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호]하청노동자가 또 죽임을 당했습니다.

[상담실]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9-12-06 11:35
조회
2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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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희 /  거제고성통영 노동건강문화공간 새터


“국장님. 많이 바쁘신가요?”
“아닙니다. 위원장님! 잘지내십니까?”
“오늘 건화에서 하청노동자가 또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아는 지인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새터에서 좀 챙겨주실 수 있을까요?”

2019년 9월 26일, 회의가 있어서 이동중에 대우조선노조 전 위원장으로부터 안타까운 전화를 받았다.

“네. 위원장님. 유족들께 저희 연락처 알려주시면 저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은 하겠습니다.”

회의 장소에서도 건화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이번 사고도 안전조치 등 문제가 많은 사고라고 들었습니다. 인재라는 거죠.”

조선소 사내하청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분의 설명이었다.

오후 늦게 유족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건화에서 아들이 일하다가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도 모르고, 법적 대응 방법도 몰라서요.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급작스런 사고를 당해 황망하고 정신없겠지만, 아드님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동료들도 장례식장 찾아올건데.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꼭 근로감독관과 함께 사고 현장에 가서 확인하셔야 합니다. 저희와 함께 가셔도 됩니다.”

그러고 나서 몇차례 더 통화를 했고, 유족들은 회사와 합의하고 4일만에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확인된 결과는 더욱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고인은 2018년도까지 통영에 있는 성동조선해양의 정규직으로 일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조선산업 경제위기에 따른 희망퇴직으로 쫒겨나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쩔수 없이 하청노동자로 일하다가, 죽음의 외주화에 내몰려 안타까운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당한 것이다.

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와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 조선하청지회 그리고 거제고성통영 노동건강문화공간 새터는 10월 1일 산재사망사고 대책회의를 갖고, 사고 경위를 공유하고, 이후 후속 모임 등 을 논의했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과 10월 2일 1차 간담회를 거쳐서, 10월 24일 2차 간담회를 통해 이번 사고의 문제점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은 “이번 사건은 의외로 간단하다. 안전조치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서 그렇다.”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다단계 하도급 현황, 골리앗 크레인 운전자와 신호수의 소속, 해당 사고가 발생한 돌발 업무 진행과정 등을 확인하면서, 이번 사고 또한, 조선소에 뿌리 박혀있는 다단계 하도급 문제와 원하청 안전 관리감독 문제, 안전 시스템의 문제 등 조선소 원하청 구조 등의 노동적폐에 의한 사망사고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고 경위를 보면, (주)정림 내 탑재팀 소속 600TON 골리앗 크레인으로 해치코밍블록(약10TON)을 트레슬 위로 이동한 다음 재해노동자가 트레슬 위에서 샤클을 해체한 후, 신호수의 신호에 따라 권상하던 크레인의 와이어가 블록에 걸려 넘어지고 넘어지는 블록에 재해노동자가 1차 충격되어 트레슬 아래로 떨어졌고, 이후 떨어지는 블록에 재해노동자가 깔려(협착) 사망한 사고라고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정림 직영 탑재팀에는 블록을 고정시키기 위한 용접사와 취부사가 존재하지 않았고, 정림 아래 다단계 물량팀에서 그 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그런 시스템으로 운영되었기에 물량이 들어오면 안전매뉴얼에 따라 블록을 용접을 통해 고정하고 이후 작업을 실시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안전조치 없이 블록위에 올라가 샤클을 해체하고 내려오는 과정에서 블록이 전도되어 그 밑에 재해노동자가 협착되어 사망한 것이다.
또한, 계획에 없던 물량이 도착한다는 업무회의를 카톡을 통해 지시하고,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은 건화 원청의 책임 또한 확인되었다.

조선산업 경제위기를 틈타 노동강도는 강화되지만, 안전에 대한 문제는 더욱 느슨해지고 있고, 외면당하고 있고, 그 속에서 노동자들은 죽어나가고 있다.

건화 사망사고, 불과 1주일전인 9월 20일에도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가 크레인을 걸고 일을 해야됨에도 불구하고, 안전조치 없이 무리한 작업을 강요받고 일하다가 떨어진 블록에 몸이 협착되어 사망한 처참한 사고가 있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 5월까지 조선업종에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11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고사망자 중 하청노동자가 84.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5월까지 조선업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 8명의 경우 전원이 하청업체 소속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의 외주화, 책임의 외주화가 불러온 죽음들이다.
물량팀, 중소 조선기자재업체 비롯한 조선업계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위험의 외주화는 계속될 것이다. 사내도급에 대한 책임만이 아닌 원청의 책임을 강력하게 묻고 실질적인 안전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재해예방을 위한 노동사회시민단체의 현장 감시 모니터링 활동 보장이 필요하다.

더 이상 하청노동자들이 억울한 죽임을 당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손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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