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호] 산재 노동자와 실업급여

[상담실]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2-01-22 13:37
조회
348
게시글 썸네일

             김남욱  바른길 노무법인 공인노무사


업무상 사유로 재해를 당한 노동자는 그 부상이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요양하는 동안 휴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용자는 업무상 부상이나 질병의 요양을 위해 휴업하는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해당 노동자를 절대 해고할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업무상 재해를 당하고 요양하는 노동자는 스스로 사직하지 않는 한 요양이 종결되면 원래의 직장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원칙입니다.

그런데 최근 상담이 들어오는 사례 중에는 요양 종결 후 원래의 회사에 복직했더니 담당업무가 바뀌었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재해를 당하기 전에 담당하던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부여받게 된 것입니다. 일례로 25년간 현장에서 기계만 다루던 노동자는 컴퓨터를 잘 다룰 줄 모름에도 불구하고 소음성 난청 때문에 더 이상 소음 작업장에서 일할 수 없어 컴퓨터를 다루어야 하는 다른 직종으로 배치됐습니다.

물론 사용자의 이러한 조치가 반드시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 사용자에게는 업무상 필요에 따라 노동자를 필요한 자리에 배치할 수 있는 인사권이 있고 법원 또한 인사·경영상의 필요, 작업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해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그에 합당한 일을 시킨다면 그 일이 비록 종전 일과 다소 다르다 하더라도 원직에 복직시킨 것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소음성 난청을 앓게 된 노동자를 소음 작업장에서 벗어나게 한 사용자의 조치는 오히려 노동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사용자는 노동자가 업무상 재해로 장해를 입게 되어 더 이상 원래의 업무를 담당하기 어려운 경우에 그 노동자의 담당업무를 그가 수행할 수 있는 다른 업무로 변경할 수 있고, 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요양하는 동안 그 업무를 대체할 노동자를 이미 고용하였거나 조직개편 등으로 그 직무가 사라진 경우 요양이 종결된 노동자가 복직했을 때 같은 직급· 같은 종류의 직무를 부여하는 것으로서 원직 복직 의무를 이행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재해노동자가 사용자의 이 같은 조치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스스로 사직하는 경우 실업(구직)급여 수급이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실업급여는 원칙적으로 자발적 사직이 아닌 경우에만 가능하고, 자발적 사직임에도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인정받으려면 정당한 이직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요양 종결 후 담당업무가 변경되어 이직’하는 경우는 정당한 이직 사유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전화로 상담을 요청한 한 노동자는 직장 내에서 주로 운전직을 담당하였는데 작업 중 사고로 손을 크게 다쳐 약 1년간 요양 후 직장에 복귀했습니다. 하지만 직장에 복귀하니 이미 운전직에는 대체자가 고용되어 있었고 본인에게는 제품 제조라는 새로운 직무가 부여됐습니다. 변경된 직무가 내키지 않았던 노동자는 회사에 불만을 표출했지만 오히려 회사는 마음에 안 들면 나가라는 식이었고, 퇴직금을 포기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권고사직 처리를 해주겠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했습니다. 회사와 소모적인 감정 다툼이 싫었던 노동자는 결국 자발적으로 사직하기를 선택했고 실업급여 수급권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자는 회사를 상대로 노동위원회에 부당전직 구제신청을 제기하여 원래의 운전직으로 돌아가는 방법이나 퇴직금 지급 여부를 자신의 무기인 양 떠드는 회사를 노동청에 신고하는 방법 등을 선택하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할 수도 있겠지만 이 노동자는 법적인 다툼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것이 싫었고 그 선택도 존중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노동자처럼 업무상 사유로 재해를 입어 원래 자신이 전문적으로 담당하던 자리에 경영상 이유로 복귀하지 못한 경우라면 다른 직장에서라도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정당한 이직 사유의 범위를 확대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실업급여 제도의 취지는 실업 노동자에게 생활에 필요한 급여를 지급하여 생활의 안정과 구직 활동을 촉진함에 있고, 실제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산재를 입은 노동자 10명 중 3명은 6개월 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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