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호]역사적인 대규모 하청노동자 집회를 조직하다

[현장을 찾아서]
작성자
mklabor
작성일
2019-07-05 11:16
조회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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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지회 비정규대외협력부장 김정열


지난 5월 10일 대우조선 민주광장에 약 2천 5백여 명의 하청노동자가 집결했다. 4월 말까지 원청이 지급하기로 한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자 그동안 상여금 550%삭감 등 온갖 착취와 탄압에 응축되어 있던 하청노동자 동지들의 분노가 한 번에 표출된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처럼 많은 하청노동자 동지들이 대우조선 민주광장을 가득 메우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동안 대우조선에서 꾸준히 전개된 하청노조설립운동은 번번히 실패로 끝이 났고, 그 과정속에 많은 상처를 입은 동지들이 하나 둘 현장을 떠나갔다. 이처럼 힘든 여건 속에, 2017년 2월경 거통고조선하청지회가 설립되었고 대우조선 야드에 하청노조 깃발이 펄럭였다.
그러나 수많은 착취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조한 노조가입률과 소수의 공개활동가에 대한 한계에 부딪히며 노조활동이 정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는 비단 대우조선만의 현상이 아닌, 헬 조선에서 투쟁하는 모든 하청노조의 문제로써, 특히 실체가 없다는 핑계로 묵인되고 있는 블랙리스트가 하청노조 와해의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이번 하청노동자 중식집회를 조직하며 많은 동지들이 중식집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연대함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동안 울분을 토하고 싶어도 찍힐까 싶어 나서지 못했다던 동지, 이번에는 한 번 뭉쳐보자던 동지들이 또 다시 상처받고 흩어지지 않도록, 집회 참석자가 너무 적어서 되려 색출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많은 하청노동자 동지들의 집회 참석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 위해 부족하지만 노조 소식지를 통해 정규직 노조가 함께 하고 있음을 홍보하였고, 출ㆍ퇴근 중식 원ㆍ하청 공동 집회에 방송차량 지원과, 대우조선지회에서 야드에 약 140장의 대자보를 제작ㆍ부착하면서  대우조선지회가 엄호하고 함께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집회참석을 독려했다.
처음부터 퇴근 준비를 하고 오는 동지부터, 점식식사를 하고 뒤늦게 합류하는 동지들까지 대오는 순식간에 민주광장을 가득 채웠다.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히 얼굴을 드러냈으며, 처음해보는 팔뚝질과 투쟁 구호는 대우조선 야드를 들썩일 만큼 우렁찼다. 행동 하나에 더 이상 회사 관리자가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결의가 묻어 나왔다. 이러한 분위는 곧 파업으로 이어졌고, 급작스런 파업 선포에도 집회에 참석했던 노동자중 약 500여명의 하청노동자가 대오에 합류했다.
파업 행진은 대우조선 원청 사장이 있는 본관으로 향했다. 야드 곳곳에서 ‘하청노동자도 인간답게 살아보자’ 는 구호가 울려 퍼졌고 공장 앞을 지날 때면, 일을 멈춘 채 박수로 힘을 보태주는 동지들이 파업에 힘을 보탰다. 대우조선 본관 앞에 도착해서야 잠시 행진이 멈춰졌고, 곧이어 인사과의 심장부인 본관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비록 원청 사장은 자리에 없었지만, 점거농성 1시간 만에 ▲모든 하청노동자에게 성과급 지급 ▲2019년 5월 14일 17시까지 지급하라는 요구서한을 원청 관리자에게 전달하며, 1차 집회를 대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것이다.
5월 10일 집회는 하청노동자 동지들의 첫 집회이자 첫 파업에 이어 원청 사장실 점거 농성까지, 그동안의 치욕을 한 번에 되갚은 역사의 순간이었다. 이날 만큼은 노동해방이 멀지 않게 느껴졌다.

또 다시 앞으로,
2차 원·하청노동자 공동집회 선포!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쟁취한 하청노동자들의 자존감은 어느 때 보다 높았다. 원청은 하청노동자의 단결을 가장 두려워했고, 이를 막기 위해 5월 16일, 2차 집회 전날 미지급된 성과급 일부를 지급했다. 성과급이 지급되자 예상대로 1차 집회에 비해 참석 동력이 반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1천 여명의 원하청 노동자 중 약 8백 명의 하청노동자 동지들이 민주광장에 모였다. 첫 집회에 비해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두 번의 집회를 통해 우리는 하청노조 조직화의 가능성을 보았다.

절반의 성공,
원하청 공동투쟁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원·하청 공동 집회인 2차 집회에 정규직 조합원은 전체참석자의 20%에 불과했다. “매각투쟁 승리, 임금인상(성과급 지급), 하청노조 가입”을 기조로 내세운 원·하청 공동 집회였지만, 정규직 조합원들은 평소 집회보다 훨씬 동력이 떨어진 것이다. 정규직 조합원은 아직 매각 이외의 투쟁을 공감하지 못하고 있고, 하청노동자 또한 임금문제 외의 매각투쟁 등에 무감한 것처럼 보인다. 함께 연대하고 투쟁해야 할 노동자의 요구가 “대우조선 매각”과 “하청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하청노조 가입운동,
원·하청 공동홍보로 만들어 가자!
‘매각으로 다 죽게 생겼는데 무슨 성과급, 임금인상?’, ‘맨 날 가장 먼저 잘려나가고, 당장 임금삭감에 죽겠는데 뭔 놈에 매각투쟁?’ 이처럼 전체 노동자의 일반적인 정서는 달랐고, 원·하청 노조간부 또한 각자 상충된 입장이 팽배했다. 그럼에도 추진된 집회는 상징적인 의미에서는 대 성공적이었으나 운동의 연속성은 물론, 조직화 및 원·하청 공동투쟁으로 더 이상 확산시키지 못했다.
비록 이해관계는 다르지만 노동자적 관점에서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운동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조직되지 않은 하청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가 먼저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오해를 좁히고 이해를 넓히기 위한 공동투쟁, 대우조선 매각투쟁의 승리를 넘어 모든 노동자의 존엄성을 쟁취하는 투쟁! 이는 원·하청 노동자가 함께 “하청노조 가입운동”을 전개하며, 그 과정 속에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첫 걸음이 바로 “원·하청 공동 하청노동자 노동조합 가입운동”에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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