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호]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 특정 감사 비판 해설

[현장 보고]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24-04-11 16:57
조회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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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정부는 ‘산재 카르텔’을 운운하며 산재 노동자의 법적 권리를 축소하려 시도하고 있다. 정부는 2007년에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이미 산재보험법을 개악했고, 2003년부터 2015년 사이에 업무상 사고를 당해 산재보험으로 치료받은 노동자 77만 명 중 2,796명이 자살했다. 산재보험이 사회보장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산재 노동자가 건강 및 경제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가 극단에 내몰리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부는 행정조치를 통해 산재 노동자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다.
2007년에 이루어진 산재보험법 개악과 올해 발표된 특정감사 결과가 목표하는 바는 명확하다. 사회보장 범위를 좁히고, 사회보험 시스템을 통해 노동자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충분한 회복’이 아니라 최소한의 생존만 가능한 수준으로 보장성을 낮추고, 재정 적자를 내세우며 자본의 규제 완화 요구를 수용하려는 것이다. 보장성 축소는 단순히 치료비나 급여 액수가 줄어드는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움츠러든 제도 안에서 산재 노동자는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터로 복귀할 것을 강요받게 되고,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 정부는 특정감사 결과를 통해 산재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겠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산재카르텔은 없었다.

나일롱 환자도 부정수급도 없었다.

산재 카르텔을 척결해야 한다며 시작한 특정감사에서 산재 카르텔은 확인되지 않았다. 확인된 것은 이전부터 문제였던 일부 노무법인의 자격증 불법 대여, 과도한 영업행위뿐이었다. 산재 보험급여를 노리고 ‘도덕적 해이’를 저지르는 나일롱 환자들에 대한 증거도 없었다.

오히려 업무상 질병을 산재로 처리하는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문제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2017년 평균 149.2일이 소요되던 처리 기간은 2023년에 214.5일로 늘어났다. 역학조사의 경우, 2017년에는 178.4일이 걸렸지만 2023년에는 634.6일이 소요됐다.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부정수급 의심사례 1천여 건 중 486건이 부정 사례로 적발됐고, 그중 460건은 소명 과정에 있다. 업무상재해 결정 건수가 2022년 150,862건, 2023년 162,947건임을 고려하면, 486건이 모두 부정수급으로 확인된다 해도 1%가 채 되지 않는 규모이다. 부정수급이 이루어졌다면 당연히 걸맞은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가 일부의 문제를 두고 마치 전체 산재 노동자가 부정수급자인 것처럼, ‘부정수급이 만연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주장일 뿐이다.
산재 노동자에 대한 비난은
노동자 권리 제약으로 이어진다.

노동부는 노동자들을 ‘아픈 척, 다친 척하며 일터로 복귀하지 않고 보험급여를 받으며 쉬면서 산재보험 제도를 악용하는 존재’로 몰아가고 있다. 극단적인 일부 사례를 근거로 들며 노동자들의 산재 신청과 보상을 막고, 산재 노동자를 바라보는 정부의 왜곡된 인식이 사회에 자리 잡도록 의도적으로 사실을 호도한다.
아픔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현행 제도 내에서 용기 내어 아프다고 말하는 노동자를 두고 공공 재정을 축내는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 일하다가 발생한 건강 문제를 산재 신청으로 해결하기보다 은폐하는 경우가 만연한 사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한국의 산재 은폐율이 최소 54.8%에서 최대 93%에 이른다고 보았다. 노동자들은 아프고 다쳐도 참고, 건강이 위태로울 때까지 일하고 있다. 노동부의 이번 특정감사 결과대로 산재보험제도가 개악된다면 결국 산재 노동자는 더 큰 고통을 지게 되고, 회사는 ‘안전한 기업’이라는 이미지와 더 많은 이윤을 보장받게 될 것이다.

 

사업주의 반복적인 의견제출 금지하고, 허위 의견제출 시 처벌토록 법을 개정하라!
추정의 원칙 공격 중단하고 적용 대상 확대하여 처리기간 단축하라!
역학조사 장기화 대책 마련하고, 상당인과관계를 따져 판정하라!
노동자의 투쟁으로 일궈 온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 개악 시도를 반대한다!
산재절차 간소화로 산재처리기한 장기화문제 해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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