로 갖추고 있으면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대형 로펌을 통해 대응을 해 나간다면 김해시장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두성 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신청까지 진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의 주장은 명확성 원칙 위반과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평등의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안전보건에 관한 기본법률이 존재하며, 이들의 의무 부여 및 관리적 책임이 사실상 정해져 있다는 것과 중대재해 처벌법이 과실범에 대한 처벌이 아닌 고의범이라는 사실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들의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 오히려 김해시의 대응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하다는것을 너무나 명확하게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2008년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에서 40명 노동자가 죽임을 당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으며, 2020년 경기도 이천 “한 익스프레스” 물류센터에서 유사한 사고로 38명의 노동자가 죽임을 당한 사실을 알고 있다. 사고 원인은 복사판이다. 우리는 중대 재해로 수많은 노동자가 죽임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처벌은 벌금형이 고작이었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다. 그 동안 노동자의 한명 한명의 영혼의 무게감은 단순한 숫자로 표현되었고 “하루 몇 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수십 년째 되풀이하고 있다. 사고의 원인 역시 추락, 끼임, 협착, 맞음, 화재 폭발이 반복적이다. 전혀 달라지지 않은 채 노동자들을 죽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서 만든 법이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중대재해처벌법 1년이 지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한국 제강 하청 노동자의 사망 사고에 대해 원청 사업주가 중처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선고를 앞두고 있다. 삼강에스엔씨에서는 실질적 경영책임자가 기소되었다. 각 지자체에서는 중대재해예방과 또는 안전총괄과를 신설하기도 하여 운영하기도 한다.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은 실효성이 없는 법이 아니라 실효성이 없기를 바라는 자들의 주장일 뿐이다. 실효성 없는 법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이들의 최종 목적이다. 위기를 맞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한다. 노동자에게 위험 작업 거부권을 현실적으로 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23년 그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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